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도청이전특위(위원장 김기영)는 제241회 임시회 기간인 10일 내포신도시 건설현장(홍성군 홍북면·예산군 삽교읍)을 방문해 도청이전추진본부와 충남개발공사로부터 신도시 건설 추진상황을 보고 받았다.
특히, 이날 참석한 유기복 의원(홍성1)은 “국비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고, 도청신도시 주변에 매력있는 게 없는데 무슨 근거로 2013년에 1만 5000명 인구유입을 한다는 것이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유 의원은 “세종시는 교통 및 도로망이 좋고 대전이라는 배후도시도 있는 등 인구유입에 있어 성공가능성이 높다”며 “도청신도시는 2013년 1만 5000명을 유입한다는 데 도대체 무슨 근거냐”고 질의 했다.
이어 유 의원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선과 호남선을 개통한 것을 예로 들며 “천안에서 여기까지 한 시간이나 걸린다”면서 “정부와 담판을 벌여 천안과 KTX를 연결시키는 대담성을 갖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박성진 도청이전추진본부장은 “내포신도시는 그렇게 불리한 여건이 아니다. 고민해 만들어 놓은 입지임이 분명하다”며 “인구유입이 안될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보고회를 통해 김기영 위원장(예산2)은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에 홍보판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으며, 권처원 의원(천안4)은 “2013년까지 1만 5000명의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5000세대의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며 LH측의 공사 추진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고남종 의원(예산1)은 “환경에너지 종합타운 건설이 늦어지는 이유와 홍성·예산군에 건설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사유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명성철 부위원장(보령2)은 “도청이전본부를 2/4분기 까지 건설 현장으로 이전 완료토록 촉구하고 소규모 지역 업체에게도 신도시 건설에 참여하여 상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상무 의원(서산2)은 “도청이전과 관련된 공무원이 우선적으로 이주해야 민간인도 이주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다”며 유관기관과 단체의 이전 추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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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특구 올레길은 모두 2개 코스에 21.1㎞이며, 코스별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로 안내판과 편의시설, 안전시설, 조망시설 등이 구비됐고, 성두산 공원 등에는 자연 생태를 배울 수 있는 자연학습장도 조성됐다.
우선 1코스(매봉~우성이산길)는 엑스포과학공원(꿈돌이랜드)-우성이산-화봉산-화암4가-태전사-대덕대뒷산-대덕대로(고개)-한국표준과학원(정문)-매봉공원(정상)-대전교육과학연구원-엑스포과학공원(꿈돌이랜드)구간으로 11.2㎞다.
2코스(신성~성두산길)는 국립중앙과학관(주차장)-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구성산성-대전과학고 입구-탄동천(화폐박물관)-지질박물관 입구-연구단지운동장-시민천문대-신성공원(정상)-충남대 농대(고개)-궁동공원-유성구청-중앙과학관(주차장)구간으로 10㎞다.
시는 대덕특구 올레길을 기존 등산로와 차별화해 산과 공원, 하천, 연구단지 등 과학관련 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노선으로 구성, 어린이 및 노약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가족형 올레길로 조성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사개특위는 4월 임시국회에서 법률조문화 작업을 거쳐 개정법안을 처리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다만 법조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어서 국회에서 공방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사개특위 간사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과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0명으로 증원하는 방안을 차기 정부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사개특위는 검찰 조직인 대검찰청중앙수사부를 폐지하는 대신 판·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직무 관련 범죄를 다루기 위해 ‘특별수사청’을 신설키로 해 현실화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법조계의 고질적 관행인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서는 판·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기관에서 취급하는 민·형사와 행정사건 수임을 개업후 1년간 금지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사개특위는 법조 일원화와 관련, 검사·변호사·법학교수 등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법조인 중에서 법관을 임용하는 경력법관제를 2017년부터 전면 실시키로 했다.
아울러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수료자를 2-3년간 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시킨 뒤 이중 일부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로클럭 제도’도 2017년 이후 도입키로 했다.
또 양형기준법을 제정, 대법원 소속으로 양형위원회를 설치하고 독립적 기능을 보장하되 양형 기준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사개특위는 검찰 ‘특별수사청’의 경우, 대검 소속으로 설치하되 인사·예산과 수사활동에서는 독립기구로 운용키로 했다. 국회에서 의결된 사건이나 검찰시민위원회가 재의결한 사건의 기소와 공소·유지도 특별수사청이 담당하게 된다.
사개특위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고 검찰의 수사지휘와 관련한 경찰의 복종의무를 삭제하기로 했다.
사개특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개혁방안을 확정한뒤 내달 10일까지 법률조문화 작업을 완료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혁방안을 놓고 법조계의 저항이 워낙 거센 것으로 알려져 실제 법안 처리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김종원 기자 kjw@cctoday.co.kr
염 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정례 기자회견에서 “충청권이 과학벨트에 대해 잘 대처하고 있지만 새로운 각도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면서 “정부가 ‘과학벨트 사안을 법대로 하겠다’고 했지만 이 주장에는 큰 함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대로 하면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우선 특별법에 의해 위원회를 구성하고, 입지를 결정한다. 위원장은 교육기술과학부 장관이고, 차관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정부가 임명하는 과학자들이 위원들로 구성된다. 결국 법대로 한다는 것은 정부 맘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과학벨트의 분산배치와 관련해서는 “현행 법대로 하면 분산배치가 가능하며, 한나라당 및 타 지역에서도 분산배치를 언급하거나 주장하고 있다. 또 특별법에는 ‘대형연구설비’로만 표시돼 있어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가 빠질 수도 있다. 특별법에 충청권과 중이온가속기 명기가 빠진 것은 함정”이라고 강조했다.
염 시장은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중이온가속기의 배제와 분산배치”라며 “현재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과학벨트 특별법에 대한 개정 발의를 한 상태지만 한나라당의 반대여론과 지역별로 갈린 의견 등으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을 위해서는 보다 입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여기에 상반기 중 휘발유가격은 ℓ당 2300원, 경유는 ℓ당 20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서민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대전지역 주유소에서 판매된 유류 가격은 휘발유가 전날보다 13.27원 오른 1936.98원, 경유는 7.34원 오른 1742.12원이었다.
주유소별 가격을 보면 대전시 서구 SK주홍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78원으로 2100원 대에 성큼 다가섰고, SK야호주유소 2049원을 비롯, 총 12개 주유소가 2000원 대를 넘어섰다.
경유 역시 주홍주유소가 ℓ당 1866원으로 가장 비싼 가운데 오일뱅크 동명주유소가 1859원에 판매하는 등 총 20개 주유소가 1800원 대에 진입했다.
여기에 정유 4개사가 석유제품 공급가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석유제품 가격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실제 석유제품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지역의 경우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2000.60원으로 올 들어서만 116.38원이 올랐고, 경유 역시 같은기간 145.36원 오른 1835.41원까지 치솟았다.
대전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달 들어서만 휘발유는 45.00원, 경유는 59.69원이나 오르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휘발유를 ℓ당 2078원에 판매하는 주홍주유소의 경우 지난 4일 2029원에서 1주일 새 49원이 오른 것을 감안할 때 이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2300원이 되는 데는 단순한 계산으로 5~6주면 충분하다.
이에 따라 지역 주유소업계는 올 상반기 내 휘발유는 ℓ당 2300원, 경유는 2000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오피넷을 보고 온 손님들이 정유사 공급가가 비싸지 않은데 주유소가 마진을 다 차지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 오피넷에 떠있는 가격은 2월 4주차 가격으로 정유사들은 3월 들어 2주 모두 공급가를 100원 가까이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주유소 판매가격도 어쩔 수 없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같은 추세라면 5월 말이나 6월 초에는 휘발유 가격은 2300원, 경유는 2000원 선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정부가 유가 인하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직장인 이모(35·대전시 서구) 씨는 “설마 정부가 지난 2008년 수준의 고유가가 될 때까지 지켜보고 있겠나”라며 “하루 속히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의 대책으로 유가상승으로 인한 서민 가계의 고충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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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팔경 중의 하나인 한산도 제승당은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로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다. 한산도는 통영에서 바라보았을 때 미륵도 왼쪽에 있는 자그마한 섬이지만 한산면의 주도이자 한려해상공원의 출발점이다. 한려수도의 '한려'도 한산도와 여수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통영=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 ||
지난 밤 거제에서 통영으로 진입해 활어시장서 들이부었던 소주는 다음날 정오 무렵까지 기자들의 심신을 움켜쥐었다. 창문의 블라인드를 걷어내자 햇빛이 여관방 안으로 쏟아졌다. 속옷 바람으로 침대와 방바닥 곳곳에 널브러져있던 기자들 주위로 각자의 여장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햇빛은 땀으로 적나라하게 번들거리는 얼굴과 미역처럼 눌어붙은 머리카락 위에서 반짝였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먼데 몸은 술에 절어 만신창이니 이래저래 골치다. 술은 역시 마실 때만 좋다. 그 사실을 몸으로 십 수 년을 익혀놓고도 며칠만 지나면 술잔이 손에 쥐어져 있으니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야말로 즐거움이 각별하니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다. 어리석음과 난감함 사이에서 마음은 결국 후자로 기운다. 아마도 예향(藝鄕) 통영서 나고 자란 수많은 예인들의 마음 또한 그랬을 터이다.
1. 예향(藝鄕) 통영
통영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충청·전라·경상도 3도 수군을 총괄했던 통제영으로부터 유래한다. 통제영은 본래 거제도 경상우수영 자리에 있었으나, 임진왜란 종결 뒤인 1604년(선조 37년)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게 된다. 이후 1895년 폐영 전까지 통영은 3도 수군의 중심 기지였다. 300년의 세월 동안 배출된 통제사는 이순신 이래 총 208명에 달하는데, 이중 12명이 이순신의 후손이라고 한다. 보은인사의 '좋은 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전국 각지에서 기술자들을 통제영으로 불러 들였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배곯을 일 없는 온화한 땅 통영 땅에 뿌리내렸다.
통영 출신인 故 박경리 작가는 "충무공이 소집한 조선 기예(技藝)의 DNA가 통영 사람들에게 면면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고향을 자랑했다. 김상옥, 김춘수, 유치진, 유치환, 윤이상, 전혁림… 과연 그 자랑은 허언이 아니어서, 통영은 걸출한 예인들을 다른 고장에 비해 유독 많이 배출해냈다. 뿐만 아니라 외지에서 통영으로 찾아들어와 드난살이를 했던 예인들도 조선 기예(技藝)의 DNA의 수혜자였다. 화가 이중섭은 1953년 부산 피란 시절 아내를 일본으로 떠나보낸 뒤 통영서 6개월간 체류하며 자신의 대표작 '황소'를 그렸다. 유치환을 따라 미륵산에 올랐던 시인 정지용은 기행문 '통영5'에서 "나는 통영 풍경을 문필로 묘사할 능력 없다"고 고백했다.
지난밤 소주로 미처 채워지지 않는 허허로움을 희미한 불빛에 기대어 맥주로 달랬던 강구안 포구엔 바다와 하늘 빛깔이 짙었다. 때 이른 봄볕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밀어내는 강구안의 풍경은 색채로 강렬했다. 잔물결로 이는 파도사이로 파고들었던 바람이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싣고 와 코끝에 닿았다. 도심에 둘러싸인 내해의 모습이 이럴진대 미륵산 정상에서 부감하는 통영의 모습은 어떠할까. 그러나 기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한때 문학청년이었고 지금도 문학청년이고 싶은 기자들은 청마문학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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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원된 청마 유치환의 생가. |
2.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강구안에서 멀지 않은 정량동 망일봉 언덕에 이르면 탈이념화된 강인한 어조로 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시인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1908~1967)의 흔적과 만날 수 있다. 지난 2000년 2월, 통영시가 건립한 청마문학관은 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있는 각종 유품 100여 점과 평론·서적·논문 등 문헌자료 35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문학관 위쪽엔 청마의 생가가 복원돼 있다. 본래의 생가터는 문학관에서 1.7㎞가량 떨어진 태평동 번화가에 위치해 있는데, 지금은 포장도로화 돼 흔적도 없다.
청마의 생명을 향한 열정은 결국 인간을 향한 사랑으로 이어졌는데, 그 사랑은 장장 20여년에 걸쳐 쓰인 5000여 통의 연서(戀書)로 남아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의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깃발로 펄럭이고 있다. 그러나 유부남과 청상과부 사이에 놓인 사회적 장벽은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완강했다.
그들의 사랑은 이생에는 닿지 않을 금지된 사랑임과 동시에 낭만적인 플라토닉 러브였기에 더욱 애절했다. 동인지 죽순(竹筍)의 회원이자 같은 학교(통영여고)의 동료교사로서의 인연으로 시작된 청마의 정운(丁芸) 이영도(李永道·1916~1976)를 향한 순애보는 1967년 2월 13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됐다. 청마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서서 정운에게 연서를 썼다. 정운은 통영중앙우체국 건너편 이층집에 살았다. 함께할 수 없는 인연의 운명 앞에서 우체국과 건너편 이층집 사이의 거리는 멀었다. 정운이 사회적 금기라는 자기 검열로 채운 마음의 빗장 또한 단단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날 어쩌란 말이냐." - 유치환 作 '그리움'
정운의 마음이 열린 것은 꼬박 3년이 흐른 뒤였다. 참으로 모질었던 외사랑은 그렇게 끝났지만 함께할 수 없는 현실은 여전했다. 편지쓰기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청마가 생전에 보낸 5000여 통의 연서와 시는 사후 정운에 의해 200통으로 추려져 단행본으로 엮였다.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이름으로 엮인 유치환의 흔적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러나 인세를 둘러싸고 청마의 유족과 정운 사이에 잡음이 일었다. 정운은 추잡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인세를 현대시학사의 시작품상 기금으로 쾌척했다. 이후 인세는 정운시조문학상 기금의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청마의 사후 거처를 부산서 서울로 옮긴 정운은 1976년 3월 6일 뇌일혈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청마가 살아서 누렸던 시간만큼 세상에 머물렀다.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한 채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愛慕)는 사리(舍利)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 이영도 作 '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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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마 유치환 선생 흉상. |
3. 들리지 않는 사랑노래
1597년 9월 4일, '수군(水軍) 전멸' 보고를 받은 선조는 원균 막하에서 백의종군 중이던 이순신에게 기복수직교서(起復授職敎書)를 내렸다. 교서엔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모친상 중에 있는 이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겨야 하는 미안함 등이 담겨있었다. 불과 5개월 전 조정을 능멸했다는 이유로 이순신을 죽이려했던 임금이었다. 그러나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돌아온 이순신의 휘하엔 단 한 척의 전함도 없었다. 이순신이 임진년 이후 한산 통제영에서 3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확보했던 군비는 칠천량 앞바다에 으깨져 있었다. 임명 교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순신은 기민하게 각처를 돌며 흩어진 병사들과 군량, 무기를 모았다. 경상우도 수군절도사 배설이 끌고 도망쳤던 전선 10척과 더불어 2척을 더 수습한 이순신은 황망함 속에서 겨우겨우 수군의 모양새를 잡아나가며 기진맥진했다.
그러나 임금의 몰염치는 계속됐다. 여전히 질시와 의심의 허깨비에 사로잡혀있던 임금은 이순신에게 '수군전폐령'을 내렸다. 지금의 조선 수군은 수군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규모이니 육군에 통합시킨다는 어명이었다. 임금은 왜군도 이순신도 두려워했다. 이순신은 끊임없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적을 감당해야 하는 동시에 내부의 적들을 방어해야 했다. 외부의 적들과는 달리 내부의 적들은 베어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치 떨리는 노여움과 무능하고 옹졸한 조정을 향한 서글픔 속에서 이순신은 단호한 장계로 어명을 일축시켰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남아 있나이다.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이후 1척의 전선을 더 수습한 이순신은 1597년 10월 25일 명량에서 일자진으로 일본 수군 133척을 궤멸시키며 자신이 장계에 토해낸 약속을 지키고 제해권을 되찾았다.
한산도로 향하는 여객선 위에서 오래전 이순신이 저 멀리 진도 울돌목에서 중과부적의 절망 속에 치렀을 명량해전이 안쓰러웠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날 한산대첩의 승전지는 무기력하게 무너진 조선 수군의 무덤, 칠천량 앞바다와도 멀지 않다. 승리의 함성 속에서 패배의 아픔을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거북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한가로이 등대 뒤편 바다를 가르는 어선을 바라보며 한산도 서쪽 멀리 노량 앞바다에서 펼쳐졌을 마지막 전투를 생각했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놓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줄기 일자진으로 적을 맞으리." - 김훈 作 '칼의 노래' 서문 中
소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을 박제된 영웅에서 '절망을 긍정했던 고독한 인물'의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며 새로운 시대를 살게 만들었다는데서 문학적 의의를 가진다. 400여 년의 시간을 격해있다 되살아온 번민의 기록은 '성웅'의 그림자 속에서 거세됐던 이순신의 '인간'의 면모를 되살리며 많은 이들을 눈물겹게 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배우 김명민이 보여준 이순신의 모습은 '인간 이순신'의 절정이었다. 우리는 이제 승리의 영광을 기억하는 자리에서 이순신의 절망과 고뇌를 읽어내며 함께 쓸쓸할 수 있다. 더불어 이순신의 전사가 순교에 가까웠다는 의혹을 지우기 더욱 어려워졌다.
제승당(制勝堂) 수루(戍樓)에 서서 바다를 굽어보았다. 숱한 번민 속에서 이순신은 전란 종결 후 임금의 칼이 다시 자신에게 향하리란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또한 자신으로 인해 다시 피로 물들지도 모를 조선 땅에 대해 번민하고 두려워했을 터이다. 김덕령처럼 맞아죽는 것도, 곽재우처럼 은둔하는 삶도 원하지 않았던 이순신은 자신의 마지막 소임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했으리란 의혹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세상의 끝이…… 이처럼…… 가볍고…… 또…… 고요할 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을…… 이 세상에 남겨놓고…… 내가 먼저……, 관음포의 노을이…… 적들 쪽으로……." - 김훈 作 '칼의 노래' 中
통영=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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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공이 족구의 존망을 걱정하며 적진을 살폈던 수루는 이제 봄볕 머금은 쪽빛 바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한 여행객들의 차지다. 통영=정진영기자 |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은 지난달 20일 발생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의 방사선 백색 비상의 원인이 문제가 된 알루미늄 통(floater)과 이를 지지하는 안내관(floater arm)의 접촉 부분 마모에 의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원자력연은 원자로 수조 위로 떠올라 방사선 백색 비상을 유발한 플로터와, 회전하는 플로터의 내부에서 이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플로터 암을 각각 방사선 차폐시설인 조사재시험시설(IMEF)로 옮겨 치수 측정 등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플로터와 플로터 암이 서로 맞닿는 곳에서 마모가 일어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조사에서 플로터는 하부에 위치한 플로터 암 이탈 방지용 원형 캡 안쪽에 2㎜의 마모가 진행된 것으로 측정됐고, 플로터 암도 상부의 암 헤드 이탈 방지 턱의 윗부분이 0.64㎜ 마모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플로터와 플로터 암은 같이 회전토록 해 마모가 근원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설계됐지만, 중성자 조사가 끝나 회전이 중지될 때 플로터 암은 즉시 정지하는 반면 플로터는 관성에 의해 일정시간 회전을 지속, 이 때 미세한 마모가 발생하고 반복돼 마모가 축적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원자력연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실리콘 반도체 생산을 중지하고 관련 설비의 내부 장치를 모두 제거한 뒤 하나로 운전을 가동할 예정이다.
또 실리콘 반도체 생산은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사장치의 설계를 변경하고 플로터 이탈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장치를 추가로 설치한 후 재개할 예정이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하우스 등 시설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폭등한 유가로 인해 상품 출하까지 소요되는 난방비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한파로 인해 난방 연료 소비마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농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3월 첫째 주 실내등유 가격은 ℓ당 1218.6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32.99원)보다 무려 200원 가까이 폭등했다.
이에 따라 상추와 깻잎, 오이, 풋고추, 파, 토마토 등 시설채소와 딸기, 포도, 멜론 등 시설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들은 생산원가 부담이 40% 이상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상품을 출하하고 있는 딸기 농가와 올봄 출하를 앞둔 하우스 포도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딸기 농가의 경우 기름값 부담뿐만 아니라 지난 겨울 폭설과 한파로 인해 수확량이 줄어든데다 출하된 딸기의 상품성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농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시설재배 과채류 생산원가가 상승하면서 관련 물가 역시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연초부터 ‘물가 폭탄’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 가계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유가와 한파로 인해 늘어난 생산원가가 그대로 소비자가에 반영돼 식품비 지출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 시설재배 과채류 가격은 지난 연말부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배추의 경우 한통(2.5㎏) 가격이 2780원으로 전주보다 무려 11.2% 올랐고 오이 취청(150g)은 1050원으로 7.1%가 올랐다. 또 풋고추는 1㎏ 한 상자 가격이 1만 3000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7.0%, 감자는 1㎏에 5500원으로 12.7%가 급등했다.
이밖에 이미 연초부터 높은 가격을 형성한 파 1㎏(2900원), 양파 1㎏(2320원), 상추 400g(650원), 당근 1㎏(3180원) 등도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유가와 한파 등의 영향으로 재배농가는 비용 상승과 출하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소비자들은 비싸진 물건값에 힘들어지는 상황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대전시가 대덕R&D특구 1단계 개발지역에 3000억 원 투자규모의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를 유치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1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정례 기자회견에서 “올해 첫 대형 투자유치 사업으로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를 유치했다”면서 “오는 2020년까지 매년 60~7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이에 따라 특구 1단계 개발지역인 죽동지구에 3000여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13년까지 7만 387㎡ 규모의 중앙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
한타 중앙연구소는 900명의 연구·행정인력이 상주하게 되며, 현재 유성구 장동에 소재한 중앙연구소의 기존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R&D기능강화를 위해 연구시설 및 인력을 확충할 예정이다.
또 한타는 현재 금산연구소를 장동 중앙연구소에 이전 배치하고, 죽동지구에 들어설 중앙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타이어 연구시설을 건립,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청사진이다.
시는 이를 위해 오는 16일 한국타이어㈜와 기업유치 및 확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한타 중앙연구소와 함께 자동차 부품업체인 중원정밀 등을 활용해 대덕R&D특구를 국내 자동차 산업발전을 위한 집적화 단지로 육성키로 했다.
염홍철 시장은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는 올해 착공해 내년말이나 2013년 초 입주가 가능하고, 2020년까지 450명의 연구인력이 추가되며, 매년 60~70명 정도 채용될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함께 장동과 죽동 중앙연구소 등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지난 10년 간 매년 매출성장률 13.9%, 누적 매출성장률 133%를 기록하고 있으며, 4개의 지역본부와 43개의 해외지사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총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달성하고 있는 대전의 대표적인 대기업이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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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청주권 파급효과 토론회가 10일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려 토론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덕희 기자 |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집적도와 연계성 강화를 위해서 시설의 분산 입지는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살고싶은청주만들기협의회'는 10일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청주권 대응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청주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김영환 교수는 "과학벨트는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가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라며 "특히 과학벨트의 특성 중 집적도와 연계성이 가장 중요한 지표로 시설의 분산입지는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과학벨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의 도입기능 및 시설, 연계화 방안, 각 시설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구체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 지역에선 각종 토론회, 설명회를 통해 지역주민의 이해증진과 추진의지 결속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원대학교 허원 교수를 좌장으로 한밭대학교 박천보 교수, 충북개발연구원 이경기 박사, 충청대학 남기헌 교수, 충북경실련 이두영 차장, 충청대학 손세원 교수 등이 참여하는 지정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다.
당초 이번 토론회는 최근 타 지역의 과학벨트 분산유치 주장에 따른 충청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뤄진 토론의 장이어서 이목을 끌었지만 과학벨트 입안 전문가, 의료·물리학 등 기초과학분야 전문가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다.
과학벨트 유치에 따른 파급효과가 지역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감대 확산과 지역주민의 이해증진을 위해선 보다 전문적인 토론회가 필요하다는게 지역 안팎의 여론이다.
한 지역인사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되는 형식적 토론회는 시간낭비일 뿐"이라며 "지역적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이제는 보다 전문적이고 충청권 입지를 좀 더 과학적으로 설명해 당위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