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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부인회 대전시지부 활동을 하며 개인적으로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도움주는 아름다운 임경님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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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요즘 누구나 한번쯤은 힘겹게 겨울을 맞이할 주위에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막상 누구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어렵게 잡았던 마음을 다시 접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봉사는 마음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이라고 말한다. (사)한국부인회 대전시지부 임경님(59) 부회장도 생활 속에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때문인지 임 부회장은 남이 나에게 도움을 청하길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그들을 찾아가 손 내미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한다.
임 부회장은 "한국부인회 활동을 하다 보니 단체 차원에서 참여하는 봉사활동이 많다"면서 "하지만 단체 보다는 개인적으로 찾아 봉사하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더 보람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임 부회장은 수년째 자신이 사는 아파트 인근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이웃들을 돌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임 부회장이 매달 돕는 사람 중 하나가 집 근처에서 조그만 구둣방을 운영하는 아저씨다. 부인과 아이 모두 장애를 가진 구두수선집 주인은 자신 역시 당뇨와 합병증으로 고생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리고 있다.
4년 전 우연치 않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임 부회장은 구둣방 주인을 찾아가 매달 쌀을 지원하겠다고 선뜻 약속했다.
그 것이 인연이 돼 지금은 시간이 생길 때 마다 들러 아이 간식까지 도맡아 챙기고 있다.
임 부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소품가게 근처에 혼자 사는 나이든 언니까지 매달 쌀과 반찬, 옷가지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렇게 아름아름 시작한 것이 벌써 4년이 흘렀고, 틈틈이 돕는 가정도 3~4곳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장애인 시설이나 경로당, 독거노인까지 포함하면 매일 돌아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임 부회장은 "마음 같아서는 자주 찾아가 말벗도 돼 주고 밀린 빨래나 설거지도 해드려야 하지만 제 가게도 열어야 하니 어쩔 수 없죠"라며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면 자주 비우게 되는 가게지만 그래도 돈을 벌어야 그분들을 조금이라도 더 도울 수 있으니 틈나는 대로 문을 열 수 밖에 없네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임 부회장 말대로 소품가게 운영으로 버는 수익이 한 달에 대략 100여만 원 남짓인 데 봉사와 후원에 쓰는 금액이 어림잡아 80~100만 원 수준인 것을 보면 수익 대부분을 남을 위해 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임 부회장의 봉사인생은 남달랐던 어린 시절과 그동안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대전에서 태어난 임 부회장은 3남 2녀의 가정에서 나름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의복 공장을 운영하던 임 부회장의 아버지 역시 항상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당시 일명 '반짝 시장'이 열리던 서대전역 인근에서 극장까지 운영한 아버지는 항상 시장 상인이나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고, 음식과 물건을 사서 나누길 좋아했다고 임 부회장은 회상했다.
하지만 행복했던 시절도 금세 지나 중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집안 역시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며 집안의 장녀 노릇까지 해야 했다.
23살의 나이에 이웃집에 살던 동네 오빠와 결혼을 한 임 부회장은 남편 직장을 따라 울산으로 이사를 가지만 심한 당뇨로 고생하던 시부모님 병수발을 위해 1990년 초 아이들과 함께 다시 대전으로 올라왔다.
20여 년간 시부모님 병수발에 10여명의 시댁식구까지 건사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온 임 부회장에게 또다시 큰 슬픔이 찾아왔다.
친 동생처럼 아끼던 시동생이 8년 전 기차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게 된 것. 임 부회장은 이런 시동생을 아들과도 같이 극진히 돌봤고, 시동생 역시 사고에 아픔을 털고 일어나 현재 미국에서 목회자의 삶을 살고 있다.
임 부회장은 "시동생은 한동네 살면서 다섯 살 때부터 지켜봤기 때문에 정말 아들과 같은 존재"라며 "몸이 불편해 나이가 차도록 결혼을 못한 것이 늘 안타까웠는데 얼마 전 미국에서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 것이 너무나도 대견하고 기쁘다"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임 부회장은 시동생 덕분에 장애인과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게 됐고, 남을 위한 봉사를 끊임없이 이어오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저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우연치 않게 들어선 한국부인회 활동도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몸담고 활동하는 봉사단체도 부인회 외에 3곳이나 된다.
또 왕성한 활동 덕인지 우수 봉사자로 뽑혀 여러 단체에서 상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받은 상금도 임 부회장은 쌀로 바꿔 받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눈다.
이런 임 부회장의 봉사활동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일 년에 단 한번 할 수 있는 해맞이 무료봉사가 바로 그것이다.
임 부회장은 매년 1월 1일 새벽 충남 논산의 탑정 저수지에서 열리는 해맞이 행사 때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커피와 라면을 끓여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해맞이 행사장 봉사 역시 우연치 않은 기회에서 비롯됐다. 6년 전 가족들과 함께 탑정저수지 해맞이 행사를 갔다가 추운 날씨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 끝에 생각해낸 것이 커피 봉사였던 것이다.
결국 이듬해부터 5년째 임 부회장과 남편, 아들과 딸들 온가족이 나서 200~300명분의 커피와 라면을 준비해 해맞이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온가족이 함께 참여해서인지 임 부회장은 힘들지만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이맘때만 항상 그날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임 부회장은 "사실 봉사도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 같다"며 "때론 몸이 힘들어도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온기를 전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해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해맞이 행사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임 부회장이 생각해낸 또 다른 봉사 아이디어가 있다. 새로운 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결혼선물 후원이다.
얼마 전 동구지역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린 5쌍의 다문화가정을 위해 식기류와 조리 기구를 결혼 축하 선물로 전달했으며 매년 구별로 돌아가며 지원할 생각이다.
쉼 없는 봉사 인생을 사는 임 부회장은 '목적과 끝이 없는 것'이 봉사라고 말한다. 수년전 췌장 이상으로 지금도 건강이 썩 좋지 않은 상태지만 봉사를 통해 오히려 건강을 찾았다고 한다.
임 부회장은 "봉사 역시 중독과도 같다. 내가 도움을 준 사람이 나로 인해 기뻐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볼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며 "생각은 안 해봤지만 아마도 죽기 전까지 힘이 남아있다면 어디선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웃음 지었다.
이런 임 부회장도 조그만 꿈이 있다.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장애인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고 싶다는 게 그것이다.
물론 사고로 장애를 입은 시동생의 영향이 크지만 임 부회장은 얼마 전 조그만 물류회사를 열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 부회장은 "여유가 있어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며 "나름 봉사활동 한다고 가족에서 소홀한 부분도 있지만 이 모든 게 가족의 도움이 없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도 임 부회장은 자신에게 물음을 던진다. 내가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오히려 나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글·사진=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