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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유일의 경찰서 직장밴드인 '대덕 폴 사운드' 단원들이 20일 대전 대덕경찰서 동아리 연습실에서 노래연습을 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 ||
20일 오후 대전 대덕경찰서 4층 계단에 올라서자 드럼과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친숙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음악이 흘러나온 곳은 복도 끝에 마련된 대덕경찰서 직장 음악동아리 '대덕 폴 사운드'의 연습실.
이곳에선 8명의 경찰관들이 점심시간을 쪼개 각자 연주파트에 맞춰 다음주에 있을 보훈병원 위문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대덕 폴 사운드'는 순수 경찰관만으로 구성된 음악동아리로 지역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대전 유일의 경찰서 직장밴드다.
지난해 8월 음악을 좋아하는 경찰관들이 모여 취미활동 차원에서 결성된 밴드였지만 복지관과 요양원 등에서 10여 차례의 초청 공연을 할 만큼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이들의 실력이 알려지자 최근에는 지역 곳곳의 행사장에서 공연 요청이 쇄도할 정도다.
대덕 폴 사운드가 이런 유명세를 타게 된 데는 이자하 대덕경찰서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이 서장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딱딱한 이미지의 경찰이 좀 더 주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다 밴드 구성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색소폰 연주 8년 경력을 자랑하는 김석길 보안계장이 단장을 맡아 참여자를 모집했고, 2개월 간 맹연습 끝에 지난해 11월 27일 장애인사회복지시설인 천성원 원명학교에서 첫 무대에 올랐다.
리드보컬인 생활질서계 황진영 경사는 "첫 무대에 오르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평소 음악에 관심이 있어 취미로 시작한 밴드활동이 이젠 매달 한두 번은 공연 스케줄이 잡힐 정도로 바쁘지만 내 노래를 듣고 웃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무거운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현재 대덕 폴 사운드가 1년여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연주할 수 있는 노래는 최신가요부터 성인가요까지 50여곡에 이른다. 이 때문에 비록 요양원, 노인병원, 사회복지시설 등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무보수 공연이지만 연령과 계층에 맞는 다양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이들만의 자랑이다.
여기에 공연 중간 이자하 서장이 섹소폰 연주자로 참여하는 깜짝 이벤트까지 선보이면 여기저기서 큰 박수가 터져 나온다.
물론 지역에서 적잖은 인기를 누리는 대덕 폴 사운드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빠듯한 연습시간이다. 밴드 내 주.야간 근무를 하는 지구대 경찰이 3명이나 돼 연습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매주 2번 연습을 할 때면 밤 12시를 넘는 경우가 다반사고, 주말이나 휴일도 연습시간에 할애해야만 한다.
김 단장은 "공연을 다니다보면 주민들이 '경찰이 이런일도 하냐'고 말해줄 때 마다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며 "비록 8명의 작은 밴드지만 우리의 공연이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고된 연습도 내일처럼 즐겁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