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충남도교육감이 지난 7일, 제14대 충남교육계 수장에 취임한 지 꼭 100일째를 맞았다. 김 교육감의 100일은 교육현장을 발로 뛰며 교육가족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었다. 교육국장 등을 역임하며 누구보다 충남교육의 실태를 잘 파악하고 있을 그였지만 취임 후 첫 행보는 도내 16개 시·군을 돌며 교육가족들과 다시 한 번 공감대를 맞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은 김 교육감이 앞으로의 교육 청사진을 짜는 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허심탄회하게 들려오는 격려와 질타는 김 교육감에게 여과없이 전달됐고 앞으로 펼쳐질 추진과제들의 주제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취임 100일을 맞은 김 교육감을 만나 지난 행보들을 되짚어보고 충남교육의 미래를 물었다.
대담 = 유순상 문화레저부장
-지난 100일을 돌아본다면.
"도내 16개 시·군을 돌며 교육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충남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지역특색에 맞은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다. 사무실에서 생각한 것과 현장에서 느낀 것은 차이가 컸다.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은 학교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이제 학교는 교육만을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다. 돌봄기능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방과 후나 야간에도 교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학력증진도 이루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도 획기적으로 경감할 수 있다. 학교 돌봄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10대 역점 추진사업을 짰다. 결손·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기숙형 중학교 설립이나 학생 중심의 제2 외국어교육원 설립, 학부모 교육도우미제, 야간 돌봄공부방 확대, 교원업무 획기적 경감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100일 동안 현장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바탕으로 향후 충남교육의 청사진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번 의견수렴회 기간 동안 학부모 등 교육가족으로부터 가장 큰 환영을 받았던 부분이 야간 돌봄방과 공부방 운영이라던데.
"그렇다.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가장 환영하고 만족한 것이 야간 돌봄방과 공부방 운영이었다. 이번에 수렴한 의견의 주 내용이기도 했다. 실제 학생들이 오후 늦게나 야간에 가정에 혼자 남게 되면 컴퓨터 오락이나 인터넷의 나쁜 사이트에 빠져드는 유혹을 받기 쉽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원인이기도 하다. 야간 돌봄방과 공부방은 학원에 갈 수 없는 저소득층, 맞벌이부부, 농어촌지역의 학생들을 공교육에서 관리해 주자는 취지다. 단위학교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대략 초등학교는 오후 7시까지, 중학교는 오후 9시까지 운영하게 된다. 고교는 이미 야간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실시 중에 있다. 초교는 주로 돌봄역할을, 중학교는 돌봄과 교육역할을, 고교는 교육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희망학교와 희망학생에 한해 실시할 계획으로 지원 예산도 규모와 의지에 따라 차등화 될 것이다. 아마 사교육비 경감과 학력증진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충남교육의 새로운 지표는 무엇인가.
"충남교육이 나아갈 방향이 될 새로운 교육지표는 '바른 품성 알찬 실력, 미래 여는 충남교육'이다. 새로운 교육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교육정책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청의 전 직원과 간부들, 교육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교육지표 중 '바른 품성 알찬 실력'은 인성과 지성을 겸비한 균형 있는 인재를 육성하자는 의지와 비전을 제시한 것이고 '미래 여는 충남교육'은 모든 교육가족이 역량을 결집해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는 충남교육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충남교육의 가장 큰 현안이 학력증진이다. 어떤 비책이 있는가.
"교육감을 준비하면서 도민들로부터 들었던 의견들을 바탕으로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학력신장을 이루기 위한 6단계의 로드맵이라 할 수 있다. 첫째론 교육감 직속으로 태스크포스팀을 조직해 운영하며 저조한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맞춤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둘째는 학력신장을 위해 기초·기본학력을 충실히 하고 방과후학교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학부모와 대학생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해 교육도우미로 활용하고 넷째는 평가로 교육과정을 진단하고 성취도 평가를 실시해 적절히 학력신장에 활용한다. 다섯째는 본청 간부와 교육전문직의 지역·교과 책임지원 체제를 갖추고 여섯째는 이러한 과제 추진을 위해 예산을 증액,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선 어떤 계획이 있나.
"학부모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일은 교육비 부담 없이 자녀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선 모든 교육정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입시제도 개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입학사정관제 확대와 정착은 이러한 방향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학생들이 선택해 공부하는 선택중심 방과후학교와 수준별 수업 또한 사교육을 대체하는 방안이다. 적정한 학원비가 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하고 고액과외도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영어교육에 대해 걱정이 많은데 쉽게 학원 등 사교육과 접하지 못하는 충남의 경우 더할 것 같다. 이를 위한 대책은.
"영어교육은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요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영어교육에 시청각 도구나 원어민 등이 많지 않았다. 주로 개인적 역량인 암기력이나 기억력에 의해 능력이 갈리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학부모의 부가 바로 영어실력이라는 말도 돌고 있는 현실이다. 분명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 충남교육에서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초·중·고에 확대 배치하고 있다. 또 양질의 원어민을 적은 예산으로 확보하기 위해 미국 대학과 협약을 체결해 원어민 인턴교사인 미국 대학생을 교생실습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어민이 거주를 기피하는 도서벽지에는 영어 원격 화상강의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아울러 영어교사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충남외국어교육원과 해외연수 기회를 확대해 영어교사의 원어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사회적 배려 계층이 증가하고 있다. 지원책은.
"부모가 없는 소년소녀가장,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도움이 절실한 소외계층이 많다. 이들을 교육에서 끌어안아야 한다. 가난 때문에 교육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교재비 및 학습준비물 지원하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학업성취도 증진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 중에 있다. 또 무료 급식과 함께 방과후학교 수강료를 지원하는 바우처제도가 운영 중이다. 특히 우리 교육청에서는 사랑의 수호천사 성금을 모금해 소외받는 학생들에게 총 7억 7000만 원을 전달했으며 잠재력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교육사랑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조직개편도 있고 9월 교원의 정기인사도 있는데 교직원 인사정책은.
"선거 결과의 논공행상은 있을 수 없다고 이미 수 차례 언급했다. 가장 핵심적인 인사원칙은 현장에서 묵묵히 학생지도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교원을 우대하는 것이다. 다음은 적재적소로 능력에 맞는 인재를 자리에 기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능력과 실적 바탕으로 객관적 자료 검증을 통한 인사를 실시하겠다. 특정지역, 특정학교, 기득권 세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교원평가, 학교평가 등의 객관적인 자료와 인사검증시스템을 강화해 시행하겠다. 자율과 책임의 단위학교 학교장 권한을 강화해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를 우대하는 학교장의 교사초빙권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차츰 안일하고 나태한 교사는 설 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또 승진에 있어서도 가산점 부여제도를 개선해 농어촌 지역 근무교사의 승진가산점을 교육감 권한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의 경우 대도시와 달리 서산, 태안, 당진, 서천 등에 신규교사 편중배치가 심하다. 개선책은.
"교과부에서 지역·학교단위 교원임용제도 개선안이 나온다면 이를 적극 수용할 예정이다. 그러면 신규 임용된 지역에 의무연한을 근무하는 제도가 도입되리라 생각한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현재 인사관리원칙 개정 의견수렴회를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기에 하나로 통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앞으로 신규교사의 지역할당제를 통해 임용할 예정으로 있으며 아울러 이 지역에 교사들의 사택을 추가 구입해 생활안정과 근무여건을 개선토록 하겠다."
-끝으로 교육가족에게 당부하고 말은.
"충남교육에 꾸준히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는 교육가족과 200만 도민에게 감사드린다. 학부모와 200만 도민께서도 교육의 주체자로서 학교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유관기관과 지자체에서도 교육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 학생이 미래의 꿈을 지니고, 행복하고 만족하는 배움터에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영위하며 바른 품성을 키우고 알찬 실력을 지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 교직원이 보람과 긍지를 갖는 교육문화를 이루겠다. 충남도민과 교육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미래를 여는 충남교육이 될 수 있도록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길 부탁한다."
정리=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사진=홍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