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흑백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거의 질병인 결핵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신규 결핵 환자는 3만 5840명으로 집계됐고 환자 발생 수도 증가추세다. 을지대병원 호흡기내과 한민수 교수의 도움말로 결핵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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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저하와 영양부족이 원인
결핵은 면역력 저하와 영양부족 등이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중고생들의 경우 영유아기에 접종한 결핵 백신인 비시지(BCG)의 효력이 10대 후반부터 떨어지는 시기인데다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장시간 실내 생활로 체력까지 저하돼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또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경우 오염된 공기와 운동부족에 업무상 스트레스까지 겹쳐 면역력이 저하돼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결핵 유병률과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최근 발병률이 높아지며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결핵은 우리 몸 전체에 나타나는 병
결핵이라고 하면 흔히 폐결핵을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몸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는 전신 질병이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폐결핵 외에 결핵이 주로 생기는 곳은 흉막, 임파선, 뇌, 척추, 관절, 신장, 간, 대장, 복막 및 생식기 등 다양한 부위에 나타난다.
또 결핵은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도 전혀 증상이 없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기침과 가래, 피로감, 신경과민, 미열이 초기 증세이지만 이는 건강한 사람들도 감기에 걸리면 흔히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더라도 자각하기 쉽지 않다. 결핵환자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객혈의 경우도 실제로는 많지 않고 오히려 기관지염과 기관지확장증과 같은 질환에서 더 흔히 나타난다.
결핵의 전염은 폐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가래에 결핵균이 섞여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의 폐에 들어가면서 생긴다. 그러나 결핵균이 침입했다고 해서 누구나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결핵환자라고 해서 모두 다 결핵균을 배출하는 것도 아니다. 또 가래에 결핵균이 나오는 환자라도 약물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한 달 이내에 전염성이 없어진다. 결핵은 타인으로부터 전염되는 경우보다는 자신의 몸속에 존재하고 있던 균이 몸의 저항력이 약해지거나 영양상태가 나빠지면서 걸리는 경우가 많다.
◆안이하게 대처하는 게 더 문제
과거에는 결핵이 불치의 병이라고 여겨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문제였지만 현재는 오히려 결핵치료가 쉽다고 해서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결핵은 약을 6개월 또는 그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다량의 약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점과 소화장애, 복통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것이다.
결핵균이 완치되기 전에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적으로 먹게 되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서, 그 다음에는 효과가 적고 부작용은 더 많은 약을 장기간 투여할 수 밖에 없어 완치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을지대병원 호흡기내과 한민수 교수는 "완치의 성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결핵약을 복용하는 것"이라며 "이 기간에는 금주, 금연을 해야 하고 균형잡힌 식사와 간염과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건강식품 등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결핵균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비시지(BCG)를 접종하고 실내 환기를 자주하며, 평소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개인 면역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