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충북지부는 지난 15일 오후 ‘전학 강요’ 논란 등과 관련, 충북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교장의 엄중 문책과 이기용 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전교조는 ‘충북도교육청 교육행정 이성 잃었다’란 제목의 기자회견문과 함께 해당 초등학교 교장에게 불려갔다 온 학생이 지난 12일 썼다는 ‘문제의 글’을 공개했다.
전교조가 밝힌 이 학생의 글에는 모의고사를 볼 때의 심정과 그 후 교장실로 불려가게 된 사연, 교장으로부터 질책받는 상황 묘사, 교장의 표변한 모습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대필의혹에 휩싸인 것은 맞춤법이나 문장구조가 너무 ‘완벽’하기 때문이다. 또 씌어진 문구도 일반적으로 학생들보다 어른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곳곳에 등장해 초등학생의 글로 보기에는 뭔가 미심쩍다는 것이다.
특히 글 내용 중 '나의 자화자찬이 있고… 호되게 혼나고… 호된 목소리가 바로 우리를 환영했다… 가정교사나 붙여 달라해!… 애들을 타박했다… 호락호락 벌건 얼굴에 참 어울리는 말이었다… 우리 선생님 역시 교장선생님의 잔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등은 초등학생의 글로 보기 어렵다고 일선 교사들은 분석했다.
또 이 글은 맞춤법이 거의 완벽할 뿐만 아니라 글의 흐름도 매끄러웠다. 이 같이 지나치게 잘써 누군가에 의해 대필됐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 글의 출처에 대해 전교조 측은 16일 “이 글은 학생이 쓴 후 학부모에 전달되고, 그 학부모가 제3자에게 건네준 게 맞다”며 “전교조에게 이 글을 제공한 제3자에게 오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교조는 “제3자가 누구인지 공개할 수 없다”면서 “이 글의 내용이 사실인 게 중요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해당 교장은 "문제의 글을 봤는데 한 학생이 작성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상담 당시 학생들마다 다른 내용을 얘기 했는데 이 글은 모든 게 취합돼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취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용도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면 적극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석 기자 cis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