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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2011학년도 목원대 미술학부 정시모집 실기시험이 열린 가운데 실내체육관에서 관련학과 교수들이 응시생들의 작품을 평가하고 있다. 김호열기자kimhy@cc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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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시험 입시생들의 합격에 대한 바람은 누구보다 간절합니다.”
12일 오전 9시 30분 목원대 2011학년도 정시 ‘나’군 미술실기고사장 주변.
자연스레 몸을 움츠리게 하는 강추위에도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미술대학 입시생들로 '입시 전쟁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미 학교 정문에 다다르기 전 입시생 학부모들의 차량들은 2~3㎞가량 뒤엉켜 있었고 버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십여 명의 입시생들은 실기고사장을 향해 뜀박질을 이어갔다.
이곳 역시 여느 수능 시험장 못지않게 실기시험을 잘 보도록 하는 기원이 이어지고 있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간절함과 선생님의 격려, 후배들의 응원으로 입시생들은 잠시나마 긴장을 풀며 필승을 다짐했다.
오전 10시 고사장 통제와 함께 각 분야별 실기시험이 일제히 시작됐다.
수년간 새벽까지 갈고닦은 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시험과목은 소묘, 소조 정물수채화, 수묵담채화, 스토리 만화, 카툰 등 10여 개 과목.
평소 익숙했던 각종 미술도구를 손에 쥔 응시자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 10대들의 응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시험시작전부터 연신 기도를 이어가고 있는 학부모 김모(49·청주) 씨는 “아이에게 표현은 못했지만 가정형편상 매달 70~80만 원의 미술학원 학원비, 재료비 등을 부담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한번에 꼭 합격해야 한다는 간절함에 이 자리를 뜰 수 없다”고 말했다.
시험 시작과 함께 정물화 고사장 주변은 현장공개 된 실기과제를 놓고 학원 교사와 학생 간 수신호가 오가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했다.
“자리를 약간 옆으로 옮겨.”, “빛을 의식해.”, “명암처리 하던 대로 해.”
학생들이 알아들을 리 만무한 것은 물론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원 선생님들의 숨죽인 목소리는 이내 30여 분을 이어갔다.
둔산동 모 미술학원 원장 박모(43) 씨는 “실기시험에서 자리배정은 합격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라며 “그동안 준비하지 않은 자리에 배치돼 최소한의 지시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4시간 동안 진행된 실기고사에도 화장실을 오가는 학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시험시간 막바지로 치닫을 때 쯤 창문 너머로 비춰진 학생들의 모습은 희비가 교차했다.
마무리 작업에 열중한 입시생들부터 시간이 모자라 눈물을 머금는 입시생의 당황한 모습까지 진풍경이 연출됐다.
마침내 오후 2시 실기시험이 모두 끝나자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못내 아쉬움과 합격의 절박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재수생 김모(20) 양은 “비싼 학원비로 부모님께 항상 죄송스럽다. 올해는 꼭 합격해야 한다”며 “시험막바지에 패턴을 잠깐 잃어 눈물을 터뜨렸다. 물질적인 부분 때문에 일반 학생보다 실기를 준비하는 입시생들의 합격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날 실기고사에는 221명 모집에 886명이 지원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제출된 실기과제는 A, B, C 등급별로 나눠 채점한 뒤 오는 26일 목원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