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대전 대덕구청장이 상황과 여건에 따라 기존의 주장과 입장을 시시각각 번복하고 있어 행정적·정치적 신뢰를 스스로 깨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덕구는 무상급식 시행과 관련해 주민을 대상으로 찬-반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시행하면서도 정작 조사 항목이나 문항설계, 조사기관, 조사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 형성도 없이 일방 처리해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대덕구는 무상급식 시행과 관련, 대전시의 방침과 달리 소득수준별 확대를 주장하며 주민의 뜻을 확인한다는 명목아래 지난 11일 여론조사를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대덕구가 “무상급식과 같이 집단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문이 사전 공개될 경우 여론조사와 관련한 시시비비와 사전 홍보, 여론몰이 등이 발생해 공정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조사 항목 등 거의 대부분에 대해 비공개로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 관계자는 “구의 여론조사 항목 비공개는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여론조사 결과는 이달 말경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덕구의 이 같은 일방적인 여론조사에 대해 진보신당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것은 물론, 정용기 구청장 본인 스스로 언급한 여론조사 방법과도 정반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 청장은 지난달 2일 대전시청 기자실을 방문, 무상급식에 대한 소견을 밝히는 자리에서 “(대전시와 대덕구 양 기관 간)서로 협의를 했으면 좋겠다”며 “시가 여론조사를 한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문항을 만들어서 ‘이렇게 문항을 만들어서 시행하려고 하는데 대덕구 의견은 어떠냐, 그 문항에 동의하느냐’고 사전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정 청장은 시가 무상급식 시행에 앞서 설문조사를 시행한다면 사전에 구와 협의한 후 문항을 작성,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신의 언급이 있은 지 불과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80도 다른 방향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키로 해 스스로의 주장을 뒤집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진보신당 대전시당도 지난 15일 “여론조사는 선거부터 정책결정까지 다양한 곳에서 이용되지만 결과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시시비비가 일어나고 있다. 찬·반 일방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여론조사는 결과에 대한 의문이 붙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2차 논평을 발표했다.
진보신당은 이날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문항설계와 조사기관, 조사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여론조사를 위해 쓰겠다는 990만 원은 구청장의 호주머니 돈이 아니며, 구의 일방적인 주장을 위해 그 돈을 쓴다면 주민들의 호된 질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덕구관계자는 “지난달 정용기 청장이 언급한 것은 ‘여론조사 질문 문항에 대해 서로 상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고, 최근에는 그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