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여파가 국립노화연구원 등 지역 현안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충북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후속대책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당초 과학벨트 분산배치, 대구첨복단지 지원 등의 민심 달래기 방안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신공항 백지화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 부산과 대구·경북을 달래기 위한 후속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영남지역 달래기에 나서면 충북 오송에 건립될 국립노화연구원과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센터 입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부산과 대구가 국립노화연구원과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왔기 때문이다. 국립노화연구원은 지난 2007년 보건복지부가 오송생명과학단지 건립을 확정, 부지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부산이 국립노화연구원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등 오송 건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부산 출신 유재중 의원이 발의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국립노화연구원법)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산지역이 국립노화연구원 유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센터는 대구가 유치에 나서고 있다. 대구는 정부에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센터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오송 건립이 확정된 국립노화연구원과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센터를 놓고 부산과 대구·경북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파문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북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국책사업은 정부가 국가 유일의 바이오단지인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세계적 바이오 메카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에 따른 것이지만 영남권으로 인해 입지가 흔들리과 있다.
충북도는 그동안 정치 논리에 의한 오송 건립이 확정된 국책사업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정부에 여러 차례 조기 사업 추진을 건의했었다. 도의 건의에도 불구 국립노화연구원과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센터 오송 건립 사업이 표류하고 있어 신공항 백지화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오송 건립이 확정된 국책사업에 대한 입지를 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에 당초 계획대로 조기에 건립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신공항 파문으로 영남권의 이반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요구 사항이 수용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지역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
'2011/04/01'에 해당되는 글 26건
- 2011.04.01 ‘신공항 쓰나미’ 충북 현안사업 덮치나 1
- 2011.04.01 서원학원 정상화 터널 ‘끝보인다’
- 2011.04.01 도안신도시 학교 ‘거의 전쟁터’
- 2011.04.01 한화 류현진·롯데 코리 2일 개막전 선발 격돌
- 2011.04.01 “동남권 달래기식 과학벨트 분산 절대안돼” 4
- 2011.04.01 법주사 문화재관람료 인상 ‘시끌’
- 2011.04.01 박성효 최고 “과학벨트 분산 안 돼”
- 2011.04.01 속세의 시름은 잠시… 산사에서 여유를 찾다
- 2011.04.01 지방공항 ‘만성적자’
- 2011.04.01 MB, 4월 1일 신공항 무산 입장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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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원학원 김병일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교내 대학본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원정상화를 위한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 | ||
인수희망자와 전임재단과의 채권채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법인 서원학원(이하 서원학원)이 학원정상화를 위해 5월 중 학원인수자 공모에 나서기로 해 향후 급격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일 학교법인 서원학원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4월 중에 신규 재단 공모를 위한 준비를 마무리하고 5월부터는 재단공모작업에 돌입, 빠른 시간내에 재단영입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모든 준비를 마치겠다"며 "협상이 마무리되거나 쟁송이 종결되는 즉시 신규재단이 학원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한 "이를 위해 이사회에서는 공모기존계획(마스터 플랜), 공모운영규정(이사회), 선정운영위원회 구성, 공모절차 및 평가방안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원학원은 빠르면 5월 중에 우선인수협상자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의 이 같은 발표는 그동안 인수희망자인 현대백화점그룹과 박인목 전이사장과의 채권채무관계 정리를 당사자들끼리 해결하기를 기대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학원정상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원학원 이사회가 이처럼 방향을 선회한 배경에는 이미 200억 원을 넘어선 부채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연 25%의 지연이자로 인한 부담, 2015년부터로 예정된 지방대학의 위기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특히 교과부로부터 임시이사들이 파견된지 1년 4개월이 됐지만 현대백화점그룹과 박 전이사장 간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고 소모적인 법적 소송만 진행되고 있어 더 이상 당사자들에게만 문제 해결을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30일 열린 서원학원이사회에 참석, 박 전이사장이 출연했던 부동산 2건과 현금 및 경과 이자를 반환해 주겠다는 보상원칙을 밝히고 박 전 이사장측이 협상을 계속 거부해 공모절차를 통해 서원학원 인수자가 되는 경우에는 당초 지급하기로 한 보상금액을 지역사회나 교과부에서 지정하는 곳에 전액 기부처리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측은 박 전이사장 측이 승소 가능성도 없는 각종 소송들을 계속 진행하면서 시간을 끌수록 서원학원은 물론 서원대 학생들이 입는 피해가 커지게 되며, 현대책화점그룹의 제안을 거부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박 전 이사장 본인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날 "그동안 다져온 서원학원의 안정을 기반으로 이제는 '과감한 서원학원 완전 정상화 조치'를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는 바로 교학이념이 투철하고 실력있는 새로운 재단 영입"이라고 말해 주도적으로 새로운 재단 영입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김규철 기자 qc258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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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3월 개교한 대전 도안신도시 내 원신흥초교 앞이 택지정리와 도로개설 등으로 덤프트럭과 중장비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다. 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 ||
대전 도안신도시 내 신설학교들이 지난 3월 일제히 개교를 시작했지만, 교육환경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문만 나서면 주변은 온통 공사판인데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들로 어린학생들은 안전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채 등·하교를 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입주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학생수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지만 사고를 예방할 만한 안전장치는 전무해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대전시교육청은 신설학교 개교 시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인 학생통학 안전을 위해 통학불편 해소와 학생 안전사고 예방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또 학교 인접학생 통학로 정비, 횡단보도 설치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막상 개교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이 지역 교육환경은 각종 공사자재들이 이곳저곳에 방치돼 있는 것은 물론 과속을 일삼는 덤프트럭 등으로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찾은 A초등학교 주변 상황은 심각했다.
교내 기반시설만 제대로 갖춰졌을 뿐, 교문을 벗어나자 마자 미비한 가로수 정비로 30cm 깊이의 웅덩이가 파여져 있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또 학교 옆 2차선 도로는 대형 덤프트럭들이 어린이보호구역 표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빠른 속도로 오가며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출했다.
B초등학교는 담을 사이로 막바로 낭떠러지가 나타났고, 작업을 멈춘 포클레인은 물론 대형 콘크리트 하수관까지 방치되면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감지되고 있었다.
기존 위치해 있던 C고등학교 역시 교문 주위로 각종 공사자재들이 가득차 있었고, 학교 주변 부지는 파헤쳐져 5m가량의 낭떠러지가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안전을 위한 표지판 부재로 운전자들이 중앙선 침범은 물론 역주행을 하는 등 이 지역 도로는 ‘묻지마 도로’로 전락한 상황이다.
학부모 최 모(40) 씨는 “아이를 등·하교 시킬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며 “도로정비, 학교 주변 안전시설물 등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임시개통 된 도로 곳곳에 정체불명의 요철들이 들쑥날쑥 튀어나와 있고, 중앙선 식별조차도 어려워 학생 통학 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교육청은 도심 정비 중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입장만 내비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덤프트럭 속도제한은 경찰청, 안전시설은 구청 소관이기 때문에 교육청 및 학교에서 신경쓸 부분은 제한돼 있다”며 “각 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안전사고예방 등에 대해 당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독수리가 갈매기를 상대로 원정 개막전에 나설 필승카드를 꺼내들었다.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는 오는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개막전 선발투수를 확정했다.
한화가 일찌감치 류현진을 선발로 예고했고 롯데는 브라이언 코리를 결정했다. 이로써 ‘토종 괴물’ 류현진과 ‘미제 용병’ 코리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두 투수는 시범경기에서 약속이라도 한듯 3경기에서 나란히 2승을 기록해 이번 경기가 자존심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한화는 류현진을 오는 5일 대전 홈개막전 KIA를 상대로 내보낼 가능성이 높았지만 첫 경기부터 과감하게 투입키로 했다.
류현진은 140㎞ 중후반대 묵직한 직구와 완벽한 제구, 그리고 결정구로 쓰는 서클체인지업이 예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맞서는 코리는 미국과 일본에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컨트롤이 안정돼 있고 체력적으로도 문제없다는 평이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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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재형 국회부의장, 오제세 국회의원 등이 지난달 31일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분산배치 철회와 충청권 유치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분산 배치설과 관련, 충북지역 정치권이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홍재형 의원 등은 31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권이 대구·경북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과학벨트 분산배치를 강행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신공항 백지화와 과학벨트의 대구·경북 분산배치를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대통령이 과학벨트 공약을 파기했던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학강국 실현이란 목표를 버리고 대구·경북 민심 달래기를 위해 과학벨트를 분산한다면 장차 국가적 불행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분산배치를 시도한다면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충북도의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과학벨트) 분산조성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지적했듯 국제기초과학 거점의 형성이라는 과학벨트의 목표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특히 포항지역은 몇 일전 3.2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듯이 지반 침하현상으로 인해 현재의 가속기 가동도 큰 난관에 봉착해 있는 부적합한 입지임을 다시 한 번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의회는 “과학벨트 조성은 정치적인 논리와 힘의 논리를 떠나 당초 공약의 기반위에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최적지인 충청권에 반드시 조성돼야 한다”며 “과학벨트가 반드시 충청권에 조성되도록 범 충청권 3개시도와 광역·기초의회, 시민사회단체와 긴밀하게 연대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법주사는 이날부터 성인은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청소년은 1400원에서 2000원으로 각각 문화재관람료를 올린다. 초등학생만 종전대로 1000원을 받기로 했다.
법주사 측은 “대폭 오른 물가와 매년 늘어나는 문화재보수비를 충당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인상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법주사의 문화재관람료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지역상인들은 법주사의 문화재관람료 인상이 관람객 감소로 이어져 지역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주산 인근 상인 A 씨는 “안그래도 타지역 사찰보다 비싼 문화재관람료때문에 관광객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추가 인상까지 하니 아주 발길을 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문화재관람료 논란도 재연되고 있다.
법주사는 속리산을 오르는 등산로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다. 즉 법주사를 관람하지 않고 속리산 등산만 하는 등산객에게도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등산객들은 문화재관람료가 아닌 ‘통행세’라며 반발해왔다.
등산객 B 씨는 “법주사를 관람하지 않았는데도 문화재관람료를 받아 기분이 언짢았고 타 지역에서는 문화재관람료를 없애는 사찰도 있는데 오히려 인상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보은=황의택 기자 missman@cctoday.co.kr
박 최고위원은 이날 “태안유류피해에 대해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충남도와도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또 이날 회의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 국책사업에 대한 문제와 관련 “내년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공약을 믿으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특히 “지자체장도 당선이 되면 공약한 것에 대해서 적어도 6개월 내에 공약 실천계획을 세워 추진한다”며 “첨복의료산업복합단지 사업 자체도 하나로 됐다가 다시 편의상 (여러지역으로) 나눠주고 세종시와 과학벨트, 동남권 신공항이 노출되면서 정부의 정책수행 능력이나 신뢰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 최고위원은 또 “지금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충청권으로 불똥이 튄다”며 “과학벨트를 나눠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정말 우스운 정부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방종훈 기자 bang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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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덕사 성역화 중창불사 도중 대웅전 앞 경내에서 전탑좌대가 발견됐다. 수덕사 측은 2000년 7월 그 자리에 탑을 세우며, 1988년 스리랑카 종정으로부터 증정 받은 부처 진신사리 3과를 그 안에 봉안했다. 금강보탑으로 명명된 이 탑은 대웅전과 삼층석탑, 칠층석탑과 더불어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
흩어졌던 봄들이 다시 모여 실체를 이루고 있다. 거리의 마른 가지들은 저마다 품고 있던 색을 터트리며 서로를 구분 지으려는 참이다. 나무의 골격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수종(樹種)을 구별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개화(開花)는 보다 확실하게 검증된 계절의 분수령이다. 꽃으로 나무와 계절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다.
살아있으니 살아지는 줄 알다가 봄을 맞았다. 지난해 봄과 별다를 것 없는 일상에 시큰둥하다가도 10년 전, 20년 전, 지금과 다른 공간에서 다른 모습으로 맞았던 그 하늘과 그 봄날을 상기하니 몸이 떨려온다. 과연 살아서 몇 번이나 봄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느닷없는 두려움에 삶이 간절해지면, 어딘가에 몸을 맡기고 싶은 마음도 커지는 법이다. 그 어딘가는 일상에 묶인 우리로부터 너무 가까워서도 멀어서도 안 된다. 피곤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만한 곳이면 족하다. 그래야 부담이 없다.
불법의 혜명이 끊겼던 시기에 법등을 다시 밝히고 선불교를 중흥시켰던 경허선사(鏡虛禪師)는 말년에 승복을 벗고 '돈오하여 이치를 깨침은 부처님과 동일하나, 다생으로 익혀 온 습기는 오히려 생생하다'고 고백하며 곡차를 마셨다. 홀연히 화광동진(和光同塵)하다 속세에서 '박난주'라는 속명으로 생을 마쳤던 선사의 뒤안길은 그 깊은 뜻까지 헤아릴 순 없어도, 일상성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에서 범인들에겐 적지 않은 위로다. 불법을 꽃피우는 경내도, 술꽃을 피우는 사하촌도, 그가 주석했던 수덕사(修德寺)의 일주문에서 멀지 않다.
1. 饑來喫飯 困來卽眠(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잔다)
금북정맥의 등줄기에 자리 잡은 덕숭산(495m)은 동쪽으로 가야산(678m), 서쪽으로 오서산(790m), 동남쪽으로는 용봉산(381m) 등에 둘러싸여 중심부에 바위산으로 우뚝하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산의 형상이 마치 한 송이의 연꽃을 닮아, 예부터 덕숭산에는 사찰들이 많았다. 그중 수덕사는 강원(講院)·율원(律院)·선원(禪院)을 모두 갖춘 조계종 5대 총림(叢林) 중 하나이자 경허-만공-벽초-원담으로 이어지는 선맥(禪脈)을 자랑하는 고찰(古刹)이다. 또한 수덕사는 조계종 제7교구 본사로서 60여개의 말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찰(大刹)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덕숭산은 절의 명성에 가려 수덕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찰인데 확실한 창건 기록이 없는 수덕사엔 구전으로 떠도는 창건 설화가 많다. 수덕사 측은 창건시기를 백제 위덕왕(554~597) 때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 역시 정확한 문헌은 없다. 다만 삼국유사(三國遺事) 제5권 피은(避隱) 혜현구정(惠現求靜)에 '(백제의 승려)혜현이 사비성 북부 수덕사에 머물러 듣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법화경)경을 강설했다'(初住北部修德寺 有衆則講)는 기록과 '혜현이 정관 원년(627년·당 태종의 연호)에 58세로 입적했다'(俗齡五十八 卽貞觀之初)는 기록이 실려 있고, 경내 옛 절터에서 백제 와당(瓦當)이 발굴된 바 있다. 이 같은 기록과 유물들로 유추해 볼 때 창건시기를 백제 위덕왕 재위시로 추정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닌 듯싶다. 따라서 수덕사는 사실상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사찰'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무게보다 수덕사의 가치를 더 묵직하게 만드는 것은 대웅전(국보 49호)이다. 1937년 대웅전 해체수리공사 도중 중앙 마루 도리 밑을 받친 장여 바닥에서 '지대원년(1308년·원 무종의 연호) 4월 17일 기둥을 세웠다'(至大元年戊申四月十七日立柱)는 내용의 묵서가 발견됐다. 수덕사 대웅전은 우리나라에서 절대건축연대가 밝혀진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다. 단청 없는 수수하고 간결한 모양새 속에서 그릴 듯 말듯 곡선의 나래를 펴는 대웅전은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정갈하다. 세월을 견뎌낸 것들 특유의 존엄함이 그림자처럼 건물의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다. 700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웅전 안은 석가모니불을 향해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로 경건하다.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배부른 기둥 앞에 서면, 저 멀리서 아련하게 바닷가가 비쳐온다. 오래전 사람들도 오체투지 후 이곳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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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대웅전. |
2. 사랑아 사랑아
수덕사엔 여승이 없다. 여승들은 견성암(見性庵)과 환희대(歡喜臺) 등 부속 암자에 모여 조용히 수행하고 있을 따름이다. 가수 송춘희의 노래 '수덕사의 여승' 속에 깃든 눈썹달 같은 쓸쓸함의 정한을 좇아왔다면 수덕사는 올바른 목적지가 아니다. 쓸쓸하기로 치자면 백제의 옛 서울에 터만 남은 정림사(定林寺)나 미륵사(彌勒寺)가 더 위다. 또한 수덕사는 '산길 100리 인적 없는' 곳까지 발목시리도록 걸어야 겨우 보이는 절도 아니다. 수덕사 입구 주차장에서 경내 대웅전까지의 거리는 발걸음으로 채 10분도 되지 않는다. 수덕사로 향하는 이들의 옷차림의 태반은 등산복이다. 수덕사는 덕숭산 산행의 기착지다. 수덕사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산행을 겸해 절을 찾는다. 경내는 여기저기서 진행 중인 토목공사와 '인증샷'을 남기려는 이들의 가벼운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수덕여관, 선(禪)미술관, 그 밖의 부속건물 들이 경내와 엄격한 경계로 구분되지 않는 수덕사는 사찰을 넘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수덕사는 이제 작정하고 속세와 친밀한 공간이다.
비구니 절도, 쓸쓸한 절도 아니지만 수덕사엔 시대를 앞선 죄로 비틀린 운명을 살았던 여인들의 흔적이 아직도 절 언저리에 깊게 남아있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왼편으로 초가 하나가 나온다. 짧은 돌다리를 건너면 현판이 보이는데, 이젠 더 이상 숙박객을 받지 않는 '수덕여관'이다.
당대의 신여성으로 남성 중심 사회에 파란을 일으키며 스캔들의 중심부에 서있었던 김원주(일엽스님·1896~1971)와 동갑내기 화가 나혜석(1896~1948)의 동행은 수덕여관을 마지막으로 엇갈렸다. 여성 해방을 부르짖으며 가로막힌 세상을 글로써 질타하고, 자유로운 애정관을 선언하며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했던 김원주는 대개의 선구자들의 운명이 그러하듯 당대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무릎을 꺾었다. 결국 김원주는 1933년 만공선사의 문하에 들어가 굴곡 많았던 그간의 행보를 접고 속세와의 인연을 끊었다.
나혜석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로서 화려하게 주목 받고 지금도 어려운 세계여행을 당대에 감행했던 나혜석도 '영육 일치'를 이룰 정신적 동반자를 찾지 못한 채 좌절했다. 시대의 그늘은 신여성의 '자유연애'와 '여성 해방'을 향한 열망으로 걷어내기엔 너무 짙었다. 파격과 표준의 간극이 줄어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세상만사에 회의를 느껴 속세를 등지려던 김원주에게 현실도피라고 일갈했던 나혜석 역시 완고한 시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병든 몸으로 수덕사로 흘러들어와 만공선사를 찾았다. 그러나 만공선사는 그녀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낙심한 그녀는 수덕여관에 머물며 만공선사의 출가 허락을 기다리는 한편 붓 가는대로 그림을 그렸다. 이때 젊은 청년 이응노가 수덕여관을 찾아왔다.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있던 이응노에게 있어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는 8살 연상의 나혜석은 스승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마음 둘 곳 없던 나혜석 또한 이응노에게 정을 쏟으며 많은 영향을 줬다. 그러나 끝끝내 만공선사로부터 출가허락을 받지 못한 나혜석은 결국 수덕여관을 떠나고 만다. 이후 마곡사에서 잠시 머물렀던 그녀는 행려병자로 세상을 떠돌다 1948년 12월 10일 서울시립병원 무연고자 병동에서 파란 많았던 생을 마감했다.
나혜석이 떠난 뒤 1944년 이응노는 수덕여관을 사들였다. 이후 이응노는 화단에서 승승장구했지만 나혜석으로부터 전해들은 파리에 대한 환상을 끝내 지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이응노는 1958년 부인 박귀희를 두고 21살 연하의 제자 박인경과 더불어 파리로 떠났다. 남편의 출셋길에 지장을 줄까 저어해 이혼장에 도장을 찍어준 박귀희는 홀로 남은 여관에서 망부석처럼 모진 삶을 이어갔다. 이후 1968년 뜻하지 않게 '동백림사건'으로 대전 형무소에 수감된 이응노는 박귀희와 멋쩍게 재회한다. 박귀희는 법적으로 남인 그를 지극정성으로 옥바라지했다. 2년간의 옥고를 치른 이응노는 수덕여관에서 몸을 돌보며 잠시 그녀 곁에 머물렀지만, 삼라만상을 담고 있다는 암각화만 너럭바위에 덩그러니 남긴 채 2개월 만에 다시 파리로 떠나고 만다. 그것이 인연의 마지막이었다. 1989년 이응노가 파리에서 타계한 뒤에도 수덕여관을 지켰던 박귀희는 2001년 2월 23일 밤 92세를 일기로 한 많은 생을 내려놓았다. 그 후 한동안 폐허로 방치됐던 수덕여관은 수덕사에 인수돼 복원, 지금에 이르고 있다.
불꽃같은 사랑의 회한을 종교로 위로했던 김원주, 절망의 끝까지 달려가 절망으로 생을 마감한 나혜석, 사무치는 정한 속에서 애오라지 돌아오지 않는 사랑을 그리워했던 박귀희… 많은 이별들을 감싸고 있는 수덕여관에 어울리는 노래는 '수덕사의 여승'보다 권혜경의 '산장의 여인'이다. 권혜경은 노랫말처럼 충북 청원군 남이면 외천리 외딴집에서 홀로 지병을 앓다 2008년 5월 25일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단풍잎만 차곡차곡 떨어져 쌓여있네.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 - 권혜경 '산장의 여인' 中
예산=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김동근 기자 dk1hero@cctoday.co.kr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내린 가운데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청주공항 등 지방공항의 현주소가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신공항 건설보다는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존 지방공항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확대가 우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지방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 대구, 청주, 무안, 양양(이상 국제공항), 광주, 원주, 군산, 울산, 여수, 포항, 사천(이상 국내공항) 등 모두 14곳.
이 가운데 서울 김포공항과 부산 김해공항, 제주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1곳 모두 심각한 적자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국토해양부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14개 지방공항의 적자 총액은 2121억 9400만 원으로 한해 평균 424억 3800만 원에 달했다.
3개 흑자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공항을 이용한 여객수 또한 2005년 667만 4000명에서 2009년 582만 3000명으로 감소추세에 있다.
중부권 관문공항을 표방하고 있는 청주국제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경영손실이 2007년 43억 원, 2008년 54억 원, 2009년 58억 원 등 해마다 적자폭이 늘고 있다. 이는 적자 공항 11곳 중에서도 하위수준으로 2009년 말 기준 적자폭이 청주공항보다 큰 곳은 울산, 무안, 양양, 여수 등 4곳에 불과했다.
지방공항이 만성적자를 편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빗나간 수요예측과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위치 선정, 고속철도 개통, 고유가 등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민영화 절차를 밟고 있는 청주공항만 보더라도 당초 기대와 달리 적자에 따른 항공사들의 잇단 노선 폐쇄로 '초미니 동네공항'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특히 다른 공항들이 정기노선으로 운영되는 것에 비해 그동안 부정기 노선에 의존하며 국제공항으로서의 명맥만을 겨우 이어왔다. 이 때문에 공익성을 목적으로 하는 공항인 만큼 이들이 활로를 찾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수반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흑자 전환을 위해선 항공수요를 늘리는 방법 밖에 없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공항공사의 노력만으론 쉽지 않은 만큼 정부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지역인사는 "새로운 공항을 늘리기 보다는 기존 공항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지원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특히 지방공항이 해당지역 경제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공익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해양부는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으로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과 저비용 항공사 취항 등을 검토중이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국내 공항 실적>
공항 | 연간 운항편수 | 당기손익 |
김포 | 11만 8514 | 689억 원 |
김해 | 6만 2225 | 530억 원 |
제주 | 10만 3426 | 322억 원 |
광주 | 1만 315 | -12억 원 |
원주 | 673 | -16억 원 |
대구 | 8287 | -19억 원 |
군산 | 1387 | -22억 원 |
사천 | 1983 | -35억 원 |
포항 | 3598 | -56억 원 |
청주 | 9185 | -58억 원 |
울산 | 8632 | -61억 원 |
무안 | 1058 | -68억 원 |
양양 | 134 | -72억 원 |
여수 | 5658 | -79억 원 |
(연간 운항편수:2010년 기준, 당기손익:2009년 기준)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무산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31일 “이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 그동안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영남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을 밝힐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일부에서 과학벨트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혼선이 야기되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신공항 무산에 대해 정부의 평가 과정 등을 설명하며,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종시 수정안을 제안했을 때 처럼 공식 사과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김황식 국무총리를 통해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잘 이해시켜달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방종훈 기자 bangjh@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