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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대전시 서구 월평동 한 사행성 게임장을 설치해 불법영업을 해오던 업주와 종업원이 검거된 가운데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 ||
이들 불법 성인오락실 업주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유령 사무실이나 '임대' 표지판을 붙인 상가 등에 비밀영업장을 차려놓고 '단골' 고객만을 상대로 성업 중이다.
이에 본보는 대전지방경찰청과 둔산경찰서 합동 단속현장을 동행, 지역 곳곳에서 활개치는 성인오락실의 실태를 추적해 봤다.
16일 오후 2시 대전 서구 월평동 원룸촌의 한 상가 앞.
전날부터 잠복 중인 형사들과 단속반과의 교신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불법 오락실 단속은 보안이 생명인 만큼 고객들의 방문이 없다거나 건물 주변에서 망보는 일당의 동태를 체크한 후에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 경찰이 귀띔해 줬다.
고요한 시간이 지나고, 오후 2시 30분이 되자 경찰은 현장을 덮치기로 결정하고, 이내 지구대 순찰차 2대를 포함, 모두 14명의 단속반이 불법 오락실이 있는 상가건물 2층으로 들이닥쳤다.
그러나 일반 사무실로 위장된 오락실 입구는 이미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경찰들은 능숙한 솜씨로 용접기와 몇 개의 장비들을 동원해 문을 절단했다.
10여 분 넘게 꼼짝도 안하던 철문이 마침내 열리면서 빛도 차단된 120여㎡ 남짓한 공간에 20여 명의 손님들은 구석에서 모두 얼굴을 가린 채 숨어 있었고, 경찰의 단속업무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업소에서는 수년 전 전국을 도박광풍으로 물들게 했던 '바다이야기' 업그레이드 버전이 장착된 오락기 70여 대가 돌아가고 있었고, 손님들의 나이, 성별도 남녀노소 제각각이었다.
엊그제 제대한 21세 남성에서 30~40대 주부들, 평범한 50대 회사원까지 모두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시작했지만 결국 '한탕주의'에 물든 도박중독자들이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는 A 씨는 "그냥 심심하던 차에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이런 성인오락실이 지역 곳곳에 포진해 있다"고 전했다.
단속반원들은 손님들 틈에 끼어 있던 종업원을 찾았고, 이내 종업원은 "음료수와 담배 심부름만 했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종업원이 안내한 사무실을 들어가자 모두 4개의 CCTV를 통해 건물 내·외부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나 있었고, 이를 통해 그동안 업주는 경찰의 단속을 피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곧이어 연락을 받은 업주가 오락실 내부로 들어왔고, 단속반원들은 70여 대의 오락기들을 일일이 열어 현금을 수거했다.
언제부터 불법 오락실 영업을 시작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업주 B 씨는 "어제 시작했다. 어디서 나왔느냐"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한 경찰은 "이곳은 불과 2주 전에도 단속당했던 업소로 이 업주는 가중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수요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고,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성인오락기를 운영해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나오는 등 사회적인 파장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결국 경찰이 아무리 단속해도 기기 1개에서 시간당 8만~10여만 원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성인오락실 업주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날 단속에 나선 한 경찰은 "관련법을 개정해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불법 성인오락실을 없앨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전지방경찰청은 올 1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성인오락실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으로 모두 410곳의 업소를 적발해 1000여 명을 입건했고, 업주 35명을 구속하는 한편 현찰 4여억 원과 1만 4000여 대의 기기를 압수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