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서는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활자 실물이 공개를 앞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 금속활자가 세계 최고로 공인되면 세계 인쇄술의 역사가 바뀌게 된다.
또한 20여년 가까이 직지 브랜드화에 힘을 쏟아왔던 청주시의 관련사업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3세기초 '증도가자' 공개
다보성고미술전시관(대표 김종춘)은 2일 오전 11시 고려시대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 가칭)'의 실물을 언론에 공개하고 설명할 예정이다.
'증도가자'에 대해 전시관 측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책으로 알려진 직지보다 138년 이상 앞서 새겨진 금속활자라는 주장이다. 국내 서지학계 최고 권위자 중 하나인 경북대 남권희 교수도 다보성고미술관이 소장한 금속활자 100여 점을 분석한 결과 이중 12점이 1377년 활자본으로 간행된 직지보다 훨씬 앞선 13세기 초의 금속활자인 '증도가자'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교수의 연구성과에 따르면 이들 금속활자 12점은 삼성출판박물관 소장품이며, 고려 고종 26년(1239) 목판본으로 복각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보물 758호)의 글자체와 완전히 일치한다.
남 교수가 주장하는 고려시대 금속활자 12글자는 △明 △所 △於 △菩 △善 △平 △方 △法 △我 △福 △不 △子 자다. 남 교수는 이를 밝혀내는 데 3~4년간을 쏟았으며, 이 금속활자가 증도가를 인쇄하는 데 사용했다고 해서 '증도가자'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이 금속활자가 세계 최고로 공인되면 금속활자에 대한 국사교과서 관련 기술은 물론이고 세계 인쇄술의 역사 또한 바뀌게 된다.
특히 '직지'를 찍었던 '흥덕사자'(興德寺字)가 지방 활자인 반면 '증도가자'는 중앙에서 주조·사용된 활자로 고려시대 주조기술의 역사적 변천을 밝히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만 '증도가자'가 세계 최고로 공인받기 위해서는 국내·외 관련 학계의 교차 검증과 비판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시 직지사업 전면재검토 위기
'증도가자'의 진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직지 브랜드화에 앞장서 온 청주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증도가자'의 출현으로 '직지'의 가치가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펼쳐온 청주시의 관련사업이 모두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는 지난 1993년 국내 유일의 고인쇄전문박물관인 '청주고인쇄박물관' 건립을 비롯해 '직지' 전담부서 설치,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 직지축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또한 각종 체육대회에 '직지'를 타이틀로 내거는 것은 물론 도심 속 온갖 조형물에도 직지를 활용하고 있다.
올해 직지전담부서에 배정된 예산만도 3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직지와 관련해 쏟아부은 예산은 추정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미 수 년 째 직지보다 앞선 금속활자 또는 인쇄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도를 넘어선 '직지' 관련 마케팅에만 열중해 온 청주시를 탓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민 박모(52·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씨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이라는 직지의 가치가 시의 자랑이기는 했지만 언제라도 앞선 자료가 나올 가능성을 안고 있었기에 온갖 마케팅에 직지만을 활용해온 청주시의 정책은 다소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증도가자'의 공식 검증작업을 남겨 두고 있는 상태지만 정황상 사실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향후 진위여부에 따라 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워낙 크다보니 당혹스럽지만 일단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며 대응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또한 20여년 가까이 직지 브랜드화에 힘을 쏟아왔던 청주시의 관련사업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3세기초 '증도가자' 공개
다보성고미술전시관(대표 김종춘)은 2일 오전 11시 고려시대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 가칭)'의 실물을 언론에 공개하고 설명할 예정이다.
'증도가자'에 대해 전시관 측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책으로 알려진 직지보다 138년 이상 앞서 새겨진 금속활자라는 주장이다. 국내 서지학계 최고 권위자 중 하나인 경북대 남권희 교수도 다보성고미술관이 소장한 금속활자 100여 점을 분석한 결과 이중 12점이 1377년 활자본으로 간행된 직지보다 훨씬 앞선 13세기 초의 금속활자인 '증도가자'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교수의 연구성과에 따르면 이들 금속활자 12점은 삼성출판박물관 소장품이며, 고려 고종 26년(1239) 목판본으로 복각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보물 758호)의 글자체와 완전히 일치한다.
남 교수가 주장하는 고려시대 금속활자 12글자는 △明 △所 △於 △菩 △善 △平 △方 △法 △我 △福 △不 △子 자다. 남 교수는 이를 밝혀내는 데 3~4년간을 쏟았으며, 이 금속활자가 증도가를 인쇄하는 데 사용했다고 해서 '증도가자'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이 금속활자가 세계 최고로 공인되면 금속활자에 대한 국사교과서 관련 기술은 물론이고 세계 인쇄술의 역사 또한 바뀌게 된다.
특히 '직지'를 찍었던 '흥덕사자'(興德寺字)가 지방 활자인 반면 '증도가자'는 중앙에서 주조·사용된 활자로 고려시대 주조기술의 역사적 변천을 밝히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만 '증도가자'가 세계 최고로 공인받기 위해서는 국내·외 관련 학계의 교차 검증과 비판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시 직지사업 전면재검토 위기
'증도가자'의 진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직지 브랜드화에 앞장서 온 청주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증도가자'의 출현으로 '직지'의 가치가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펼쳐온 청주시의 관련사업이 모두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는 지난 1993년 국내 유일의 고인쇄전문박물관인 '청주고인쇄박물관' 건립을 비롯해 '직지' 전담부서 설치,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 직지축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또한 각종 체육대회에 '직지'를 타이틀로 내거는 것은 물론 도심 속 온갖 조형물에도 직지를 활용하고 있다.
올해 직지전담부서에 배정된 예산만도 3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직지와 관련해 쏟아부은 예산은 추정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미 수 년 째 직지보다 앞선 금속활자 또는 인쇄물이 발견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도를 넘어선 '직지' 관련 마케팅에만 열중해 온 청주시를 탓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민 박모(52·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씨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이라는 직지의 가치가 시의 자랑이기는 했지만 언제라도 앞선 자료가 나올 가능성을 안고 있었기에 온갖 마케팅에 직지만을 활용해온 청주시의 정책은 다소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증도가자'의 공식 검증작업을 남겨 두고 있는 상태지만 정황상 사실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향후 진위여부에 따라 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워낙 크다보니 당혹스럽지만 일단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며 대응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