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조명 제한 단속 첫 날인 8일 자정, 백화점과 병원, 대형마트 등이 밀집된 대전시 서구 둔산동지역에서는 일제히 간판 조명이 소등되는 생소한 풍경이 연출됐다. 평소 이 지역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도 꺼지지 않는 화려한 간판들로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눈을 유혹하던 곳이다.
많은 건물에 간판 불이 꺼지면서 어둠이 몰려들자 이전까지 왁자지껄 떠들며 분위기를 높이던 시민들도 하나 둘 귀가를 서둘렀다. 새벽 0시 10분이 되자 둔산동의 대부분 기관의 옥외조명이 완전히 소등됐고, 가로등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만이 대전의 밤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이날 둔산동 일대에 위치한 금융기관, 병원, 백화점 등은 대체로 정부정책에 적극 호응했지만 인근지역에 위치한 한 저축은행은 영업이 끝났음에도 옥외 간판을 비롯, 내부 조명까지 밝혀놔 아쉬움을 남겼다.
유흥업소 조명제한 시각인 새벽 2시가 되자 둔산동 일대에 즐비하게 위치한 술집들의 간판 조명이 하나 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이후 간판 조명을 끈 업소 업주들이 아예 가게 밖으로 나와 “영업하고 있으니 들어오라”고 소리치는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업주는 "우리는 새벽 2시 이후에도 손님을 계속 받아야 하는데 간판 불을 끄면 어떤 손님이 들어오겠냐"며 "요즘 장사도 안되서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든데 정부 정책까지 도와주질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시각 유성에 위치한 유흥가 밀집지역 역시 계도기간이었던 전날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이나 모텔 등에만 드문드문 불이 켜졌을 뿐 전날까지만 해도 화려한 네온사인을 밝히던 대부분의 유흥주점이 간판 조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업주들이 직접 길거리로 나와 주변을 지나치는 시민들에게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거리가 어두워진 탓인지 새벽 2시 이후 유성 일대에는 술자리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택시기사는 “이 시간대면 원래 귀가하는 사람, 새로 오는 사람이 겹쳐야 되는데 이렇게 한적할 줄은 몰랐다”며 “지난 1999년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진 뒤 유성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내놓은 '야간조명 제한 조치'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업소와 기관들의 소등에 힘입어 단속 첫 날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전시와 에너지관리공단 등 유관기관은 향후 단속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어서 지역 상점과 업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대전시 신태동 경제정책과장은 "유흥업소 업주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국가 정책에 따라 단속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라며 "대상 사업장은 물론 각 가정에서도 불필요한 전등을 소등하고 저소비 전열기구 등을 사용해 에너지 절약 시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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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윤모(60·대전시 대덕구) 씨는 오랜만에 집에 내려온 아들 내외가 즐겨먹는 갈치조림을 준비하기 위해 도매시장에서 장을 본 뒤 혀를 내둘렀다.
이날 윤 씨가 구입한 품목은 갈치 특대 2마리를 비롯해 무, 고추, 대파, 양파 등 채소가 전부였지만 한 시간 새 지갑에서는 3만 8000원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살이 통통한 국내산 갈치의 가격은 마리 당 1만 2000원이었고, 대파와 양파가 각각 5000원, 무 3000원, 고추 1000원 등이었다.
비싼 감이 있었지만 윤 씨는 집으로 돌아와 정성스럽게 요리한 갈치조림을 식탁에 올렸다가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요리를 하고 보니 어른 네 명이 먹기엔 양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
윤 씨는 차라리 이 가격으로 외식을 했더라면 더 배불리 먹었을 것이라는 후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씨는 “원래 외식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먹거리 가격이 이렇게 오르니 차라리 밖에서 사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갈치조림 말고도 고등어조림, 삼겹살 등은 이젠 집에서 먹느니 외식을 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오르며 가정의 식탁이 부실해지고 있다. 갈치, 고등어 등 수산물과 돼지고기 등 육류, 심지어 배추, 파 등 채소류까지 안오른 상품이 없다는 것이 주부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으로 외식마저 부담스러워 했던 주부들은 차라리 외식을 하는 것이 낫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윤 씨가 3만 8000원을 들여 만든 갈치조림은 외식을 할 경우 1인분에 6000~8000원이면 먹을 수 있어 4인 기준 2만 4000~3만 20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물론 1인 기준 재료 사용가격을 따져본다면 외식보다는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저렴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주부들이 당일 저녁식단에 한정된 장보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끼 식사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는 주부들의 하소연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많은 주부들은 최근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이 부실해졌다고 설명했다.
주부 이모(56·대전시 서구) 씨는 “김치찌개를 끓여도 돼지고기보다 참치를 넣고 끓이게 되고, 밑반찬도 가짓수가 많이 줄어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식탁이 부실해졌지만 외식도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라 어쩔 수 없이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법인 통폐합을 추진하던 정부가 이번엔 현재 분리 운영되고 있는 한국전력(이하 한전) 계열사의 통합을 물밑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통폐합 대상에는 지난해 컨설팅과 공청회를 거쳐 올해부터 독립 경영이 시작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5개 발전자회사도 거론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한전과 한전 계열사에 대한 일괄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번 통폐합 시도는 표면적으로는 공기업 선진화에 따른 조치라고 하지만, 이면에는 현재 진행 중인 원자력의 수출 과정에서 외형적 규모화가 부족하다는 정부의 자체 진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에는 한수원과 한전이엔씨, 한전케이피에스, 한전원자력연료 등 원자력 관련 계열사의 단일화 방안이 일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원자력 계열 뿐만 아니라 한전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한수원과 5개 발전자회사는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경영 자체가 한전으로부터 독립되고, 평가도 기획재정부에서 받는 등 완전 분리된지 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이 같은 내용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준비하는 한편 예상되는 반발에 대한 대응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 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원자력 수출을 계기로 한전 계열사를 다시 통합하면서 관련 사업 추진에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며 “통합이 계속 추진될 경우 대상이 되는 기업 노조의 반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한전 계열사는 한전케이피에스, 한전이엔씨, 한전케이디엔, 한전원자력연료와 한수원, 한국중부발전, 서부발전, 동서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등 5개 발전자회사 등이 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올해 초 정기인사와 함께 발족한 대전지방경찰청 강력계 외근수사팀이 그동안 경찰 수사에 오점으로 남은 10여 년간의 미제사건 수사파일을 다시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8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출범한 외근수사팀은 2000년 이후 지역에서 발생한 미해결 사건 중 강력사건 10여 건을 선정하고 원점에서부터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재수사 선상에 올린 미제사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2001년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강도 살인사건’이다.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경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1층 주차장에서 A(당시 45세) 과장은 현금수송차량에서 당일 운영자금으로 쓸 현금 6억 원을 금고로 운반 중이었다.
A 씨와 청원경찰 2명이 현금 3억 원씩 담긴 가방 2개를 수레에 싣고 이동하던 중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이들 앞을 막아섰고, 차에서 내린 괴한들은 A 씨에게 권총 4발을 발사해 살해한 뒤 현금 3억 원을 싣고 달아났다.
당시 큰 파장을 몰고 온 이 사건은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 용의자 색출에 실패했었다.
또 수사 과정에서 범행에 쓰인 권총이 경찰들이 사용하는 38구경임이 밝혀졌고, 현역 군인 등 4명이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면서 10여 년째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이 발생 직후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돼 수사에 나섰고, 비교적 풍부한 자료와 단서들이 남아있어 사건발생 단계부터 수사 상황, 용의자 추적 등 일련의 사건과정을 재구성해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에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건 외에도 2004년 12월 중소기업 부인 납치사건이나 2005년 11월 갈마동 원룸 20대 피살사건, 2006년 여교사 살인사건 등 해결해야할 미제사건들이 다수지만 경찰은 이들 사건의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외근수사팀 구성원 4명 모두 각 경찰서에서 강력사건 해결 유공으로 특진을 했던 ‘전문수사관’이고, 최근 수사기법인 IT와 정보통신에 능통한 젊은 인재라는 점이다.
여기에 일명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 범죄분석 요원이 사건 밖의 또 다른 시각에서 힘을 보태면서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출범 후 장기 강력범죄 수배자 소탕에 나서 8년 전 도피한 강도범과 조직폭력배 2명, 성폭력범 1명 등 모두 4명의 범죄자들을 잇달아 검거했다”며 “3~4개월에 걸친 기존 자료 분석을 거쳐 2~3건의 수사 대상을 선정하고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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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고유가 대책으로 야간조명 제한 조치가 8일부터 시행됐지만 대다수 건물과 업소들이 소등을 하지않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 |
정부의 고유가 대책으로 야간조명 제한 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청주시의 안일한 계도와 단속 등으로 청주 번화가와 유흥가에서는 현란한 불빛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단속이 시작된 8일 오전 2시. 청주 상당구 용암동 미관광장 일대는 유흥업소로 등록된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들의 불빛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노래방과 음식점, 숙박업소 등은 물론, 대다수 건물과 업소들이 소등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단속에 나선 시 공무원과 승강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청주시는 타 시·도와는 달리 그동안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등 부문별 담당 부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부의 에너지사용제한 조치 시작 이후 차일피일 미루며 제대로 된 계도를 벌이지 않아 업주들은 일방적인 단속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박학준(51·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용암동 상가번영회장은 "그동안 시가 어떠한 계도도 없이 불쑥 단속만 하러 왔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노래방은 단속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데 일괄적으로 야간조명을 제한하지 않고 유흥업소만 단속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분개했다.
지자체의 사전 계도나 홍보활동 부족으로 단속 첫날인데도 용암동 일대는 시 공무원과 에너지관리공단 충북센터 관계자들의 유흥주점 3곳에 대한 형식적인 단속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야간조명을 환하게 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같은 시각 청주 흥덕구 복대동 유흥가는 평일이지만 주말인 것처럼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 업주들도 하나같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이에 대해 지자체의 충분한 사전 지도와 홍보를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생맥줏집을 운영하는 박상익(45) 씨는 "단속이 시작됐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우리 가게가 단속 대상인 것도 알지 못했다"며 "정부의 취지는 알겠지만, 실효성 없는 단속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용암동과는 달리 복대동 유흥가는 지자체의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마치 주말을 맞은 듯 환한 조명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업주들은 유흥업소로 등록된 주점들처럼 전력 사용량이 많은 노래방이 이번 단속에서 제외된 것에 강한 불만과 함께 '막무가내' 식으로 수백만 원의 과태료만 물리겠다는 정부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청주지역 주유소들도 야간에 조명을 50%만 사용하도록 한 지침을 지키지 않고 평소대로 대형 표지판에 환하게 조명을 켜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유흥업소와 아파트, 주유소 등 모두 담당 부서가 다르다 보니 단속이 일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에서도 나름대로 유흥업소 등에 안내공문을 발송하고 주말을 이용해 계도를 했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업주들이 불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일주일간 계도 기간을 마치고 8일부터 민간 조명 제한조치를 시행했으며 규정된 시각을 넘어 간판을 켜 두면 위반 횟수에 따라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박한진·이정현 기자 adhj79@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이라는 해묵은 논쟁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의회가 의원 보좌관 도입과 도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의장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임시회에서 통과시키면서부터다.
경기도는 ‘현행법 위배’라며 재의(再議) 요구서를 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도의회는 재의결 여부를 오는 18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및 보좌관제 도입과 관련한 조례가 의결된 것은 1991년 지방의회가 출범한 이후 경기도의회가 처음이다.
때문에 전국 지방의회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난 20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인사권 독립’의 물꼬가 트일지 숨죽이며 주시하고 있다.
지방자치 출범 이후 지방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제1 목적'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인사권 독립 해법 찾기에 골몰해 왔다.
그러나 상위법(지방자치법 제91조 2항:지방의회 사무직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에 번번이 가로막혀 왔다.
이로 인해 의회 사무처 공무원들은 감사기관인 의회에서 의장의 명에 따르면서도, 임명은 지방의회 피감사기관(집행부)의 수장인 자치단체장에게 받는 모순에 빠져 있었다.
이는 의회 사무처 공무원들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집행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결과를 낳았고, 전문성 저하는 물론 때때로 의회 사무처가 집행부의 입장에서 항변해 주는 웃지 못할 상황도 목격됐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시도의회의장단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등은 수차례에 걸쳐 ‘인사권 독립’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를 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해왔다.
충남도의회 이진환 운영위원장은 “지방의회도 엄연히 법인격을 가진 별도의 기관인 만큼 인사권도 당연히 의장에게 맡겨야 한다”며 “의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사무처 공무원의 소신을 무력화시키는 인사제도는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의회 박정현 의원은 “의회 인사권이 정립되면 의회 사무처 공무원들은 집행부와 무관하게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기도의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보좌관 도입과 인사권 독립을 위한 의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대전참여자치연대 문창기 사무국장은 “일부 우려되는 점은 있지만,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선 의회 인사권 독립과 보좌관 도입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한 충북도의원이 '이시종 지사의 측근 인사 기용'과 관련한 도정질문을 포기하면서 불거진 이 지사의 ‘측근 챙기기’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문성과 관계없이 공직을 하려면 당선 가능한 유력지사 후보 캠프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하면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다음달 임명될 충북신용보증재단 신임 이사장에 민선5기 정책기획단 서민복지분과위원 등을 맡았던 금융인 출신의 김모 씨가 내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 ‘보은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선거를 도운 측근들을 도와 산하기관에 배치하면서 줄곧 과도한 ‘측근인사’ 비판을 받아왔다. ‘집사’로 알려진 백상진 씨를 3년 임기의 도 대외협력관(5급 상당)에, 선거캠프에서 공약개발을 담당했던 김문종 씨를 정책보좌관(5급 상당)에 앉혔다.
한 달 후인 8월에는 지사가 당연직 이사장인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에 선거캠프 대변인을 지낸 박종천 씨를, 충북학사 원장에 자문 역할을 수행하던 김지학 씨를 각각 임용했다.
박 씨는 내년 8월까지 서기관(공무원 4급)에 준하는 급여를 받는다. 박 씨는 애초 도청 홍보보좌관에 거론됐으나,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근거도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앞세워 기자들에게 '협박성' 메일을 보내면서 언론과의 갈등이 있어 홍보보좌관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지사의 수행비서인 허철 씨가 공모과정을 거치지 않고 체육회 6급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또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이사회에서 이 지사의 추천을 받은 임헌택 충북도장애인축구협회 상임부회장의 임명동의안이 파행 속에 통과됐다. 임 처장은 오랜 기간 이 지사 소속 정당인 민주당에서 활동해 온 인사로 장애인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선거공신 2명을 산하기관장에 임용해 ‘지나친 측근 챙기기 인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도가 관리·감독하는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청주산단) 전무이사에 주재선 씨, 오창과학산업단지관리공단(오창산단) 전무이사에 김현상 씨가 선임됐다.
주 씨는 6·2선거 때 이 지사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김 씨는 민주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들의 임기는 4년으로 연봉이 8000여만 원, 업무추진비가 10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9000여만 원을 받는 것으로 도청 ‘2인자’격인 행정부지사 연봉과 비슷한 액수다.
또 충북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에 선거캠프에서 유세를 담당했던 오병용 씨를 기용했다.
취임 직후부터 ‘보은인사’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달 임명될 충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과 충북체육회 사무처장에 어떤 인물을 앉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청 안팎에서는 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 선거를 도운 금융인 출신의 김모 씨가 내정됐으며, 체육회 사무처장에도 이 지사 측근이 기용될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이 지사 측근들이 차지한 자리 가운데 보좌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 인사가 해당분야와 무관한 경력을 갖췄다. 또 그간 겸직으로 돼 있던 자리에 측근들을 앉혔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례로는 박종천 씨가 맡은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직은 그동안 충북개발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겸임했는데 이 지사가 전임직으로 전환했고, 오창산단 전무이사직도 충북도지식산업진흥원장이 겸직(당연직)해오다 이번에 전무이사를 별도 임명키로 내부규정을 개정했다. ‘과도한 측근인사’라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서는 '제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기류가 팽배하다.
한 인사는 “지난해 조직개편에 따라 정원감축은 물론 승진적체 등으로 공직내부의 사기와 근무의욕이 침체했지만 이 지사는 고통분담 등을 요구했다”면서 “선거공신들에 대한 보은인사는 최소한 허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치다 보니 점점 지사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충북도 대외협력관 | 백상진 씨 |
충북도 정책보좌관 | 김문종 씨 |
충북학사원장 | 김지학 씨 |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 박종천 씨 |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 임헌택 씨 |
충북도체육회 경기훈련팀 | 허 철 씨 |
청주산단 전무이사 | 주재선 씨 |
오창산단 전무이사 | 김현상 씨 |
충북청풍명월21 사무처장 | 오병용 씨 |
충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김모 씨(내정설) |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 ? |
<이시종 지사 보은인사 현황>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은 8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에 대전·충청권 소재 건설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지난 2009년 1월 이 의원이 “현행 행정도시 특별법의 경우 해당 예정지역인 연기·공주에 주 영업소를 두고 있는 충남권 건설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국가균형발전의 진정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도시 인근의 광역자치단체(대전·충남·충북)에 영업소를 둔 건설업체도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제출한 것으로 2년 만에 국토해양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 의원은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전권과 충북권의 건설업체도 행정도시 건설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대전지역 건설경기 회복과 나아가 대전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올해도 어김없이 충북도의회에선 ‘이(이시종지사)비어천가’가 흘러나왔다.
8일 열린 제298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도정질문에 나선 민주당 소속 한 도의원이 이시종 지사를 칭송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일부 도의원 등에 따르면 A 의원은 이날 구제역 매몰지와 관련한 일문일답 도정질문을 하다 이장근 문화여성환경국장이 "구제역 매몰지 두 군데를 돌아봤다"고 말하자, "침출수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데 담당 국장이 현장을 두 군데 다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지사님은 매몰지에 가서 (가스배출관에) 코를 대고 냄새까지 맡으셨다"며 이 지사를 ‘찬양’했다.
그는 이어 민선4기 정실인사 문제를 거론한 뒤 "정실인사는 통치체제가 형성된 이후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행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어져왔다”며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코드인사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소속 김양희 의원이 김종록 정무부지사로부터 '도정질문 포기' 종용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저도 김 부지사로부터 (도정질문을 제고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부탁으로 받아들였다. 해당 의원이 오해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집행부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의회 안팎에선 ‘이비어천가’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한 도의원은 “어떻게 도정을 견제·감시해야 하는 도의원이 되레 집행부를 두둔하는지 같은 의원으로서 배지 달고 있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집행부 한 관계자도 “자당 소속 지사를 감싸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거북할 만큼 심했다”면서 “견제·감시기능에 충실한 도의회 모습도 보여줘야 하는 게 선거에서 표를 준 도민들에 대한 의무 아니냐”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해 말 열린 제296회 충북도의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도 도정질문에 나선 민주당 소속 B 의원은 "우리 지사님께서는 칼국수를 좋아하실 만큼 서민도지사이신데…" 등의 발언을 해 비난을 받았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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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자정 이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일대 간판조명이 소등되며 도심에 어둠이 깔려있다. | ||
고유가 여파로 시작된 야간 조명제한 조치가 1주일의 계도기간을 거쳐 8일 오전 본격 시작됐지만 단속 대상이 명확치 않아 정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새벽 2시 이후 간판 조명을 꺼야하는 유흥업소들 중 생계형 업소는 계도를 통해 자발적 동참을 꾀한다는 방침이지만 생계형 업소의 기준이 명확치 않아 향후 단속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단속을 2시간 앞두고 대전시와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들이 계도에 나선 지난 7일 밤 10시 대전시 서구 둔산동 일대는 백화점과 공공기관을 제외한 모든 업소들의 간판이 휘황찬란하게 빛을 밝히고 있었다. 시 공무원과 에너지관리공단 직원들은 홍보용 전단을 들고 단속 예고에 나섰지만 막상 네온사인을 밝힌 업소가 단속 대상이 아니라며 입구에서만 서성거리기 일쑤였다.
결국 이날 시가 준비한 야간 조명제한 관련 홍보전단은 업소가 아닌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와 관련, 대전시 측은 이날 단속 예고는 계도기간이 짧아 단속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업주들이 많은 만큼 곧바로 단속하기보다는 계도 위주의 점검을 실시하기 위해 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1주일간 단속대상 업소를 직접 방문해 단속이 시작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렸다”이라며 “계도기간이 워낙 짧았던 만큼 며칠간은 계도와 홍보쪽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야간조명 제한 단속이 시작된 상황임에도 불구, 단속 대상조차 모호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날 유흥업소가 밀집한 서구 둔산동과 유성 일대에는 새벽 2시 이후에도 조명을 끄지 않는 노래방, 호프, 모텔 등이 즐비했다.
시 관계자는 “이들이 생계형 업소 및 24시간 영업 업소라서 이들까지 단속할 경우 서민들의 반발이 심해져 이들 업소들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계형 업소의 기준이 모호해 단속 대상이 된 업소 관계자들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시민은 “정확한 매뉴얼도 없이 이 추운날 캠페인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이것이 진정한 탁상행정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라며 “계도기간 중 제대로 된 기준만 마련했어도 단속이든 홍보 캠페인이든 쉽게 진행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