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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을 꿈꾸던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보험왕을 코앞에 두고 있다.
‘수상한 고객들’은 보험설계사가 보험왕이 되기위해 단 한명의 고객도 놓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전한다. 또 결코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예측불허의 고객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활약상을 자잘하게 그려냈다.
한때 야구선수였던 배병우(류승범)는 출세와 성공을 목표로 꿈을 버리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 업계에서 최고의 보험왕으로 인정받은 배병우. 이미 스카우트도 결정되고 연봉 10억 원의 꿈에 부풀어있다. 하지만 그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치에 처한다. 한 고객의 자살로 인해 그 고객의 가족들에게 자살방조죄로 고소를 당하게 됐기 때문. 이 일로 2년 전 자신이 보험왕이 되는 데 눈이 멀어 자살시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보험에 가입시킨 일을 떠올린다.
결국 고객 자살방조혐의로 인생 최대 위기에 처한 그는 여자친구 혜인(서지혜)과도 이별을 맞고, 과거 고객과의 찜찜한 계약을 떠올리며 그들을 일일이 찾아 나선다.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가수 지망생 소연(윤하)과 환경미화원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네 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우고 있는 복수(정선경), 틱 장애가 있어 입만 열면 욕설을 내밷는 노숙자 영탁(임주환), 딸과 아내를 캐나다로 보낸 기러기 아빠 오부장(박철민)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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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에서 내사가 진행되자 병우는 산동네를 오르내리고 지하철에서 노숙까지 하면서 이들의 생명보험 계약을 해지하려고 한다.
영화는 병우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결코 동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카메라는 희망과 절망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담담히 좇아간다.
영화의 뻔한 내용이지만 가슴을 울리며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에서 현실의 냉기와 희망의 온기를 모두 짊어지고 있는 사람은 병우다. 뜻하지 않게 타인의 삶에 들어가면서 병우의 일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병우를 연기한 류승범의 캐릭터 소화 능력은 완벽하다.
스크린 속 병우의 눈빛을 보면 놀랄만큼 진정성이 담겨있고 특유의 표정과 말투는 관객들을 웃긴다. 또 그는 총 촬영분에서 4회차만 빠지는 많은 분량을 소화해냈다.
허나 그의 매력적인 모습에 시선이 가는 건 맞지만 깊숙한 내면이 변화되는 과정은 뻔한 스토리를 답습한다. 등장 인물들이 이어달리기를 하듯 저마다의 사연을 차례로 펼쳐 보이는 느슨한 전개는 종종 TV 드라마를 보는 듯 평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감동과 함께 웃음까지 줘야함에 부담을 느껴서일까. 영화는 잔재미로 가득하지만 그것들을 단단히 지탱하는 굵은 동아줄이 없다. 때문에 영화가 제공하는 오락은 분해되거나 환원되고, 눈시울 적시는 울림은 더더욱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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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상한 고객들’은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충분히 흥미롭다. 배우들은 편안하게 연기했고 감독은 부드럽게 찍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목표로 삼은 것들을 대부분 성취했다.
또 감독이 자살이란 소재로 사람들에게 위안과 소통을 주기위해 휴먼 드라마 형식을 지향한 점은 영화를 만드는 이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해 뭉클하기도 하다. 영화에는 가수 윤하가 연기에 도전했으며 유튜브 연주 영상으로 화제가 된 기타 신동 정성하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감독 및 연출은 각종 뮤직비디오와 각종 광고를 찍은 조진모의 데뷔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24분.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