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에서 수만 명 회원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담긴 단체 인명부가 인터넷 중고책 거래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처럼 거래된 인명부는 다단계업체, 대부업체 등의 전화마케팅으로 사용돼 인명부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된 회원들은 이들의 무차별적인 전화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또 인명부에서 새어나간 개인정보 등은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도 악용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인터넷 중고책 거래사이트에서 인명부를 찾아본 결과 한 사이트에서 무려 38권의 각종 단체·회원 인명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 찾은 인명부 중 이메일 주소가 기재된 K 경영인명록(2007년 판)은 3만 원에 거래가 되고 핸드폰 번호가 기재된 H대학교 총동창회 인명부(2003년 판)는 2만 원에 거래 중이다.

또 다른 중고책 사이트에서는 CD에 주소록이 담겨있는 E대학교 인명부(2004년 판)를 2만 5000원, 이메일 주소는 물론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된 B국제경영원 인명부(2007년 판)를 4만 원에 판매하는 등 각종 대학교, 전문직, 군인 인명부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개인정보가 많이 담겨있고 최신판 일수록, 희귀본 일수록, 또 개인정보가 상세할수록 인명부의 가격이 올라간다.

휴대전화는 물론 집주소가 담겨 있는 최신 인명부의 경우는 인기가 많아 중고책 거래사이트에 올라오는 순간 품귀현상이 나타난다.

이처럼 개인정보를 담은 인명부가 대규모로 거래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은 딱히 없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현행 법률은 △공공기관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의로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신용정보업체 등의 임직원이 업무 목적 이외에 이용하는 경우 등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인이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수집된 정보가 아닐 경우 개인정보 수집업자가 단지 인명부를 사고파는 것은 법적인 문제나 마땅한 규제 수단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거래된 정보로 명의 도용 등 또 다른 불법행위를 했을 때만 처벌된다.

경찰 관계자는 "흔히 개인정보라 하면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말하게 되는데 휴대전화나 이메일 주소는 누구나 수집이 가능해 딱히 개인정보 위반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며 "인터넷에서 무단으로 수집해 팔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법하지만 이 문제는 좀 애매모호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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