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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여성들은 어떤 사랑을 했을까?
이 책은 조선 여인들의 사랑과 삶을 통해 조선사회를 살피고 있다.
조선시대를 관통해 온 지배 이데올로기는 ‘예(禮)’인데 예를 중시하는 조선사회는 여인들에게 정절을 강요해 왔다.
여인들은 철저하게 부모와 남성, 그리고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 했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혼인한 뒤에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을 낳은 뒤에는 자식을 따르는 삼종지도(三從之道)를 철저하게 지켜야 했다. 많은 여성들이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정체성을 찾으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때로는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답게 피고 때로는 찬 서리에 지는 단풍처럼 안타까운 삶을 마감했다.
이처럼 조선 시대의 예는 여인들에게 씌워진 굴레였다.
충북 제천 출신인 저자 이수광은 조선의 여인들을 매난국죽(梅蘭菊竹)으로 표현하고 있다.
매화의 은은한 향기를 간직한 여인, 난초의 그윽한 향기를 간직한 여인, 국화의 깨끗한 향기를 간직한 여인, 대나무의 푸른 향기를 간직한 여인을, 이 책의 4부로 구성해 다루었다. 왕비에서 천민 여성까지 조선여인 26인의 사랑과 한을 유려한 문체로 복원한 것이다. 책은 철저한 남성 위주의 신분사회에서 가슴 절절한 사랑을 했던 조선의 여인들, 역사에 그다지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던 여인들의 이야기와 기록만을 취합해 조선 시대를 ‘애(愛)와 애(哀)의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그동안 역사서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졌거나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은 인물들이다.
단 한 번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에 평생 동안 님을 그리워하면서 절개를 지킨 여인,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목숨까지 버려야 했던 여인들의 이야기다.
천민들에게도 사랑과 애환이 있었다.
기근이 들어 함경도에서 충청도 단양까지 내려와 구걸행각을 하던 함흥의 한 여인이 남편이 전염병으로 죽자 충청도 단양에서 함흥까지 천 리 길을 관을 이고 가서 장례를 지냈고, 강원도의 한 초부(樵夫, 나무꾼)가 갑자기 내린 눈으로 동사를 하게 되자 그의 아내가 찾아가서 저고리를 벗어 덮어주고 알몸으로 몸을 녹여주어 소생시키려다가 함께 동사한 이야기는 지극한 사랑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선사회에서는 얼굴이 예쁜 것도 죄가 되었다.
숙종시대에 예조판서를 지낸 오정창의 딸이자 한림 정한주의 부인인 오(吳) 씨는 얼굴이 너무 예쁘다고 해서 시집에서 구박을 받다가 아버지가 역모로 몰리자 결국 쫓겨났다.
아버지의 귀양길에 남편이 찾아오자 부둥켜안고 울던 오 씨는 적삼에 혈서를 써서 남편에게 주고 자결한다. 애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이 책은 역사의 비주류였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책은 조선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묘사한 16컷의 삽화를 수록했다. 또 책에는 사진 10컷을 수록했는데 저자가 직접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