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능성분자메모리 창의연구단원들이 365일 불을 밝히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
차세대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분자메모리 소자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의연구단이 미래정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회사에선 연말 종무식이 끝나고 새해를 준비하기 위한 쉼이 허락됐지만 이곳 연구원들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하고 싶은 소망을 뒤로한 채 연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창의연구단은 단장이자 분자메모리소자팀장인 이효영(44) 박사를 중심으로 박사후 연구원 3명, 석사연구원 2명,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석사과정연구원 2명, 초빙연구원 2명 등 총 10명의 연구원들이 기능성 분자메모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능성 분자 메모리는 앞으로 개인이 접하게 되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향후 10년 내에 테라비트급 집적도를 갖는 정보처리 및 저장소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발맞춰 지난 2006년 과학기술부가 주관한 창의연구단에 ETRI 분자메모리소자팀이 선정돼 3년 동안 다양한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분자소재는 전압이 ‘0’이면 꺼지는 휘발성을 갖고 있었지만 창의연구단은 전압이 ‘0’이어도 분자가 전자를 받아 간직하고 있다가 원할 때 다시 전자를 내놓는 비휘발성 분자소재를 개발, 액체상에서와 동일한 전기적 특성을 나타내는 유기금속분자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화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미국화학학회지’에 게재된 데 이어 ‘네이처 아시아 머티리얼스’에도 소개됐다.
창의연구단은 금속전극이 아닌 유기물 전극을 이용해 새로운 분자메모리 소자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선폭 60nm인 소자를 제작했으며 이 나노선에 새로운 분자를 붙여 비휘발성 분자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창의연구단은 구성된 지 불과 3년 만에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한국이 미국(휴렉펙커드사)와 네덜란드(필립스사)에 이은 세계 3위권 기술보유국에서 1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창의연구단이 현재 수준에 오르기까지 이효영 박사의 연구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 박사는 일요일 교회를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 연구실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해 첫 날도 연구실에서 불을 밝힌 이 박사는 “오늘날의 기술수준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연구원들의 노력과 ETRI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연구원들은 퇴근시간이 정해지는 등 주 5일제 근무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휴일도 반납한 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모든 공을 단원들에게 돌렸다.
ETRI 창의연구단의 성과는 세계에서 주목할 정도의 반열에 올랐다. 창의연구단은 쉼표를 찍고 충전을 할 시간적 여유를 용납지 않고 연말연시에도 본연의 업무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박사는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책임질 기능성 분자메모리 소자가 개발될 그 날을 생각하면 오늘도 연구실의 불을 끌 수 없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