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8시경 오 모(37) 씨는 주말을 맞아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스키장에 다녀오던 중 대형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계룡로 네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유성방향으로 좌회전하려던 순간 반대편 차선에서 견인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오 씨의 승용차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급정차해 사고를 면한 것.

오 씨는 "온가족이 함께 타고 있었는데 가족이 몰살하는 대형 사고가 날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전지역 견인차량들이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고 불법을 일삼고 있어 보행자 및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교통사고 현장에 경쟁업체보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 과속과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주행할 뿐만 아니라 불법 개조한 엔진으로 주행 속도를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한 차량 개조업체에 따르면 고속엔진으로 개조하면 최대속도를 출고시보다 40㎞ 정도 끌어올릴 수 있어 견인차 기사들이 사고현장까지 최대한 빨리 도착하기 위해 고속엔진으로 개조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많다.

견인차 기사 A(32) 씨는 "사고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는 것이 견인의 생명"이라며 "속도가 곧 돈이어서 대부분 엔진개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견인차량들이 임의로 등화장치 색상을 변경하고 HID 전조등을 장착해 차량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도 야간에 운전자들의 가시거리 확보를 저해하는 등 안전운행을 위협하고 있다.

박 모(45) 씨는 "야간에 운전하다가 견인차를 마주치게 되면 눈부셔서 앞을 보기 힘들다"며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견인차로 인해 운전자들이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견인업체 직원은 견인차들이 외장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이유에 대해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들이 다른 차량들에게 사고현장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다른 운전자들이 사고현장을 인식하지 못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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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천 명에서 수만 명 회원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담긴 단체 인명부가 인터넷 중고책 거래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처럼 거래된 인명부는 다단계업체, 대부업체 등의 전화마케팅으로 사용돼 인명부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된 회원들은 이들의 무차별적인 전화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또 인명부에서 새어나간 개인정보 등은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도 악용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인터넷 중고책 거래사이트에서 인명부를 찾아본 결과 한 사이트에서 무려 38권의 각종 단체·회원 인명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 찾은 인명부 중 이메일 주소가 기재된 K 경영인명록(2007년 판)은 3만 원에 거래가 되고 핸드폰 번호가 기재된 H대학교 총동창회 인명부(2003년 판)는 2만 원에 거래 중이다.

또 다른 중고책 사이트에서는 CD에 주소록이 담겨있는 E대학교 인명부(2004년 판)를 2만 5000원, 이메일 주소는 물론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된 B국제경영원 인명부(2007년 판)를 4만 원에 판매하는 등 각종 대학교, 전문직, 군인 인명부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개인정보가 많이 담겨있고 최신판 일수록, 희귀본 일수록, 또 개인정보가 상세할수록 인명부의 가격이 올라간다.

휴대전화는 물론 집주소가 담겨 있는 최신 인명부의 경우는 인기가 많아 중고책 거래사이트에 올라오는 순간 품귀현상이 나타난다.

이처럼 개인정보를 담은 인명부가 대규모로 거래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은 딱히 없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현행 법률은 △공공기관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의로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신용정보업체 등의 임직원이 업무 목적 이외에 이용하는 경우 등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인이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수집된 정보가 아닐 경우 개인정보 수집업자가 단지 인명부를 사고파는 것은 법적인 문제나 마땅한 규제 수단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거래된 정보로 명의 도용 등 또 다른 불법행위를 했을 때만 처벌된다.

경찰 관계자는 "흔히 개인정보라 하면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말하게 되는데 휴대전화나 이메일 주소는 누구나 수집이 가능해 딱히 개인정보 위반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며 "인터넷에서 무단으로 수집해 팔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법하지만 이 문제는 좀 애매모호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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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축년(己丑年)이 긴축년(緊縮年) 되지 않기를….’

대전지역 경제계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 2009년을 맞았다. 하지만 위기감과 불안감에 움츠려들어 긴축·내핍경영으로 일관하기보다 활기차게 새로운 활로를 모색,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황기=긴축경영'이란 공식에서 벗어나 역발상의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는 지역 기업인들은 기축년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심리적 긴축을 꼽으며 ‘비상(非常)’ 경영체제를 ‘비상(飛上)’ 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청권 중소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의 모임인 대전·충청CTO포럼 김왕환 회장은 “지금의 어려움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외부환경에서 비롯됐다”며 “위기는 언제나 있어 왔다. 따라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보다 끊임 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환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은 “올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미래를 비관할 필요는 없다”며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IMF 외환위기를 세계가 놀랄 만큼 빨리 극복하고 재도약에 성공한 우리 국민에게는 어떠한 난관도 넘어설 수 있는 저력과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바꿀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최상권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현 위기상황이 당면한 문제는 자금 유동성이 악화되는 ‘신용위기’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각 기업체가 선뜻 투자를 하지 않은 채 꼭꼭 문을 걸어 감그는 ‘신뢰위기’에 있다”며 “경제회생을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누구든 위기상황에 처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초심(初心)을 떠올리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며 “기업인 모두 처음의 열정으로 돌아가 정진한다면 2009년은 반드시 영광과 도약의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광식 ㈜선양 사장은 “올 한 해 큰 어려움이 예상되나 이럴 때일수록 상생의 정신과 나눔의 문화가 필요하고, 서로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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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학년도 대입 편입학 전형이 막을 올렸다.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취업난 속에서 편입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대학들의 편입생 확보전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3일 한밭대를 시작으로 오는 16일까지 각 대학별로 편입학 전형을 실시한다.

충남대는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일반편입 343명과 학사편입 193명 등 모두 536명을 모집한다.

전형방법은 각 학과별로 영어 및 전공이 30~60%, 전적대학 성적이 10~70%가 반영된다.

한밭대는 3일부터 오는 9일까지 인터넷 접수와 19일에는 방문접수를 받는다.

모집인원은 일반전형(주간)이 323명, 특별전형(야간)이 501명이다.

한남대는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모두 444명을 모집한다.

전형은 학과별로 전적대학 성적이 25~100%, 면접이 25~30%이며 예체능계의 경우 실기가 50~60%까지 반영된다.

목원대는 12일부터 16일까지 모두 478명을 모집하며 일반학부(과)의 경우 전적대학 성적으로만 선발한다.

배재대는 12일부터 16일까지 422명을 모집하며 일반학부(과)는 전적대학 성적으로만 선발한다.

유아교육과는 전적대학 성적 75%와 면접 및 실기 25%가 반영된다.

대전대는 12일부터 16일까지 412명을 모집하며 일반학부(과)는 전적대학 성적으로, 한의학과는 전적대학 성적(50%)과 한의학 및 영어 필기성적(50%)으로 선발한다.

지역대학의 관계자는 “지난해 국립대인 충남대 편입생 중 절반 가까이가 대전권 사립대생이 차지했다”며 “최근 경기상황을 감안 사립대에서 국립대로 학교 및 전공을 바꾸려는 편입생 수요가 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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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에 입지가 결정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핵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가 설립될 전망이다.

그동안 과학계 내에서도 이들 시설에 대한 설립 논란은 적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차세대 먹거리의 새로운 콘텐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일단 형성된 것으로 이해된다.

1일 교육과학기술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팀에 따르면 지난 29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추진 계획이 상정됐다.

총 20페이지로 만들어진 이 계획서에는 세계적 과학기술지식의 창출과 미래지향형 신산업성장의 거점, 국토공간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구심점이라는 세 가치를 중심으로 세부 목표별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우선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운영 방안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전문위원회에서 권고한 중이온 가속기 우선 투자 내용이 계획서 중심에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거점을 구축해 창조적 지식 및 미래 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며 세계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기초과학 전문연구기관으로의 발전이 목적이다.

운영원칙은 세계적 수준의 개방적 연구체제와 자율적·일몰형 연구조직을 표방하며 50개 연구팀, 3000여 명 규모로 각 연구팀당 연간 30억~100억 원이 필요하고 기초과학 및 원천·융합연구와 기초과학 분야 대형 집단연구에 중점을 두고 독립적인 법인으로 운영된다.

중이온 가속기는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성능향상 예산이 반영된 상황에서 방사광가속기 신규건설에 대한 투자는 중복투자의 우려가 높고 포항방사광가속기 성능 향상으로 충족시킬 수 없는 최첨단 연구자 수가 중이온 가속기 연구자 수보다 많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국가위 내용이 반영됐다.

중이온 가속기 건설에는 5년 간 46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이들 연구기관에서 나오는 파생물을 비즈니스화 하기 위한 첨단 융합신산업단지와 해외 우수인력들의 상주를 위한 교육, 환경 등의 도시 조성도 포함됐다.

특히 최대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벨트를 조성한다는 내용도 삽입돼 행정도시를 중심으로 대전의 대덕특구, 충북의 오송·오창 지역의 입지를 밝게 했다.

추진팀 관계자는 “운영위원회 시 위원들의 몇가지 지적사항이 있었지만 이들 연구기관 설립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아니었다. 무리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추진팀은 오는 15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본회의에 운영위 시 제기됐던 문제점을 보안해 상정할 예정이다.

본회의에서 아시아기초과학연구소와 중이온 가속기 등 과학비즈니스벨트 주요 콘텐츠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호범 기자 comst99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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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신문협회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6일 노무현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해 뒤늦게 각하결정을 내린데 대해 “언론자유를 위한 헌법적 해석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기피한 것으로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협회는 지난 30일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헌재가 헌법적 가치인 언론자유에 대한 판단을 오래 미루다 그 결정을 유보함으로써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향후 언론에 관한 헌법적 판단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차원에서 신중하고 조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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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에는 꼭 취업을 해야죠.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님께 공부한다고 용돈을 타 썼는데 올해는 취업을 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네요."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지만 취업을 앞둔 청년들은 취업을 앞둔 '취업 성공'을 올 한 해 목표로 삼고 벌써부터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다.

무자년(戊子年)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 대전지역 각 도서관에는 취업과 시험준비에 몰두 중인 20대 취업 준비생들로 가득찼다.

이들의 표정에는 새해에는 반드시 취업을 하겠다는 열의가 가득차 보였다.

지난해 8월 대학교 졸업을 했지만 아직까지 취업을 못했다는 정 모(28) 씨는 "여기저기서 경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어서 마음이 심란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믿고 싶다"며 "올해에는 반드시 취업에 성공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 모(29) 씨도 "새해에는 중소기업에도 입사 지원서를 내 볼 생각"이라며 "대기업 위주로 원서를 내서 그런지 자꾸 떨어졌는데 이제는 춥고 더운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새해 첫날인 1일 각 공공 도서관은 문을 닫았지만 인근 독서실이나 공무원 학원가 등에는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박 모(27) 씨는 "공무원 채용인원을 줄인다고 하는데 시험준비생으로서 많이 불안하다. 좋지 않은 경제상황에서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는 것도 미안하다"며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유일한 새해 소망"이라고 밝혔다.

김 모(25·여) 씨도 "경기가 자꾸 어려워져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며 "올해는 수험생활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이처럼 많은 20대 취업준비생들이 올해에는 취업하기를 바라며 새해 첫 날부터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불황의 여파로 올 취업문은 더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모(27·여) 씨는 "주변 여건은 더 안 좋아졌지만 새해 첫 날 떠오른 해처럼 희망을 갖고 살 것"이라며 잠시 놓았던 책을 다시 붙잡았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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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덕사 대웅전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色不異空空不異色·색불이공공불이색),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色卽是空空卽是色·색즉시공공즉시색)인 것을 온갖 욕심에 가득 차 속세를 살아가는 낯빛이 부끄럽다.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산사(山寺)를 거닐며 어리석은 중생에게 사자후를 토하는 고승과 마주한다.

기축년(己丑年) 새해 수덕사가 우리에게 ‘삶의 화두’를 던진다.

   

◆천년고찰 수덕사

“지명법사께서 산문을 열은 곳, 빈 덕숭산에 끝나지 않는 광장의 설법이어라. 종황자재함을 그 누가 알 것인가, 한길 신령스런 빛이 고금을 비추더라.”

올해 창건 1410주년을 맞은 충남 예산군 덕숭총림 수덕사(修德寺)는 내포 지역의 성산(聖山)으로 유명한 가야산 자락 덕숭산에 자리 잡고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수덕사는 백제 말 숭제법사(崇濟法師)가 창건하고 고려 공민왕 때 나옹(懶翁)이 중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本寺)로 충남도 내 40여 개 말사(末寺)를 관장하고 있다.

현재 각종 당우(堂宇)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수덕사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우리나라 전통 불교 건축물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국보 제49호인 대웅전(大雄殿)을 중심으로 좌우에 명부전(冥府殿)과 백련당(白蓮堂), 청련당(靑蓮堂) 등이 있으며, 천왕문과 금강문, 일주문으로 이뤄진 산문(山門)이 사찰을 찾는 손님들을 맞는다.

이 중 지난해 건립 700주년을 맞은 대웅전은 건축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여겨지고 있다.

앞면 3칸, 옆면 4칸에 겹처마와 맞배지붕을 지닌 주심포계 건물인 대웅전은 1308년 충렬왕 34년에 세워진 고려 후기의 대표적인 목조건물로서 그 예술미와 장인정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배흘림이 뚜렷한 기둥은 우미량의 율동미, 이중량(二重樑)의 곡선미와 함께 백제계 특유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대웅전 외에도 수덕사가 배출한 선승인 만공선사를 추모하기 위해 제자들이 세운 만공탑과 여래탑(삼층석탑)은 충남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대형 법회와 불교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그려진 노사나불괘불탱(盧舍那佛掛佛幀)은 보물 1263호다.

또 수덕산 산내에는 비구니승의 수련도량인 견성암을 비롯해 환희대와 정혜사, 극락암, 선수암 등 많은 도량과 암자가 산재해 있다.

   

◆‘고승’과 만나다

수덕사는 그 역사만큼이나 조선 후기 선풍(禪風)을 크게 일으켰던 경허선사(鏡虛禪師)와 만공선사(滿空禪師), 일엽(一葉) 스님 등 많은 고승을 배출했다.

경허 선사는 승려들이 선을 사기(私記)의 형식으로 기술하거나 구두로만 일러오던 시대에 선을 생활화하고 실천한 선의 혁명가이자 불조(佛祖)의 경지를 현실에서 보여준 선의 대성자였다.

근대 선의 물결이 경허선사를 통해 다시 일어났다는 점에서 경허 선사는 한국의 마조(馬祖)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저서로는 ‘경허집(鏡虛集)’이 있다.

경허선사의 제자인 만공선사는 한국불교의 일본불교화를 시도했던 조선총독부의 종교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한 승려로 잘 알려져 있다.

만공선사는 종교가 정치로부터 분리돼야 한다는 점과 한국불교가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불교로 변질되면서 계율이 문란해지고 한국불교의 전통과 종교적 순수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덕사에서 금선대(金仙臺)와 전월사(轉月舍)를 짓고 참선과 후학 양성에 매진하며 선불교를 크게 중흥시켜 근현대 한국불교계에 큰 법맥을 형성했다.

만공선사의 영정과 유물은 금선대 진영각(眞影閣)에 보관돼 있다.

‘청춘을 불사르고’를 지은 여류 문인이자 비구니 승려인 일엽 스님은 1928년 만공선사(滿空禪師)를 스승으로 득도 수계한 후 환희대와 견성암에 기거하며 불제자로 일생을 마쳤다.

일엽 스님은 1920년대부터 문학활동을 활발히 펼친 신여성으로, 오랫동안 폐쇄된 규범 속에 묻혀 있었던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문학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산=김동근 기자 dk1hero@cctoday.co.kr

  ▲ 찾아가는 길
 
◆자가용=대전→ 공주→ 유구→ 예산에서 덕산·수덕사 방면으로 25㎞ 지점

◆대중교통=대전시외버스터미널→ 예산버스터미널에서 덕산·수덕사 방면 시내버스로 환승(50여 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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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유효상 사회부장

2009년 기축(己丑)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민선 4기 대전시정을 마무리하는 해이자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직면한 지역경제의 생사를 좌우할 중요한 시기다.

박성효 대전시장이 취임 후 2년 6개월 간 뚝심있게 추진해 온 3000만 그루 나무심기, 3대 하천 생태복원 등 ‘그린시티’ 사업을 정착시킨데 이어 대규모 외자 유치, 대덕특구 1, 2단계 동시 개발, 대전국제우주대회(IAC 2009)의 국가행사 승격 등 시의 경제지도를 성공적으로 바꿔 붙여진 ‘경제시장’이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실력을 발휘할 때다.

박 시장은 올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IAC 2009 대전대회 및 스페이스 페스티벌를 비롯해 전국체전, 시 출범 60년 및 광역시 승격 20년 등 국내외 대규모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 ‘세계 속 대전’을 만들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대전토박이로서 대전사랑이 확고한 박 시장의 의지에는 대전시민과 지역기업을 위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그린시티 정착, 첨단과학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창조도시 건설 등에 대한 비전이 담겨 있다.

-지난해를 되돌아 보면.

“지난해 시정화두를 ‘불광불급(不狂不及)’에 두고 시의 경제지도를 바꾸는데 최선을 다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지역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다. 지역 난제였던 산업용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덕특구 1, 2단계 동시개발을 이끌어 냈고 72개 기업과 6억 7000만 달러 규모의 외자 유치, 일자리 4000여 개 창출, 경부고속철도변 정비사업과 서남부개발사업에 지역업체 발주권 확보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또 3000만 그루 나무심기와 3대 하천 생태복원, 자전거 도시 조성 등 그린시티 조성사업도 정착단계에 들어섰다. 교통체계 개혁을 위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과 노선운영 체제 개편을 통해 올해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대전시정을 이끌면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경제와 환경 분야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리 투자해야 한다. 올해는 지역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올인한다는 목표 아래 공공·민간 부문에서 일자리 4만 2000개 창출하고 상반기 중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 확실한 지역기업 지원을 위한 재정 조기집행 등 비상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과 대전역세권 개발, 3000만 그루 나무심기와 행복한 하천만들기, 목척교 복원사업, 무지개 프로젝트 추진 등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

-올해 큰 행사가 많이 열리는데.

“2009년은 UN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이자 대전시 출범 60주년,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는 해로 우주 분야 최대 국제대회인 ‘IAC 2009 대전’ 대회와 전국체전이 열린다. 우주 관련 국제세미나인 IAC 2009가 우주 관련 전문가들의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10월 전후를 우주주간으로 설정하고, 우주과학 체험학습이 가능한 볼거리를 만들어 단순히 보여주는 행사가 아닌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객 중심의 참여축제로 준비하고 있다. 전국체전도 특색 있는 개·폐회식과 다채로운 문화행사로 첨단과학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과학체전으로 진행하는 한편 직전에 열리는 IAC 2009와 연계해 첨단과학도시 대전의 역량을 대내외에 마케팅하는 계기로 삼겠다.”

-IAC 2009 대회와 연계한 시민 및 방문객을 위한 축제도 있다는데.

“‘IAC 2009 대전’ 대회가 우주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대회 만으로 치러질 경우 국내 우주기술과 지역 컨벤션 산업의 역량을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아쉬움이 있었다. ‘IAC 2009 대전’ 대회를 계기로 시민 등 국내외 관람객들이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 및 행사 등을 통해 우주를 체험하고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스페이스 페스티벌’을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참석과 국무총리의 명예조직위원장 수락, 교육과학기술부의 공동 개최 등으로 명실상부한 국가행사로 발돋음한 ‘IAC 2009 대전’ 대회와 ‘스페이스 페스티벌’을 통해 첨단과학도시를 넘어 우주도시의 이미지를 국내외적으로 알리겠다.”

-국가연구개발의 메카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위상 정립을 위한 복안은.

“대덕특구는 대전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터전이자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견인할 한국의 성장엔진이다. 특구법 개정으로 특구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완화와 원활한 산업용지 공급, 국세와 지방세 감면 등을 해결해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클러스터로 성장하며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 대덕특구는 정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미국의 실리콘밸리, 일본의 쓰쿠바, 중국의 중관촌과학기술단지 등 세계적인 연구단지와 경쟁할 수 있다. 대덕특구는 정부가 투자한 금액의 몇 배를 새로운 국부 창출로 보답할 수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과 첨단의료단지의 유치 전망은.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입지 선정기준이 나오지 않아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와 첨단의료단지는 국가연구개발의 메카인 대덕특구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큰 틀 안에 첨단의료단지를 포함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충청권 광역경제권의 협력도 중요하며, 대덕특구와 행정도시, 오송·오창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묶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의 미래세대를 먹여 살릴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해 정부와 관계위원회의 합리적인 판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기 과제로 추진 중인 창조도시에 대한 비전과 구상은.

“창조도시는 미래세대에 물려 줄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비전이자 핵심가치다. 도시의 경쟁력은 창의적 역량과 지역 특성을 살린 개성 있는 매력창출에 달려 있다. 대전은 첨단과학기술, 3대 하천이 도심을 흐르는 쾌적한 자연환경, 중부권 최고의 문화인프라 등 창조도시로서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상상력이 경쟁력이 되는 도시, 글로벌 창조허브 대전’을 만들기 위해 학습도시, 지식경제도시, 환경도시, 복지도시, 문화도시, 소통도시 등 6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타 도시와 차별화된 대전 만의 매력과 색깔을 만들어 나가겠다.”

-대전의 랜드마크인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청사진은.

“재창조 프로젝트를 통해 엑스포과학공원을 대덕특구와 함께 과학도시 대전의 도시브랜드 마케팅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문화산업진흥지구, 대전컨벤션센터, 문화예술의 전당, 갑천과학문화관광벨트 등 주변시설과 연계한 과학, 문화, 비즈니스 복합단지 조성이 실현 목표다. 세부 조율이 남았지만 국제전시구역과 연계한 과학비즈니스 공간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과학, 예술, 녹지가 어우러진 친환경적인 공간, 엔터테인먼트와 쇼핑공간 등도 들어서면서 대전을 상징할 수 있는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변신하게 될 것으로 본다.”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올해는 시출범 60주년 및 광역시 승격 20주년의 해이자 대전국제우주대회과 전국체전이 잇따라 열리는 등 대전 발전의 전환점이 되는 해다. 그동안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시민의 신뢰와 참여 속에 하나씩 결실을 거둬 나가겠다. 대전의 발전과 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위해 힘을 모아주기를 당부한다.”

정리=김경환 기자 kmusic7@cctoday.co.kr
사진=신현종 기자 shj00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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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능성분자메모리 창의연구단원들이 365일 불을 밝히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차세대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분자메모리 소자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의연구단이 미래정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회사에선 연말 종무식이 끝나고 새해를 준비하기 위한 쉼이 허락됐지만 이곳 연구원들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하고 싶은 소망을 뒤로한 채 연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창의연구단은 단장이자 분자메모리소자팀장인 이효영(44) 박사를 중심으로 박사후 연구원 3명, 석사연구원 2명,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석사과정연구원 2명, 초빙연구원 2명 등 총 10명의 연구원들이 기능성 분자메모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능성 분자 메모리는 앞으로 개인이 접하게 되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향후 10년 내에 테라비트급 집적도를 갖는 정보처리 및 저장소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발맞춰 지난 2006년 과학기술부가 주관한 창의연구단에 ETRI 분자메모리소자팀이 선정돼 3년 동안 다양한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분자소재는 전압이 ‘0’이면 꺼지는 휘발성을 갖고 있었지만 창의연구단은 전압이 ‘0’이어도 분자가 전자를 받아 간직하고 있다가 원할 때 다시 전자를 내놓는 비휘발성 분자소재를 개발, 액체상에서와 동일한 전기적 특성을 나타내는 유기금속분자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화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미국화학학회지’에 게재된 데 이어 ‘네이처 아시아 머티리얼스’에도 소개됐다.

창의연구단은 금속전극이 아닌 유기물 전극을 이용해 새로운 분자메모리 소자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선폭 60nm인 소자를 제작했으며 이 나노선에 새로운 분자를 붙여 비휘발성 분자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창의연구단은 구성된 지 불과 3년 만에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한국이 미국(휴렉펙커드사)와 네덜란드(필립스사)에 이은 세계 3위권 기술보유국에서 1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창의연구단이 현재 수준에 오르기까지 이효영 박사의 연구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 박사는 일요일 교회를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 연구실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해 첫 날도 연구실에서 불을 밝힌 이 박사는 “오늘날의 기술수준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연구원들의 노력과 ETRI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연구원들은 퇴근시간이 정해지는 등 주 5일제 근무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휴일도 반납한 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모든 공을 단원들에게 돌렸다.

ETRI 창의연구단의 성과는 세계에서 주목할 정도의 반열에 올랐다. 창의연구단은 쉼표를 찍고 충전을 할 시간적 여유를 용납지 않고 연말연시에도 본연의 업무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박사는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책임질 기능성 분자메모리 소자가 개발될 그 날을 생각하면 오늘도 연구실의 불을 끌 수 없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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