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전지역 모 학교 졸업식장. 긴장한 표정의 교사들이 정문앞을 막고 서서 학생들의 가방과 소지품을 검사했다.

계란과 밀가루가 난무하는 졸업식 추태를 차단하기 위해서였지만 잠시 후 교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은 찢긴 교복을 입고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 쓴 학생들로 아수라장이다.

지켜보던 학부모와 교사들은 혀를 찰 뿐 달리 방도가 없다.

#같은 시각 온양 용화고 졸업식장. 검정색 학사가운과 사각 학사모를 쓴 학생들이 단정히 앉아 지난 3년간 자신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 송사와 답사가 이어지며 졸업식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졸업생들은 곱게 갠 교복을 후배들에게 전달하며 어깨를 다독여주고 있다.

본격적인 졸업시즌에 돌입하면서 교복찢기와 계란투척 등 국적불명(?)의 일그러진 졸업 문화를 바꿔보려는 시도가 잇따라 눈길을 끌고 있다.

요즘 졸업식에서는 교복찢기와 계란투척은 물론, 밀가루와 토마토 케첩, 마요네즈, 초고추장 등 각종 양념을 뿌려대는 광란의 현장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까나리 액젓과 스프레이 락카가 등장하는 등 추태의 소재들이 진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주 수도권과 부산 등에서는 집단 폭력에 가까운 졸업생 교복찢기와 알몸 질주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대전과 충남에서도 일부 학생들의 일이긴 하지만 이같은 추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친구의 졸업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폭력을 가하는 일명 ‘졸업빵’이 매년 졸업식장 인근에서 자행되고 있고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 쓴 학생들이 시내를 활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졸업식의 틀어나 벗아나 이색 졸업식을 도입한 학교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현저히 줄거나 사라지고 있다.

대학 졸업식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학사가운을 입고 졸업하는 학교에서는 처음부터 찢을 교복도 없고 분위기가 엄숙하다보니 계란이나 밀가루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또 호수돈여중의 경우 졸업식장 자체를 연회장으로 꾸미는 ‘파티형 졸업식’을 통해 학생들의 일탈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사복 졸업식을 도입했던 동산중과 교복 및 체육복 물려주기 행사를 진행했던 학교들은 효과에 만족하며 올해도 같은 졸업식을 추진하고 있고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학교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해방감’이라는 명분으로 도를 넘어서고 있던 학생들의 졸업식 추태를 학교가 나서 개선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일선 학교 한 교사는 “요즘 아이들의 졸업식 추태는 해방감으로 인한 단순한 치기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지나치고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딱딱한 졸업식으로는 학생들의 문화 성향을 따라갈 수 없다. 학교 스스로 틀에 얽매인 졸업식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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