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내부의 기류가 수상하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물밑에서 흐르는 당에 대한 불만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필패(必敗)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현재의 당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1차 배경이고, 그렇다고 이를 극복할만한 뾰족한 방법도 찾을 수 없다는 막막함이 2차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당직자는 물론 국회의원 등 당 지도부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누구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당 분위기로 볼 때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 이유 아닌 이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최고위원회 등이 있지만, 사실상 이 대표 독주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의원들도 이에 대한 문제점과 불만은 모두 갖고 있지만, 입을 다물고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어느 순간부터 당 정체성이 모호해졌고, 충청도에서도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당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라며 “이제는 당이 비전이나 정책 보단 현안 이슈를 따라가며 민심을 자극하는데 더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위기의식은 더욱 깊다.
물가대란에 구제역 사태 등 민생난까지 겹치면서 내년 총선이 단단한 보혁구도로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선진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선진당이 그동안 주장해온 ‘따뜻한 보수’가 과연 서민들에게 얼마나 피부로 와 닿았고, 또 내년에 효과를 볼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내년 총선에서 또다시 ‘충청도 정당’이란 호소로 유권자들을 흡입하기에는 선진당을 바라보는 민심이 너무 냉랭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선이다.
여기에 몇 몇 의원들의 확인되지 않는 탈당설까지 나오면서 이래저래 선진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그렇다고 선진당이 환골탈태 하려는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이후 선진당은 그 해 9월 ‘제2창당에 버금가는 개혁을 하겠다’며 ‘미래개혁특위’를 구성하고 ‘개혁안’ 마련에 착수했다.
미래개혁특위는 이후 5개월여 간의 노력 끝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지난 1월 말 경 이회창 대표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이 대표의 책상 서랍 안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 이후 ‘세종시 논란’에 버금가는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세종시 당시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2009년 8월 심대평 당시 대표가 내부갈등으로 탈당한 후 선진당은 ‘관계복원’을 위해 적잖은 노력을 해 왔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선진당이 이대로 총선을 치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라면서도 “총선까지 남은 1년 동안 선진당이 어떤 개혁안으로 총선 분위기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