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해당 카드를 가끔씩만 사용했던 이 씨는 상담원에게 ‘지금도 한도가 충분해 필요없다’고 했지만 상담원은 막무가내로 한도 상향을 종용했다.
실랑이가 길어져 이 씨가 전화를 끊으려 하는데 상담원은 느닷없이 한도 상향을 위해 주민번호 뒷자리를 확인하겠다며 황당한 상황까지 연출했다.
이 씨는 “내 의견은 전혀 들으려 하지도 않고 오로지 한도를 올리고 말겠다는 듯한 상담원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며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금융기관에서 이런 막무가내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박모(40·대전시 중구) 씨는 최근 신용카드 사용한도가 갑자기 줄어 황당해 했다.
급여 통장과 신용카드 결제계좌가 서로 달랐던 박 씨가 이체를 늦게해 3일 연체됐다는 이유에서다.
박 씨도 이 씨처럼 지난달 사용한도를 올려주겠다는 모 카드사 상담원의 권유전화를 받았다.
박 씨는 “필요 없다던 한도를 제 맘대로 결정하 듯 올려버리더니, 한 달 만에 제자리로 돌려놨다”며 “카드사들이 제 멋대로 고객의 한도를 시험하 듯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들의 영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사용한도를 둘러싼 고객과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평소 거래가 뜸한 고객에게까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한도 상향을 종용하면서도, 단기 연체 등의 사소한 이유로 가차없이 한도를 축소시키는 등 양면성을 보이는 것.
이 같은 카드사 행태를 이른바 ‘필요도 없는 우산을 억지로 빌려줬다가, 막상 비가 오면 우산을 빼앗아가는 꼴’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간의 영업 강화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마케팅과 회원관리에서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며 “지나친 경쟁은 고객들에게 혼선과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카드사 자체에도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