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실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기업유치 실적은 단체장의 치적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돼 치열한 물밑경쟁이 전개되고 있다.▶관련기사 3면
이런 가운데 민선 4기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163개의 기업을 유치한 대전시는 대덕연구개발특구 1·2단계 개발사업을 기반으로 올 한 해만 200개 유치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의 신규 투자가 억제되고 있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으로 지방 이전을 계획했던 기업들이 이를 보류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 이 같은 악재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목표 달성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대전시가 민선 4기 들어 유치한 기업 상당수가 대덕테크노밸리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소규모 벤처기업으로, 규모 있는 대기업의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용지난 해소 등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역 기업인들과 경제단체들은 기업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지가의 산업용지 공급이 시급하고, 공장 설립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함은 물론 정책자금·세제 지원 등 특단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들은 공장 입지로 3.3㎡당 최고 50만 원 정도의 부지를 물색하고 있으나 대전산업단지의 경우 조만간 재정비사업이 추진될 것이란 설이 나돌며 최근 들어서는 호가가 300만~400만 원에 달하고, 대덕산업단지도 150만 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대덕테크노밸리 아파트형 공장의 분양가는 260만~310만 원 선에서 책정돼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춘 일부 벤처기업을 제외하곤 사실상 입주가 어렵다.
이에 따라 행정구역에 국한해 지자체 간 기업유치에 과열 경쟁을 펼치는 행태에서 과감하게 탈피, 충청권 3개 시·도가 산업용지 확보, 일원화된 기업지원시스템 도입, 기업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철폐 등에 공동 보조를 맞춰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지방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탈 수도권기업에 대해 세제 및 설비지원 등 파격적인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한편으론 외지기업을 유치하기에 앞서 현재 입주해 있는 업체들이 대전을 떠나지 않도록 자금·부지·인력난 등 애로사항을 면밀히 파악해 이들을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고,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위주의 지원정책에서 벗어나 기존 전통산업·제조업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금태 대전산업단지협회장(삼영기계 대표)은 “미국 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한 원인은 실적이 저조한 속빈 강정과도 같은 산업에 거품이 가득 차며 투자가 집중됐기 때문으로 대전도 첨단산업만 좇다가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제조업체들은 사업을 확장하려 해도 대전에선 값싼 땅을 찾을 수 없고, 충남 인근 시·군에서 부지를 물색하려 해도 국토계획법상 관리지역 내 건폐율이 20~40%로 너무 낮고, 농업인 외에는 농지 매입이 금지돼 공장을 지을 수 없다. 법적·제도적 개선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종성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은 “대전은 기업 입지에 적합한 부지가 절대 부족해 이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이고, 환경 규제를 완화함은 물론 세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충남·북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형성, 각 지역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이전기업에 대한 우대조치를 공동 적용하는 등의 시책으로 기업유치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현태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충남지역본부장은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저렴한 부지 공급은 기본이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 다양한 지원체계 구축으로 외지기업이 스스로 찾아 오게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