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부임한 유태열(57) 대전지방경찰청장은 대전지역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경기도 포천 출신인 그는 경찰생활 31년 동안 대전에서 근무한 인연도 없었고 이제 부임한 지 1개월여 밖에 안됐는 데도 지역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마치 라디오방송 성우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대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을 나타내는 그의 모습 속에서 지역 치안행정에 대한 믿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경찰보다는 경찰관을 사랑한다”고 소신있게 말하는 유 청장으로부터 경찰입문 동기, 대전에 대한 이미지, 대전경찰이 갖고 있는 현안 등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담 = 유효상 사회부장
- 대전에서 첫 근무인 데 대전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부임 후 1개월여 동안 대전의 정서를 익히기 위해 경찰청 주변을 많이 돌아다녔다. 4000원짜리 백반도 직접 사먹으면서 상인들과 대화도 나누고 상권과 도시구조는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세세히 살피면서 ‘살기 좋은 도시’라고 느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3대 하천이 도심과 잘 어울린다. 특히 천변의 풍성한 유채꽃과 도심 곳곳에 날리는 벚꽃은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어서 인상적이었다."
- 대전지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표적으로 특화된 음식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대전에서 파는 음식은 전국 어디에서도 먹어 볼 수 있다. 오는 10월 국제우주대회와 전국체전이 열리고 다양한 축제도 올해 많이 열린다고 들었다. 관광객은 물론 대전을 스쳐가는 유동인구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대전은 인근 시·도와 경쟁할 것이 아니라 서울 또는 세계 유명 도시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손님을 초대하기 전에 손님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먼저 생각할 때라고 생각한다.”
- 경찰이 된 특별한 동기가 있는가.
"31년 전 경찰에 입문할 당시에는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많았다. 국민에 대한 봉사보다는 '정권유지'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리로 얼룩지는 등 국민들에게 공감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정말 경찰다운 경찰이 되어보자. 약자를 위한 경찰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경찰에 입문하게 됐다."
-집을 떠나 생활을 많이 했는 데 가족들의 불만은 없는가.
“평생 경찰업무에 전념하다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보내게 되고 자녀교육은 전적으로 아이 엄마 몫이 됐다. 아버지의 애정과 관심이 부족했을 텐데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고 무엇보다 혼자서 아이들을 도맡아서 잘 키워준 아내에게 늘 미안함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 기관장으로서 술자리가 많은데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
"특별히 술집에 찾아가서 술을 마시지는 않고 주로 저녁식사 반주를 좋아한다. 저녁식사 때 소주가 곁들여지면 그 자리가 대화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주량은 남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자신 있었는데 요즘은 나이 때문인지 한 병도 힘든 것 같다. 요즘에는 주량에 의미를 두지 않고 분위기 좋게 술잔이 오고가면서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 좋다."
- 특별히 즐기는 취미와 특기는 무엇인가.
"제가 생각해도 참 재미없는 사람같다. 다른 사람들은 독서, 바둑, 족구, 자전거 등 취미가 다양한데 저는 이렇다 할 취미가 없다. 대신 직원이든 여타 사람들이든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것도 취미라면 취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하하."
-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들었는 데.
“경찰보다는 경찰관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경찰조직에는 경찰관이 있고 이들은 민생치안을 책임지는 파수꾼이다. 지방경찰청 총수로서 순경부터 간부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을 가족처럼 살피는 것은 당연한 임무이다. 작은 정성이지만 직원들 애경사에 관심을 나타내려고 노력한다. 하루밤 사이 사건을 잘 해결한 직원에게는 칭찬과 격려로 사기를 북돋워 주고 개인·가정문제로 슬럼프에 빠진 직원에게는 위로의 말 한 마디로 업무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우리 직원들의 사기가 충천할 때 150만 대전시민들도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것이다.”
- 대전경찰의 가장 큰 현안은 유성경찰서 신설인 데 복안은 있는가.
"2007년 7월 대전경찰청이 개청된 후 서구에 위치한 둔산 경찰서가 유성구까지 관할하고 있지만 유성은 주요 유흥지역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대덕연구단지의 중요성과 대전 서남부지역(도안지역)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 개발 등을 고려해 볼 때 반드시 유성경찰서의 신설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에 대전경찰청도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며 조만간 본청에 건의할 예정이다. 비록 짧은 기간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지만 재임 중 유성경찰서 신설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전지역 치안총수로서 가장 중점을 둘 사안은.
"경찰의 기본임무는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신속히 검거해 시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범죄로부터 안전한 도시, 대전'을 만드는 것이 대전경찰청장인 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경찰이 될 것을 강조하는 한편, 시민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정성이 담긴 치안서비스 제공을 주문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서민들의 궁핍한 처지를 악용하는 불법 대부, 금융사기, 갈취 등 파렴치한 민생침해범죄를 우선적으로 근절해야 한다. 두 번째로 법 질서 확립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집회시위의 경우 준법집회는 최대한 보호하고 보장해 주겠지만 도로를 무단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한 사법처리와 함께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책임까지 엄중히 추궁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는 성매매에 대해서 지속적이며 강력한 단속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현재 대전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강력한 단속으로 대부분의 업소가 폐업 또는 휴업 중인데, 이제는 단속의 손길을 유천동에 한정하지 않고 대전지역 전역으로 확대해 성매매에 대해 예외 없는 강력한 단속을 벌일 작정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위기에 서민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에 대해서도 각 경찰서별 상설단속반 이외에 추가로 경찰관 기동대 70여 명을 투입, 대전지역에 사행성 게임장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전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경제위기로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 중요한 시기에 대전경찰은 다른 어느 조직보다 더욱 청렴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시민들도 경찰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기보다 애정이 담긴 격려를 보내주시면 경찰들도 더욱 힘을 내 질 높은 치안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대전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면서 경찰생활의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모든 정성을 기울이겠다."
정리=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사진=신현종 기자 shj00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