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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이러한 가정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겪게 되는 부부의 갈등과 방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사실은 그 이상의 인생에 대한 고민까지 포함하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가정이지만, 부부가 겪는 내적 갈등과 고통은 심각하다.
샘 맨데스 감독은 이러한 부부의 모습을 섬세하게 잘 다루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꼭 영화를 보시길 권하고 싶다.
첫 눈에 반한 배우 지망생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낭만적 청년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뉴욕 교외의 주택가에 거주하는 전형적인 젊은 중산층 가정이다.
그러나 에이프릴은 여전히 배우의 꿈을 꾸고, 그녀의 재능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힘들어 한다. 부부는 이러한 사소한 갈등을 겪지만, 여타의 부부들처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프릴은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로 가서 살자고 제안한다. 프랭크도 이에 동의하고, 그동안의 밀린 숙제와 같은 기획안을 몇 분 만에 완성, 회사에 제출한 뒤 퇴사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 기획안이 사장으로부터 인정받게 되면서, 프랭크는 파리로의 이주를 주저하기 시작하고 부부는 새로운 갈등을 겪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부부의 갈등을 중심으로 차분하지만, 울림 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가정들은 50년대 미국 중산층의 모습을, 아니 현대사회 대부분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 적나라하고 직접적인 묘사에 관객들이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관객들 모두가 예견하는 갈등의 요소들이 진짜 갈등의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표피적 갈등의 요소들 따위는(?) 무시하며, 갈등의 본질적 원인에 한발씩 다가서는 영화의 구조는 관객들을 답답하게 만들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의 포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원작소설의 묵직한 구조를 그대로 옮겨 놓은 이야기 구조도 훌륭하지만, 두 배우의 대조적 감정 흐름의 표현도 눈여겨 볼만하다.
에이프릴을 향한 프랭크의 감정은 조금씩 축적되다 마침내는 분노로 표출되고, 프랭크에 대한 에이프릴의 감정은 무섭도록 차갑게 식어가고, 마침내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마는데, 두 배우는 이러한 감정적 흐름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케이트 윈슬렛의 공허한 눈빛과 냉정한 표정은 그녀가 이 시대의 걸출한 배우임을 보여주고 있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는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바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있다.
다만, 이러한 '경계 허물기'를 시도할 용기가 얼마나 있느냐가 모든 이들의 과제로 여겨지고, 이 영화는 그러한 시도들의 무거운 버전이 아닌가 생각된다.
'혁명적 길'에 살았지만, 결코 거리의 이름처럼 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조롱까지도 포함된 ‘레볼루셔너리 로드’…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