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경찰청이 일반 공무원 직급과 형평성을 맞추려고 추진해온 ‘경장-경사 계급 통합안’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감 근속승진제도’가 대두되면서 후순위로 밀려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4월 조현오 청장 취임 이후 일반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사나 승진에 불이익 요소로 작용해온 11단계에 이르는 경찰 계급을 10단계로 줄이는 계급 통합안을 추진해 왔다.
경찰은 현재 6.5급 상당인 경위까지 근속승진에 21년이 걸리지만 계급이 통합될 경우 일반 공무원 7급과 비슷한 14~15년으로 단축돼 봉급이나 연금 등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직원 의견수렴을 거쳐 순경 바로 위 계급인 경장을 기존 경사와 합치기로 하고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현 경위까지인 근속승진제를 경감 계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면서 계급 통합안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말 경찰대 졸업식에 참석해 “경찰 노고에 상응하는 대우와 승진기회를 확대하고 보수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최근 한나라당에선 “높은 업무강도에 비해 처우가 열악해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며 경감 근속승진제 도입 추진을 시사했다.
이런 배경에는 지난 3월초 일반 공무원 7급 직원 중 12년 이상 근무한 상위 20%를 6급으로 근속승진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경찰 공무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경찰 내부에선 예산 등의 문제로 계급통합과 근속승진제가 동시에 도입되긴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장기적으론 계급통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등 또다시 찬반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실제 계급통합 방안을 추진 중인 경찰청의 경우 최근 근속승진제가 대두되면서 그동안 진행해온 관련부처 협의를 일단 중단하고 정치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여당 차원에서 경감 근속승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어디에 방향을 맞춰야 할지 고민”이라며 “현재 내부 직원들도 계급통합 추진 발표 때와 같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근속승진 도입보다 계급통합이 먼저 이뤄져야 승진 기간 단축이나 보수, 연금 등에 이익이 발생한다”며 “근속승진 도입에 앞서 보직별 계급 상향 조정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