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생들의 수학여행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숙소문제 및 허술한 프로그램, 빠듯한 일정 등으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례적인 학교행사로 치부하기보다, 제대로 된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는 일선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숙소 꼼꼼히 점검, 선택해야
“혹여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최근 지역 일선교사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수학여행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다.
교사들은 수학여행지 숙박업소들이 학교 측과의 계약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일 기간 내 여러 학교를 한번에 유치해 방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청결 및 식단까지 학생건강을 고려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모 초등학교 A 교사는 “숙박업소가 최초 약속한 방 개수를 줄여 10여 명의 아이들이 좁은 방에서 불편하게 지내야 했다”며 “침구 등의 청결상태는 최악이었고, 식단 역시 건강을 고려치 않은 냉동식품 위주로만 제공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숙박업소 측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남기려 하기 때문에 결국 음식의 질이나 숙소 관리 등이 질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 및 교사들은 사전답사가 뒷받침된 구체적인 협의 과정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 초등학교 B 교사는 “숙소는 행정실장 등 학교관계자가 사전답사를 통해 잠정 결정한 후 운영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되지만, 학부모 및 교사들과의 협의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 채우기 급급 ‘수박 겉핥기 식’ 체험학습
빠듯한 일정 역시 문제다.
다양한 문화재를 직접보고 학습할 수 있는 정도의 현장체험은 뒤로한 채 빡빡이 구성된 일정 채우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국 각 지역 학교들의 수학여행이 4~6월 사이 몰려 있는 탓에 제대로 된 문화재 관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최근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교사들의 전언이다.
한 초등학생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문화재 관광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무리한 일정에 이은 잦은 이동으로 현장학습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청 등 제대로 된 지침 마련 시급
교육계에선 학교관계자 및 학교운영위 등에서 수학여행 숙소 및 일정 등을 심의할 때 구체적인 사전답사 자료를 가지고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에 따른 개선방안으로 교사들은 수학여행 프로그램 구성 시 적극적인 학부모 참여 유도는 물론 교육청 및 각 학교별 수학여행위원회 구성을 꼽고 있다.
또 수학여행 일정을 다양하면서도 여유 있게 구성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폭넓은 사고와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 및 교육청의 효율적인 메뉴얼 구축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의 체계적인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해 건강까지 챙길수 있는 수학여행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