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폐교 활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임대사업자들과 심한 마찰을 벌이고 있다. 특히 충남도교육청 산하 지역 교육청은 임대계약서 작성 또는 변경 시 일방적 재계약 거부 등 독소조항을 명문화해 폐교 임대업자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3·21면
또 농촌지역이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폐교 증가가 우려되고 있지만 폐교에 따른 적절한 매뉴얼이나 기존 학교 기자재의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적도 일고 있다.
14일 교육인적자원부, 대전시·충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4월 현재 대전과 충남지역의 전체 폐교 수는 89개교이며, 이 중 교육청이 자체 활용하고 있는 곳이 16개, 유상대부 27개, 무상대부 1개, 매각됐거나 매각예정인 곳이 20개, 보존으로 확정된 곳이 21개교 등이다.
이 가운데 폐교를 임대해 교육 및 연수, 생산시설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부 단체 및 개인 임대업자들이 각 교육청과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례는 모두 4건으로 향후 이 같은 법적 다툼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폐교 임대업자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다름 아닌 일방적 '재계약 거부' 조항이다.
지난 2004년 충남 논산의 한 폐교를 임대해 현재 노인복지센터로 운영하고 있는 K 씨는 "초기 계약서상에는 없던 문구들이 해가 거듭될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07년 재계약 체결 시에는 '교육청이 해당 학교에 대한 매각을 추진할 경우 재계약은 체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삽입됐지만 기존에 시설투자로 지출한 비용이 많아 울며겨자먹기로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충남 공주에서 폐교를 임대해 체험장 등 교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L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현행 폐교재산 활용촉진특별법에는 폐교가 교육·복지시설로 사용되거나 농산물 가공시설, 사료제조시설, 관광객 숙박시설, 토속음식점 등 주민 소득증대 시설로 활용될 경우 임대료 감면, 수의계약을 통한 매입 등 각종 우대조건이 있지만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는 것이 임대사업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L 씨는 "폐교를 임대해 교육시설로 변경하기 위해 초기 보수비용이 수천만 원까지 투입됐지만 해당 교육청은 '각종 시설물들을 기부 채납해야 한다'며 해마다 압박한다. 폐교를 활용해 고유목적에 맞춘 사업을 한들 투자비용에 대한 보장 없이 언제든지 길거리로 쫓겨나도 계약서상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대책을 호소했다.
교육청이 임대사업자들과 계약 관계로 마찰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한편에선 폐교 후 학교 기자재를 활용하지 못해 예산 낭비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지난달 1일 폐교된 충남 금산군의 남일중학교의 경우 기본적인 학교 기자재부터 고가의 멀티미디어기기 및 히터기, 온풍기에서 교장실의 고급 소파, 테이블 등 활용 가능한 물품까지 대부분 방치됐다.
결국 중고 기자재는 모두 버려지고, 신설 학교나 기존 학교의 요구가 있을 경우 언제든 교육예산으로 새 기자재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폐교에 있는 중고 기자재를 신설 학교에서 활용할 경우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고, 중고업자들도 이동 비용이 더 크다는 이유로 매각도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박진환·이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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