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항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5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구판장 규모의 슈퍼마켓과 허름한 여관은 수학여행 때나 봤을 법한 규모다. 중화요리집은 60·70년대 그대로의 모습이고, 노래방은 과연 신곡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조악하다. 식당들은 하나같이 따로 건물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가정집 대문에 간판을 달아놓아 언뜻 보면 장사하는 곳 같지 않다. 나재필 기자

봄바람이 났다. 득달같이 달리는 속도의 세상에서 벗어나 딱 하루만이라도 조금은 느리게 가는 풍경을 보고 싶었다.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길을 찾는 여유를 갖고 싶었다.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을 배반하고 속도를 거스르는 여행, 바로 느린 여행(slow travel)이다. 이 느린 여행은 그림자와 함께 걷는 시속 3㎞의 '불편한 여행'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차에서 내리지 않고서는 볼 수 없으니 그렇고, 길에 내려서서 사람과 내음을 직접 접촉해야하니 그렇다. 풍경은 빨리 지나치는 자에게 표정을 내어주지 않는 법이다. 장항이라는 동네는 시간이 멈춰있어 흑백필름의 낡은 피사체 같다. 마치 유년의 기억 한쪽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정거장처럼.

장항은 관광도시로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서해의 한 모퉁이, 충청도 서남단 끝자락에 붙어있는 작은 읍 정도로만 알고 있다. 철새의 보고 금강하굿둑과 영화 JSA 촬영지인 신성리 갈대밭,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마량포구와 동백나무숲, 춘장대 해수욕장이 있다는 것은 간과한다. 한울타리에서 동락하고 있는 서천의 한산모시와 소곡주에 묻혀버렸다는 인상도 받게 된다. 그러나 장항은 다른 유명관광지와는 달리 아직도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고유한 향리 모습들이 잘 보존돼 있다.
 

   
▲ 사진은 장항사람들 3할을 먹고 살게 만들었던 옛 장항제련소의 모습. 120m 바위산에 90m 높이로 건립됐다.

장항읍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전북 군산시와 도계를 이루고 있는 인구 1만 4000여명의 도·농 복합지역이다. 읍이란 자고로 인구 2만 명이상이 되어야하지만 지방자치법에 의거 '군 사무소 소재지의 면에 해당'돼 읍의 명맥을 지키고 있다. 1939년 읍 승격이 됐으니 역사는 72년에 이른다. 비교적 넓은 평지를 이뤄 쌀·보리, 채소 등의 농사가 가능하나 그리 활발하지 못하고, 어로 및 천일제염이 성하다. 본래 한촌이었는데 1931년 장항선이 개통돼 충남 서북부 지방의 탄토항(화물출입이 많은 큰 항구)이 됐고, 1936년 남한 유일의 건식제련소인 장항제련소(현 LS메탈)가 건설되면서 유명해졌다. 장항제련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굴뚝인데 해발 120m 바위산에 90m 높이로 건립됐다. 현재 이 굴뚝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 역사가 말해주듯 현존하는 지명 또한 정겹고 살갑다. 산이 빗겨져 있다 해서 비그매, 부자가 떠나지 않은 마을이라서 살리라 부른다. 성줏골, 원두골, 정자말, 가정멀, 당매, 대추말, 구렁말, 모금외, 방죽굴, 세멀, 원모루, 무네미, 까지멀, 당크매, 성박기, 질구지, 양철뜸, 용수멀 등 하나같이 토속적이다. 1929년부터 갈대밭을 개척해 만든 창선동은 지금 장항의 중심부로 나의 외갓집이기도 하다. 어릴 적 이곳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개울에서 참게 잡던 생각이 40년 세월을 뛰어넘어 아련하다. 어머니의 유년과 자식의 현재가 겹쳐 사련이 탄다.

장항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5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직도 일제시대 건물을 상당수 볼 수 있는데 현대식 간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야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구판장 규모의 슈퍼마켓은 결코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았다. 그 옛날 아버지들이 구판장에 가서 노동의 피로를 달래며 김치 쪼가리에 막걸리 한 사발 마시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카페가 아닌 전통 다방은 당장이라도 LP음반과 턴테이블에서 추억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다방안에선 감미로운 목소리의 DJ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턴테이블에 판을 걸고 '멘트'를 날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귀, 감초 냄새 풍기는 서너 평 남짓의 한약방과 도시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아주 작은 약방이 '길거리의 감초'처럼 남아있다. 여관과 중화요리집은 60·70년대 그대로의 모습이고, 노래방은 과연 신곡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조악하다. 식당들은 하나같이 따로 건물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가정집 대문에 간판을 달아놓아 언뜻 보면 장사하는 곳 같지 않다. 건물들 대부분도 2층이다. 마치 고도를 잃어버린 양 마천루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개들도 팔자 좋게 늘어져 봄을 즐기고 있다.

사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보면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게 된다. 아니, 익숙한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된다. 오래된 도시, 오래된 풍경이 사람이 늙어가는 속도보다도 느리다. 골목에 접어들면 마치 유년의 추억이 툭툭 튀어나올 것만 같다. 코흘리개들이 하드를 사먹기 위해 비료포대나 보습 깨진 것, 고철덩이를 들고 나올듯하고, 유년의 고샅을 점령했던 땅따먹기, 말타기, 고무줄, 자치기, 비석치기, 구슬치기, 오자미 판이 당장이라도 벌어질 풍경이다.
 

   
 

도시 자체가 마치 소품처럼, 드라마세트장처럼 살갑다. 늙었으나 늙지 않고 잠자는 마을, 아직도 소꿉장난처럼 아기자기한 마을. 길 하나 물어봐도 만사 제쳐놓고 느긋하게 가르쳐주는 사람들. 세상은 2012년을 향해 달려가는데 1970년대에 머물러 있으니 세상의 밖에서 속도의 시대를 비웃고 있는듯하다. 동행한 정진영 기자는 동네를 둘러보고는 '갤러그(70·80년대 전자오락게임) 같은 곳'이라 했다. 이형규 기자 또한 '천천히 다닐 수밖에 없게 만드는 동네'라고 했다. 실핏줄처럼 잔잔히 흐르는 동네의 숨은 4㎞는 가히 흑백필름 영사기를 돌리듯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장항에서 군산까지는 배로 8분이면 건너지만 그 80년 뱃길은 금강하굿둑이 생겨 쇠락했다. '아날로그 철길'의 대명사 장항선도 이제 종착역의 이름을 떼고 읍내서 먼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장항선: 천안~장항까지 총연장 143㎞ 구간에 29개 역) 황량한 벌판 위에 역사(驛舍)만 홀로 서 있어 살풍경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몇 발짝 움직이면 역에 다다를 수 있었지만 이제 택시를 이용해야만 하니 그 '빠름의 변모'가 다소 씁쓸해진다.

최근 장항은 '주식회사 장항'을 선포하고 옛 명성 회복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중법적인 잣대가 어쩔지는 몰라도 아날로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행복하게 전진했으면 한다. 장항의 '느림'과 아날로그 풍경들이 기억속에 오래 갈 것 같다.

장항=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서천=노왕철 기자 no8500@cctoday.co.kr
 

◆서천(장항)의 8경
△제1경 마량리동백숲과 일출(서천군 서면 마량리) △제2경 금강하굿둑과 철새도래지(마서면 도삼리) △제3경 한산모시마을(한산면 지현리) △제4경 신성리갈대밭(한산면 신성리) △제5경 춘장대해수욕장(서면 도둔리) △제6경 문헌서원(기산면 영모리) △제7경 희리산 자연휴양림(종천면 산천리) △제8경 천방산 풍광(문산면 신농리)

◆서천(장항의 축제)
△한산모시문화제 : 매년 6월, 한산면 지현리 일대 △홍원항 전어축제 : 매년 10월, 서면 홍원항 △세계철새축제 : 매년 11월, 금강철새조망대 및 금강호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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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거점지구 후보지로 5~6곳을 과학벨트추진위원회(이하 과학벨트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14일 도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는 13일 충북 등 전국 자치단체에 과학벨트 거점지구가 입지할 만한 부지를 22일까지 보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부지현황조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제시한 거점지구 입지평가 대상지역 조건은 전체 면적이 165만㎡(50만 평) 이상일 것, 산업단지 등과 관련해 지구 지정을 마쳤거나 지구 지정을 추진 중인 곳 등이다. 이에 따라 도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오송제2산업단지, 음성 태생국가산업단지, 충주 기업도시, 진천·음성혁신도시 등을 후보지로 신청할 계획이다.

과학벨트위는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들어설 과학벨트 거점지구 입지평가 대상지역을 '비수도권에서 50만 평 이상 개발 가능한 부지를 확보한 전국 시·군으로 정했다. 과학벨트위는 각 지자체로부터 후보지역을 제출받아 입지평가를 거쳐 5곳으로 압축 후 5월 말이나 6월 초에 최종 거점지구 입지로 확정할 예정이다. 도가 교과부에 후보지역을 제출할 계획인 가운데 충북의 우수한 입지조건이 제대로 평가될지 주목된다.

충북은 중부권 관문역할을 하고 있는 청주국제공항과 두 개의 고속도로, KTX오송분기역 등 교통여건이 우수하고, 국토의 중심에 있어 전국 어디서나 접근이 용이하다. 일부 지역이 화강암반지역을 형성하고 있어 지반 안정성 및 재해 안전성을 갖췄다. 오송과 오창지역이 보건의료산업과 최첨단산업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과학벨트의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추고도 충청권 공조 ‘들러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다. 충청권은 과학벨트의 세종시, 오송·오창, 대덕 벨트화를 주장해왔다. 과학벨트의 집적화가 확정되면서 대전권 거점지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따라서 충북도는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이라는 기본입장을 고수하면서 도내 지역의 거점지구 지정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박경국 충북도행정부지사는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통합배치되는 만큼 우려했던 분산배치는 없을 것”이라며 “충청권 유치를 전제로 충북의 실익을 따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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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충만한 생기는 개화(開花)로써 증명되는데, 동백은 겨울과 봄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에 가장 먼저 파고들어 화등(花燈)을 밝힌다. 개중에 성질 급한 녀석들은 한겨울에 눈꽃과 더불어 요염하게 피어나 눈길을 붙잡는다. 계절을 거스르는 매혹 앞에 동백(冬栢)이라는 이름은 필연이었을 터이나, 사실 동백은 겨울보다 봄에 흔한 봄꽃이다. 동백은 대개 봄의 문턱인 3월부터 기지개를 펴 4월까지 꽃을 피운다. 그러다보니 어느 지역에선 춘백(春栢)으로 불리기도 한다지만 동백은 동백이라고 불러야 제 맛이다. 왠지 그래야만 될 것 같다.

남쪽 땅 끝에서 북상한 동백은 충남 서천군 마량리에서 머뭇거린다. 마량리는 동백의 북방한계선과 포개진다. 북방한계선의 문지방을 넘지 못한 동백은 비인만 끝자락 해안 언덕에 무리를 이룬 채 오랜 세월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오래된 것들엔 전설과 역사의 구분이 모호한 옛이야기가 따르기 마련인데 숲을 이룬 마량리의 동백 또한 예외 아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마량리 동백숲의 기원은 50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량의 수군첨사로 있던 관리는 꿈에서 '바닷가에 핀 꽃 뭉치를 퍼트리면 마을에 늘 웃음꽃이 핀다'는 계시를 받았다. 이에 다음날 바닷가에 나가 보니 과연 꿈에서 보았던 꽃이 떠다니고 있어 관리는 이를 가져다 마을 곳곳에 심었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다소 싱거운 옛이야기지만 소박해 정겹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매년 음력 정월이면 동백숲에서 풍어제를 지내왔다고 한다. 지금도 동백숲엔 풍어제와 당제를 지냈던 당집이 남아있다.

대전충남생명의숲 이인세 사무처장은 "현재 통용되고 있는 마량리 동백숲의 500년이란 수령(樹齡)은 전수조사를 통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수집된 자료에 근거하는데, 확실한 수령은 나무를 베어내기 전까진 알기 어렵다"며 "생육 상태로 보면 대단히 오래된 나무인 것만은 확실하고, 숲 곳곳에 사람들의 관리를 받은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500년이라는 수령은 확실치 않아도 동백숲이 오랜 시간동안 마을 사람들로부터 귀하게 여겨져 왔음은 분명한 듯싶다. 이젠 마을뿐만 아니라 나라에서도 이를 귀하게 여겨 숲의 동백나무 80여 그루는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대접받고 있다.

농부의 그을린 피부, 보디빌더의 근육, 발레리나의 곡선…. 외양은 반드시 살아온 삶의 궤적을 따르기 마련인데 마량리 동백숲 또한 그러하다. 북방한계선에서 자라나는 특성상, 숲을 형성하는 동백의 수고(樹高)는 2~3m 내외로 500년을 헤아리는 수령을 무색하게 만든다. 거센 바닷바람도 낮은 수고의 주된 이유다. 마량리 동백은 수고를 높여 위태로워지는 대신 땅에 들러붙음으로써 삶의 방편을 찾았다. 숲의 동백들은 대부분 뿌리와 가까운 지점서부터 옆으로 두세 개의 줄기로 갈라져 자라고 있다.

줄기에 수많은 곁가지들이 넓게 퍼져있어 마량리 동백숲엔 그늘이 항상 이파리마냥 짙푸르다. 오랜 세월 바닷바람과 갯내음에 절여져 구불거리는 동백의 줄기는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부의 억센 팔 근육을 닮아있다.

바람 잘 날 없는 마량리 동백숲에선 노거수로 대접받는 나무들에게서 느껴지는 아늑함보단 고단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치열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마을 사람들이 왜 화등 밝은 동백숲에서 풍어제를 지냈는지 이해할만하다. '한 오백년' 두껍고도 얇은 삶을 살아온 마량리 동백숲에선 아직도 현역의 생생함이 느껴진다.  

   
▲ 천연기념물 제169호인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동백정에 오르면 물빛 고운 바다와 작은 섬 오력도가 한눈에 펼쳐진다.

여느 때보다 쌀쌀했던 지난 겨울의 잔영 때문에 올 봄 마량리 동백숲에선 개화가 더디다. 덜 피어난 동백숲 안에선 봄은 아직 모호했지만 볕드는 숲 외곽엔 제비꽃 주단이 촘촘히 깔리고 있었다. 만개하진 않았지만 이미 동백꽃은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는 배짱으로 저마다 개별적으로 피고 지기를 거듭하고 있었다.

더딘 개화에도 봄 햇살은 구석구석 닿고 계절의 변화역시 모호함을 딛고 결국 이어지는 법이다. 짙은 초록의 잎사귀는 붉은 꽃잎과 보색을 이루고, 붉은 꽃잎은 여린 노란 수술을 감싸고 있어 동백은 색조로 강렬하다. 나무 그늘 아래선 시들기도 전에 송이 채 떨어진 동백꽃들이 새로운 꽃밭을 이루고 있다. 여전히 생기 있는 꽃송이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처연함을 느끼기도 전에 가지 여기저기서 동백꽃이 송이 채 하나둘씩 툭툭 떨어져 당혹스럽다. 애초에 동백숲에선 만개란 없는 모양이다. 다른 곳에선 동백꽃이 지는 5월초까지도 마량리에선 이 같은 사태가 듬성듬성 반복된다.

지난 1965년 한산군 옛 관아의 목재를 옮겨다 지었다는 동백정에 오르면 물빛 고운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엔 의도된 소품마냥 작은 섬 오력도가 놓여있다. '옛날에 장수가 바다를 건너다 신발 한 짝을 빠트린 게 섬이 됐다'는 전설이 섬에 얽혀 있으나 동백숲에 얽힌 전설과 마찬가지로 확인할 길이 없다. 섬 앞으로 작은 고깃배가 희미한 물꼬리를 매단 채 바다를 가른다. 또 다른 고깃배가 철썩거리는 파도를 딛고 해무 속으로 아득히 멀어져간다. 갈매기 몇 마리가 짙은 해무를 숨죽이며 저어간다. 확인할 수 없어도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법이다. 

   
 

마량리가 속해있는 비인반도는 동서로 바다와 면한 데다 갈고리 모양으로 휘어져 동쪽 바다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덕에 해돋이와 해넘이가 공존하는 마량리엔 해마다 정월이면 관광객들이 몰린다. 동해안이 부럽지 않은 해돋이 명소다.

해넘이와 달리 해돋이는 동짓날 전후 30여 일간 한시적으로만 볼 수 있다. 동백꽃 피는 봄엔 해넘이뿐이지만 쏟아지는 낙조에 물드는 수평선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일이란 눈에도 복이고 입에도 복이다.

서천의 명물 주꾸미의 살이 여무는 시점은 동백꽃 필 무렵과 비긴다. 지금 동백숲 아래선 제철 주꾸미를 맞이하는 축제가 한창이다. 동백꽃으로 눈을 채웠다면 이번엔 주꾸미 꽃으로 배를 채울 차례다. 뜨거운 물에 데쳐진 주꾸미는 짧고 통통한 여덟 다리를 방사형으로 펼치며 냄비 속에 봄꽃을 피운다. 날 풀리며 침침해진 봄 입맛을 밝히는 덴 제철 주꾸미가 제격이다. 산란기를 앞둔 주꾸미의 머릿속엔 별미인 '밥알'이 꽉 들어차있다. 주꾸미 축제장 한구석에선 '500년 동백꽃 후계목'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금 마량리 동백숲에 부는 갯바람엔 부풀어 오른 흙냄새와 더불어 풋것의 비린내가 스며있다. 올 봄에도 마량리 동백숲엔 꽃이 피었다.

서천(마량리)=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사진=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 자연으로 가는 관문 ‘충청의 마을숲’은 산림청 녹색사업단 지원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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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을 꿈꾸던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보험왕을 코앞에 두고 있다.

‘수상한 고객들’은 보험설계사가 보험왕이 되기위해 단 한명의 고객도 놓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전한다. 또 결코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예측불허의 고객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활약상을 자잘하게 그려냈다.

한때 야구선수였던 배병우(류승범)는 출세와 성공을 목표로 꿈을 버리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 업계에서 최고의 보험왕으로 인정받은 배병우. 이미 스카우트도 결정되고 연봉 10억 원의 꿈에 부풀어있다. 하지만 그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치에 처한다. 한 고객의 자살로 인해 그 고객의 가족들에게 자살방조죄로 고소를 당하게 됐기 때문. 이 일로 2년 전 자신이 보험왕이 되는 데 눈이 멀어 자살시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보험에 가입시킨 일을 떠올린다.

결국 고객 자살방조혐의로 인생 최대 위기에 처한 그는 여자친구 혜인(서지혜)과도 이별을 맞고, 과거 고객과의 찜찜한 계약을 떠올리며 그들을 일일이 찾아 나선다.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가수 지망생 소연(윤하)과 환경미화원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네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우고 있는 복수(정선경), 틱 장애가 있어 입만 열면 욕설을 내밷는 노숙자 영탁(임주환), 딸과 아내를 캐나다로 보낸 기러기 아빠 오부장(박철민)이 그들이다. 
 

   
 

보험회사에서 내사가 진행되자 병우는 산동네를 오르내리고 지하철에서 노숙까지 하면서 이들의 생명보험 계약을 해지하려고 한다.

영화는 병우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결코 동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카메라는 희망과 절망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담담히 좇아간다.

영화의 뻔한 내용이지만 가슴을 울리며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에서 현실의 냉기와 희망의 온기를 모두 짊어지고 있는 사람은 병우다. 뜻하지 않게 타인의 삶에 들어가면서 병우의 일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병우를 연기한 류승범의 캐릭터 소화 능력은 완벽하다.

스크린 속 병우의 눈빛을 보면 놀랄만큼 진정성이 담겨있고 특유의 표정과 말투는 관객들을 웃긴다. 또 그는 총 촬영분에서 4회차만 빠지는 많은 분량을 소화해냈다.

허나 그의 매력적인 모습에 시선이 가는 건 맞지만 깊숙한 내면이 변화되는 과정은 뻔한 스토리를 답습한다. 등장 인물들이 이어달리기를 하듯 저마다의 사연을 차례로 펼쳐 보이는 느슨한 전개는 종종 TV 드라마를 보는 듯 평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감동과 함께 웃음까지 줘야함에 부담을 느껴서일까. 영화는 잔재미로 가득하지만 그것들을 단단히 지탱하는 굵은 동아줄이 없다. 때문에 영화가 제공하는 오락은 분해되거나 환원되고, 눈시울 적시는 울림은 더더욱 없어 아쉽다. 
 

   
 

하지만 ‘수상한 고객들’은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충분히 흥미롭다. 배우들은 편안하게 연기했고 감독은 부드럽게 찍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목표로 삼은 것들을 대부분 성취했다.

또 감독이 자살이란 소재로 사람들에게 위안과 소통을 주기위해 휴먼 드라마 형식을 지향한 점은 영화를 만드는 이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해 뭉클하기도 하다. 영화에는 가수 윤하가 연기에 도전했으며 유튜브 연주 영상으로 화제가 된 기타 신동 정성하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감독 및 연출은 각종 뮤직비디오와 각종 광고를 찍은 조진모의 데뷔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24분.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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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발생한 농협전산망 장애로 인해 전국적인 혼란이 지속된 가운데 충북도 금고 등 지자체 금고운영 관련 규칙에 이에 대한 평가항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보완이 요구된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도금고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의 '금고지정 평가기준'에는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등 전산처리 능력, OCR센터 운영능력 및 계획 등 금고업무 관리능력에 대한 평가항목을 정하고 있다. 이 규칙의 '평가항목별 세부평가기준 및 방법'에는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등 전산처리 능력'을 금고관련 세입세출의 자금관리 및 지방세 수납개선을 위한 전산시스템 운영계획(안)을 제출받아 비교·평가한 후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배점하라고 돼 있다.

또한 'OCR센터 운영능력 및 계획'에는 OCR센터 운영능력 및 계획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한 후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배점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도금고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은 금융기관에서 운영하는 전산망 규모나 전산장애 등으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에 대비한 예비서버 보유 여부, 긴급 안내문자 발송서비스 등 유사시 전산 관련 대응능력 평가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내용은 도내 각 시·군의 금고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도 동일하게 돼있으며 '전산장애 발생시 대응능력'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 지자체는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금고 선정시 전산장애에 대한 대응능력을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지난 12일 발생한 사고처럼 전국 전산망이 모두 정지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2일 농협전산망이 일제히 다운되자 도와 각 시군 관계자들은 공문을 하달해 공사발주 등 업무를 늦추는 등 대책을 마련,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지자체로부터 입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업체들은 하루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

시민 A(46·청주시 상당구) 씨는 "전국적인 전산장애가 일어난 상황에서 농협의 모든 전산망이 다운돼 고객들에게 안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럴 때를 대비해 휴대전화 등 고객정보는 별도의 서버에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민 B(44·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씨도 "정전이 돼도 예비발전기를 가동시켜 정전시간을 단축하고 있는데 예비서버를 마련해 전산망 다운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며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있는 농협이나 이를 평가항목에도 넣지 않은 지자체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농협전산망이 마비된 후 금고운영상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며 "연말로 예정된 도금고 지정시에는 전산시스템에 대한 보완책을 평가항목에 넣는 방안을 놓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qc258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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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 충북지부가 유가폭등으로 다음달부터 비수익 노선에 대해 감축 운행에 돌입하겠다고 나서 교통난과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충북도내 버스업체가 유가폭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다음달부터 비수익 노선에 대한 감축운행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교통난이 예상되고 있다.

14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 충북지부에 따르면 도내 22개 시내·농어촌버스, 시외버스 업체는 유류비 인상에 따른 노선버스 운송 원가 인상분에 대한 재정 지원 및 유류세 전액 면제 등의 정부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달 1일부터 비수익 노선에 대한 감축 운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차량은 1185대이며 이 가운데 30% 가량이 비수익 노선 운행버스라고 조합 측은 설명했다. 조합 측은 최근 국토해양부에 보낸 건의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버스요금 조정 이후 기름 값이 ℓ당 228원이나 올라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데도 정부는 택시의 유류세만 전액 면제해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26대의 버스로 진천군내 농촌지역을 운행하는 진천교통은 매월 7만여ℓ의 경유를 사용하고 있으나, 유가 급등으로 연간 3억여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 측은 "지역별 요금 조정으로 행정 비용이 낭비되고 있으며 요금조정 시기도 달라 주민 혼란만 가져오고 있다"며 "정부의 시내·농어촌버스 요금 통제를 즉시 철회하고 요금조정 시행 및 지자체의 요금조정 결정권을 국토해양부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 측은 또 버스요금 조정 물가연동제 시행, 버스 회사가 신고만으로 적자 폭이 큰 노선에 대한 운행 감축을 시행할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운송사업조합 심상호 전무이사는 "대부분의 업체가 치솟는 유가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도를 통해 국토해양부에 건의문을 보냈다"며 "현재로서는 감축에 들어갈 방침이며, 운행중단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심 이사는 “만약 감축이나 운행중단을 할 경우 오지노선부터가 해당이 돼 노약자나 저소득층 등 교통약자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로 보인다”면서 “정부 지원이 불가능하다면 충북도에서 다른 지역처럼 지원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조합 측의 건의내용이 중앙부처에서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도로서는 정부 지원 방안을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면서 “농어촌버스의 경우 도가 아닌 각 시·군이 나서서 업체측과 조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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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도 오르고 비료랑 농약값은 물론 하다못해 삽 한 자루까지 가격이 올랐는데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 거나 더 떨어지니 농사지을 맛이 안 나네요. 그렇다고 농사를 안 지을 수도 없고 걱정이네요.”

본격적인 영농철이 도래했지만 농민들의 얼굴엔 먹구름만 드리우고 있다. 면세유와 농자재 및 농기계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농산물 가격은 오히려 하락한 품목이 많아 채산성이 악화되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농협과 지역 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농업용 면세유 가격은 유종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0~30%가량 가격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ℓ당 831원이던 휘발유는 올해 1059원으로 200원 이상 올랐고, 832원이던 경유는 1127원으로 무려 300원 가까이 가격이 급등했다.

실내등유 역시 826원에서 1083원으로 200원 이상 올랐고, 보일러 등유도 822원에서 1098원으로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이처럼 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시설재배 농민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농민들의 경우 일반인들과 달리 유류 소비 자체가 생업을 위한 피치못할 사항인 만큼 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면세유뿐만 아니라 하우스 시설 자재 및 부자재 가격도 오르면서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우스 주자재인 파이프의 경우 지난해 1m당 가격이 1100원대였지만 올해는 20% 이상 가격이 올라 1400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또 비닐과 부자재 가격 역시 전년보다 10~15% 이상 가격이 상승해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딸기와 채소류 등 시설농가들이 하우스(1000평)를 신설할 경우 최소 500만 원 비용이 더 들어가는 상황이다.

시설자재와 함께 농기계 가격 역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영향을 받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경운기의 경우 최소 5% 이상 가격이 올랐고 농업용 트랙터 역시 제품에 따라 5~7%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초제 등 각종 농약과 요소 비료 가격까지 5%가량 덩달아 오르고 있다.

반면 풋고추와 딸기, 호박, 오이, 배추, 양파, 감자 등 주요 농산물 도매가격은 오히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급락해 농민들을 한숨 짓게 하고 있다.

논산에서 하우스재배를 하고 있는 한 농민은 “난방유 가격과 파이프와 부자재 등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올해 농사 수지를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하우스 확장은 고사하고 계속 이런 상황이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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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현행법에서 정한 체포절차를 어긴 채 학교 내에서 현직교사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청주지법 영동지원은 14일 배구선수 스카우트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청구된 모 고교 교사 김모(47)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교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학교장 동의 없이 체포할 수 없는 불체포특권을 갖고 있다'는 '교원 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어긴 불법체포라는 게 기각사유다.

청주지법 이흥주 공보판사는 "현행범이 아니고는 교원을 교내에서 체포할 때는 반드시 학교장 동의가 있어야 되는데 경찰이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학교 교장실에서 김 씨를 체포해 조사를 벌인 뒤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체포과정에서 교장 동의 하에 김 씨를 체포했으며, 학교장 동의가 있었다는 내용을 수사보고서에 첨부했는데도 영장이 기각됐다며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옥천서 고응진 수사과장은 "교장에게 범죄사실을 설명하고 김 씨를 체포했기 때문에 동의를 한 것으로 판단했고, 이 같은 내용을 수사보고서에 첨부했다"면서 "영장담당판사가 첨부내용을 보지 못했거나, 명시적 동의서가 없기 때문에 기각한 것으로 생각된다. 금명간 김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주장과 달리 해당 학교장은 김 씨의 체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보판사는 "'명시적 동의냐 묵시적 동의냐'를 놓고 해석의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안은 해당 학교장이 체포 이후에 '김 씨의 체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에 명백히 적법하지 않은 체포"라고 설명했다.

하성진·고형석 기자 seongjin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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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집중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대전·충남지역 각 학교에 도입된 집중이수제 탓에 고등학교 체육 시간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상당수의 지역 학교들이 과거와 달리 3년간의 체육수업을 1학년 때 몰아서 편성하는 등 체육수업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일 대전시·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집중이수제는 ‘2009 개정교육 과정’에 따라 과목별 수업시기를 자율적으로 편성해 한 학기에 8과목 이내에서 수업할 수 있으며, 수학·국어·음악·체육 등 각 과목을 특정학기 및 학년에 집중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문제는 특정 기간에 편중된 수업 편성으로 자칫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천안 모 고등학교 체육교사 김 모(33) 씨는 “앞으로 체육수업이 1학년에만 편성, 과거 2, 3학년 때 편성됐던 수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며 “특정시기로 체육수업이 편중된다면 성장기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각 학교마다 2시간으로 배정됐던 체육수업을 1시간으로 쪼개는 블록타임제까지 시행하고 있어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심각한 제한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일선 체육교사들은 집중이수제 도입으로 체력검사 및 체육대회 개최에도 제한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중 및 한정된 시간으로 학교 체육대회 및 체력검사가 자연스레 축소 및 취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는 체육수업을 형식적으로 편성해 놓고, 실제 자율학습이나 영어·수학 보충수업 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더하고 있다.

구 모(고3) 군은 "고1이 지나면서 체육수업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며 "학생들은 체육 시간을 당연히 자율학습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어린 학생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 입시를 위해 체육시간을 줄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일선 체육교사들은 시·도교육청이 체육수업 정상화를 위해 교과편성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제도적인 문제는 물론 체육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학생 및 학부모들도 있다”며 “학생건강 관리를 위해 학교 및 교육청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생 및 학부모들의 건의가 있다면 체육수업을 늘리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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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선거운동의 막이 오른 14일 충북지역 여·야 후보들은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섰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이날 제천시의회 가선거구 유세 현장을 찾아 홍석용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유 대표는 이날 오전 제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천은 김해 을에 이어 두 번째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룬 상징적인 지역으로, 첫 일정을 제천으로 정했다”며 “이번 재선거는 제천시의원을 뽑는 작은 선거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 연대 연합이 유권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홍 후보와 함께 백운면과 봉양면 재래시장과 복지시설인 살레시오 집을 각각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 염재만 후보도 이날 봉양·백운·송학면 유권자들을 만나 얼굴 알리기에 열중했다. 염 후보는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당부하고, 지역농산물 경영시스템 구축, 농축산물 소득증대 사업 지원, 친환경 농업 육성 지원 확대 등 주요 공약 실천을 약속했다.

충북도의회 2선거구 후보자들도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강현삼 후보는 이날 오후 남천동 홈마트 앞에서 거리 유세를 갖고 초고령화사회 노인복지 정책 시급, 저출산 아이낳기 좋은 세상 만들기, 믿음직한 공교육을 통한 사교육비 부담 해소 등을 실천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 박상은 후보는 무상급식 지원 확대, 무상 의료, 반값 대학 등록금 실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 실현, 세명대 한방대와의 유기적인 협조 등의 공약을 알리며 표심 잡기에 힘썼다.

민노당 정이택 후보 역시 덕산면 전통장과 청풍벚꽃축제장을 방문해 “농민의 자식으로서 농민을 대변할 수 있는 자신을 뽑아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청원군 가선거구 재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손갑민·민주당 오준성·민노당 이강재 후보도 이날 5일장이 열린 미원면에서 일제히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세종시처럼 과학벨트도 꼭 지키겠습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 건 손 후보는 미원면에서 가진 거리유세에서 “행정과 군의원의 경험을 살려 소외된 동남권 5개면의 확실한 대변자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역시 미원면에서 첫 유세를 가진 오 후보는 ‘MB정권 심판’, ‘과학벨트 사수’를 선거 화두로 내세웠고 유세에서 “오랜 공직경험의 경력을 살려 남부 5개면을 특화사업을 통해 발전시키겠다”며 “충북도지사, 도의원, 군수와 힘을 합쳐 발전을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미원면 단일 후보인 이 후보는 과학벨트에 선거전략을 집중한 손 후보, 오 후보와 달리 농민후보임을 강조하며 “세후보 중 유일한 농민후보로서 노동자, 농민과 함께 평생을 함께 하겠다”며 “이제는 진정 농민을 위하는 군의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천=이대현·하성진·심형식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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