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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지역에 내린 비에서 요오드·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7일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황급히 우산을 쓰고 있다. 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
일본발 방사능 공포가 연일 확산되면서 7일 전국에 내린 반가운 봄비가 오히려 두려움의 존재로 변해버렸다. 이날 정부의 연이은 인체 무해 항변에도 불구,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방사성 비’라는 인식 속에 단 한 방울이라도 맞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6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7일 오후 3시 현재 당진이 19.5㎜로 가장 많았고 부여 11㎜, 서산, 12.5㎜, 대전 11.5㎜ 등을 기록했다. 제주지역를 비롯해 전국에 내린 비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당수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특히 등굣길 학교는 방사능 빗속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학부모들의 동행이 잇따라 한때 큰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선 길에 늘어선 승용차 행렬은 물론 자신보다 큰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마스크에 장화까지 중무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등굣길에 만난 한 학부모는 “전날 마트와 슈퍼를 모두 가봤지만 우비를 구하지 못해 직접 아이를 데려왔다”며 “마음 같아선 학교에 보내고 싶진 않은 데 맞벌이라 어쩔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서구 둔산동의 한 대형마트의 경우 평소 잘 팔리지 않던 우비 60여 점이 모두 동이 났고 평소보다 배 이상 많은 물량을 주문해놓은 상태다.
또 일부 학교는 불안한 마음에 휴교 여부를 묻는 전화가 잇따랐고, 유치원생을 둔 일부 부모는 아예 결석을 시키기도 했다.
출근길 역시 승용차를 타고 나온 시민이 몰리면서 큰 혼잡이 빚어졌고, 반면 역사까지 걸어서 움직여야 하는 탓인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객은 크게 줄었다. 실제 이날 출근시간 대인 오전 5시 30분부터 10시까지 지하철 이용객은 모두 2만 8763명으로 지난주 같은 날 3만 1047명보다 2300여 명 가량 감소했다.
야외 출입을 삼가는 시민이 늘면서 업계의 희비도 엇갈렸다. 충남 부여에 위치한 한 골프장은 이날 예약자의 95%가 나오지 않으면서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운동에 지장이 없는 날씨인데도 대규모 취소 사태가 빚어지기는 처음”이라며 “예약자들이 방사성 비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사성 비는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발길까지 멈추게 했다. 대전지방경찰청 구내식당은 이용자가 평소 보다 30% 이상 증가했고, 대전시청 직원 이용자 수도 60~70명가량 늘었다.
한편 충남과 대전시교육청은 학부모들의 우려가 확산되면서 각급 학교에 긴급공문을 보내 야외학습 및 활동 자제, 우비와 우산 사용, 청결 유지 등을 하달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