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현행법에서 정한 체포절차를 어긴 채 학교 내에서 현직교사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청주지법 영동지원은 14일 배구선수 스카우트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청구된 모 고교 교사 김모(47)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교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학교장 동의 없이 체포할 수 없는 불체포특권을 갖고 있다'는 '교원 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어긴 불법체포라는 게 기각사유다.

청주지법 이흥주 공보판사는 "현행범이 아니고는 교원을 교내에서 체포할 때는 반드시 학교장 동의가 있어야 되는데 경찰이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학교 교장실에서 김 씨를 체포해 조사를 벌인 뒤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체포과정에서 교장 동의 하에 김 씨를 체포했으며, 학교장 동의가 있었다는 내용을 수사보고서에 첨부했는데도 영장이 기각됐다며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옥천서 고응진 수사과장은 "교장에게 범죄사실을 설명하고 김 씨를 체포했기 때문에 동의를 한 것으로 판단했고, 이 같은 내용을 수사보고서에 첨부했다"면서 "영장담당판사가 첨부내용을 보지 못했거나, 명시적 동의서가 없기 때문에 기각한 것으로 생각된다. 금명간 김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주장과 달리 해당 학교장은 김 씨의 체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보판사는 "'명시적 동의냐 묵시적 동의냐'를 놓고 해석의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안은 해당 학교장이 체포 이후에 '김 씨의 체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에 명백히 적법하지 않은 체포"라고 설명했다.

하성진·고형석 기자 seongjin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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