탈모환자 김기현(가명·31세) 씨는 요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 녹차를 물처럼 마시며 과도한 카페인을 섭취, 밤이 되어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김 씨가 잠까지 포기하면서 녹차를 애용하게 된 이유는 20대 후반부터 시작된 탈모증상 때문이다. 녹차가 남성 탈모치료에 효과가 좋다는 인터넷 카페글을 보고 매일 5~6잔의 녹차를 마시고 있지만, 아직 눈에 뛰는 효과는 보지 못한 채 카페인 각성작용과 탈모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날들만 늘어가고 있다.
최근 외모에 한참 민감한 나이인 20~30대 남성 탈모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 온라인 탈모카페 소속의 30대 남성 탈모 환자 135명을 대상으로 탈모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탈모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91%가 외모에 대한 자신감 결여를 호소했고, 2명 중 1명꼴인 48%가 대인기피증을, 34%가 우울증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탈모가 단순한 심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탈모환자들은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는 높은데 반해 정작 치료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에 참여한 30대 탈모 환자 10명 중 9명인 89%는 의학적으로 탈모치료가 검증된 바 없는 '두부, 콩 등 특정음식을 먹으면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 두피를 지나치게 자극하기 쉬운 '뾰족한 빗으로 두피를 두드리는 행위'를 선호하는 비율도 60%로 높았다.
굵은 빗으로 머리를 부드럽게 빗거나 손가락 지문부분으로 부드럽게 두피를 마사지 하는 것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뾰족한 빗으로 두피를 두드리거나 긁는 행위는 두피를 자극해 피지분비를 촉진하고 심할 경우 모세혈관과 모낭세포의 파괴로 탈모증상을 촉진할 수 있다.
탈모는 유전이기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답한 남성들도 22%에 달했다. 남성 탈모는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지만 조기에 적절히 의학적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탈모 탈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의학적으로 검증된 탈모 치료를 강조한다. 탈모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과 잘못된 탈모 정보로 인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탈모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은 탈모 치료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3가지 오해에 대해 알아본다.
◆검은콩, 검은깨 등의 블랙푸드로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
탈모 환자들이 치료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음식이다. 실제로 검은콩, 검은깨 등 이른바 블랙푸드가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 탈모 환자들도 많다. 검은콩과 검은깨는 단백질과 항산화성분이 풍부한 건강식품이고 여성호르몬이 함유된 콩, 두부, 야채 등과 같은 식품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어느 정도의 탈모 예방효과를 가져 올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 식품만으로 이미 진행된 남성탈모를 치료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임상실험이나 역학조사를 통해 탈모 치료에 대한 효과를 의학적으로 입증한 식품은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식품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영양불균형을 초래, 오히려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는 다양한 음식,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탈모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다.
◆탈모치료제는 괜히 썼다가 낭패 본다?
남성형 탈모치료제를 사용하면 예기치 않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탈모 환자들이 많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정성과 효능을 입증 받은 탈모치료제는 먹는 약인 피나스테리드 제제와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 제제가 유일하다.
실제 피나스테리드 제제(1㎎)에 대한 5년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형 탈모를 겪고 있는 남성들 중 초기 탈모인 경우 90%가 복용 후 탈모가 멈췄으며, 그들 중 70%는 모발이 다시 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 제제의 경우 여성에게 5% 제제를 사용했을 경우 두피 이외에 얼굴, 팔, 다리 부위 등에 털이 나는 다모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2.3%제제만을 사용했을 경우 큰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남성형 탈모치료제 부작용에 대한 근거 없는 속설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잘못된 정보로 피나스테리드나 미녹시딜 제제는 10년 이상의 장기 복용자들을 통해 그 효과와 안정성이 이미 검증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발이식을 받으면 더 이상의 탈모 치료는 필요 없다?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모발을 채취, 탈모가 진행된 정수리나 앞머리 부분에 이식하는 모발이식은 영구적인 탈모치료법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발이식을 받으면 이제 탈모치료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탈모는 진행성 질환이라 이식한 모발 이외의 기존 모발에서는 계속해서 탈모가 진행된다. 모발이식 후 약물치료나 관리치료를 꾸준히 받지 않는다면 일부 이식한 모발을 제외한 앞머리 정수리 등에 계속적으로 탈모가 진행, 이상한 형태의 대머리가 될 수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속설만을 믿고 탈모 치료를 미루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의학적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모발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도움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
김 씨가 잠까지 포기하면서 녹차를 애용하게 된 이유는 20대 후반부터 시작된 탈모증상 때문이다. 녹차가 남성 탈모치료에 효과가 좋다는 인터넷 카페글을 보고 매일 5~6잔의 녹차를 마시고 있지만, 아직 눈에 뛰는 효과는 보지 못한 채 카페인 각성작용과 탈모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날들만 늘어가고 있다.
최근 외모에 한참 민감한 나이인 20~30대 남성 탈모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 온라인 탈모카페 소속의 30대 남성 탈모 환자 135명을 대상으로 탈모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탈모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91%가 외모에 대한 자신감 결여를 호소했고, 2명 중 1명꼴인 48%가 대인기피증을, 34%가 우울증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탈모가 단순한 심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탈모환자들은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는 높은데 반해 정작 치료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에 참여한 30대 탈모 환자 10명 중 9명인 89%는 의학적으로 탈모치료가 검증된 바 없는 '두부, 콩 등 특정음식을 먹으면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 두피를 지나치게 자극하기 쉬운 '뾰족한 빗으로 두피를 두드리는 행위'를 선호하는 비율도 60%로 높았다.
굵은 빗으로 머리를 부드럽게 빗거나 손가락 지문부분으로 부드럽게 두피를 마사지 하는 것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뾰족한 빗으로 두피를 두드리거나 긁는 행위는 두피를 자극해 피지분비를 촉진하고 심할 경우 모세혈관과 모낭세포의 파괴로 탈모증상을 촉진할 수 있다.
탈모는 유전이기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답한 남성들도 22%에 달했다. 남성 탈모는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지만 조기에 적절히 의학적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탈모 탈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의학적으로 검증된 탈모 치료를 강조한다. 탈모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과 잘못된 탈모 정보로 인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탈모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 |
||
◆검은콩, 검은깨 등의 블랙푸드로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
탈모 환자들이 치료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음식이다. 실제로 검은콩, 검은깨 등 이른바 블랙푸드가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 탈모 환자들도 많다. 검은콩과 검은깨는 단백질과 항산화성분이 풍부한 건강식품이고 여성호르몬이 함유된 콩, 두부, 야채 등과 같은 식품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어느 정도의 탈모 예방효과를 가져 올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 식품만으로 이미 진행된 남성탈모를 치료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임상실험이나 역학조사를 통해 탈모 치료에 대한 효과를 의학적으로 입증한 식품은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식품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영양불균형을 초래, 오히려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는 다양한 음식,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탈모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다.
◆탈모치료제는 괜히 썼다가 낭패 본다?
남성형 탈모치료제를 사용하면 예기치 않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탈모 환자들이 많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정성과 효능을 입증 받은 탈모치료제는 먹는 약인 피나스테리드 제제와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 제제가 유일하다.
실제 피나스테리드 제제(1㎎)에 대한 5년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형 탈모를 겪고 있는 남성들 중 초기 탈모인 경우 90%가 복용 후 탈모가 멈췄으며, 그들 중 70%는 모발이 다시 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 제제의 경우 여성에게 5% 제제를 사용했을 경우 두피 이외에 얼굴, 팔, 다리 부위 등에 털이 나는 다모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2.3%제제만을 사용했을 경우 큰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남성형 탈모치료제 부작용에 대한 근거 없는 속설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잘못된 정보로 피나스테리드나 미녹시딜 제제는 10년 이상의 장기 복용자들을 통해 그 효과와 안정성이 이미 검증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발이식을 받으면 더 이상의 탈모 치료는 필요 없다?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모발을 채취, 탈모가 진행된 정수리나 앞머리 부분에 이식하는 모발이식은 영구적인 탈모치료법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발이식을 받으면 이제 탈모치료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탈모는 진행성 질환이라 이식한 모발 이외의 기존 모발에서는 계속해서 탈모가 진행된다. 모발이식 후 약물치료나 관리치료를 꾸준히 받지 않는다면 일부 이식한 모발을 제외한 앞머리 정수리 등에 계속적으로 탈모가 진행, 이상한 형태의 대머리가 될 수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속설만을 믿고 탈모 치료를 미루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의학적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모발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도움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