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유치하기로 한 약속 이행을 묻는 질문에 “과학벨트 문제는 국가 미래를 위해서 해야 하는 사업이다.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국가가 유일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과학기술 선진화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이 대통령은 “IT 분야나 첨단산업분야에서 앞서 가는 기술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됐다. 현재의 경쟁력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방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과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과학벨트의 충청권 구축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답변을 피한 채 5일 발효되는 관련 법에 따라 총리실에서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고 상반기 중에 발표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과학벨트 충청권 구축 공약 이행이 아닌 원점에서 검토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이 대통령이 충청권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신공항에 이어 또 하나의 공약 불이행이 되는 것이고, 이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질문에도 불구 공약 이행 약속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충청권은 영·호남권이 주장하는 분산 배치 또는 백지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호남권이 과학벨트 분산 배치를 주장해왔고, 영남권은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민심 달래기 차원에 입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학벨트 쪼개기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과학벨트의 백지화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공약한 사람이 공약을 다 집행할 수 없다. 신공항 공약을 집행하기 위해 검토해 본 결과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고 밝혔고, 과학벨트 입지에 대해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입장은 국론분열과 지역 갈등으로 번지는 유치 경쟁에 대한 부작용을 감안해 경쟁력을 명분으로 과학벨트 사업 유보 내지는 백지화 가능성도 있다는 것. 다만, 이 대통령이 “국가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한 점에서 백지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벨트 충청권 대선공약 약속 이행에 대한 질문을 피한 것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라며 “본격적인 입지 선정 작업이 시작되면 분산 배치와 충청권 구축에 대한 논란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