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동구 자양동 여교사 살인사건 등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 속에 묻혔던 장기 미제사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올해 초 정기인사와 함께 발족한 대전지방경찰청 강력계 외근수사팀이 그동안 경찰 수사에 오점으로 남은 10여 년간의 미제사건 수사파일을 다시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8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출범한 외근수사팀은 2000년 이후 지역에서 발생한 미해결 사건 중 강력사건 10여 건을 선정하고 원점에서부터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재수사 선상에 올린 미제사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2001년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강도 살인사건’이다.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경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1층 주차장에서 A(당시 45세) 과장은 현금수송차량에서 당일 운영자금으로 쓸 현금 6억 원을 금고로 운반 중이었다.

A 씨와 청원경찰 2명이 현금 3억 원씩 담긴 가방 2개를 수레에 싣고 이동하던 중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이들 앞을 막아섰고, 차에서 내린 괴한들은 A 씨에게 권총 4발을 발사해 살해한 뒤 현금 3억 원을 싣고 달아났다.

당시 큰 파장을 몰고 온 이 사건은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 용의자 색출에 실패했었다.

또 수사 과정에서 범행에 쓰인 권총이 경찰들이 사용하는 38구경임이 밝혀졌고, 현역 군인 등 4명이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면서 10여 년째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이 발생 직후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돼 수사에 나섰고, 비교적 풍부한 자료와 단서들이 남아있어 사건발생 단계부터 수사 상황, 용의자 추적 등 일련의 사건과정을 재구성해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에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건 외에도 2004년 12월 중소기업 부인 납치사건이나 2005년 11월 갈마동 원룸 20대 피살사건, 2006년 여교사 살인사건 등 해결해야할 미제사건들이 다수지만 경찰은 이들 사건의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외근수사팀 구성원 4명 모두 각 경찰서에서 강력사건 해결 유공으로 특진을 했던 ‘전문수사관’이고, 최근 수사기법인 IT와 정보통신에 능통한 젊은 인재라는 점이다.

여기에 일명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 범죄분석 요원이 사건 밖의 또 다른 시각에서 힘을 보태면서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출범 후 장기 강력범죄 수배자 소탕에 나서 8년 전 도피한 강도범과 조직폭력배 2명, 성폭력범 1명 등 모두 4명의 범죄자들을 잇달아 검거했다”며 “3~4개월에 걸친 기존 자료 분석을 거쳐 2~3건의 수사 대상을 선정하고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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