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영화사 진진 제공 | ||
총 대신 악기를 들고 자신과 혹은 현실과 맞서 싸우라는 영화 '엘 시스테마'.
음악은 아이들에게 마약 운반이나 절도, 폭력이 아닌 새로운 일상을 선물한다.
'엘 시스테마'는 누구든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의 메시지를 담아 음악 하나로 삶 전체가 달라지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준비한 공연을 통해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게 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과 싸우며 새로운 내일을 준비한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시스템' 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저소득층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젝트이다.
길거리 아이들을 포함해 미취학 아동부터 건장한 청소년들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이루어진 100여 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비롯한 성인 심포니 오케스트라, 교육센터, 악기 제작 아카데미 등은 베네수엘라를 음악이 흐르는 나라로 변화시켰다.
1975년 베네수엘라. 들리는 거라곤 총소리뿐이었던 허름한 차고에 전과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엘 시스테마를 탄생 시킨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그는 문화적 변화의 움직임으로 들끓던 70년대 중반 베네수엘라에 음악이 지닌 힘을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먼저 뒷골목 아이들에게 악기를 나눠준다.
어린 시절 음악 학교에서 피아노, 오르간, 작곡 등을 배우며 음악적 소양을 쌓은 그는 음악이 아이들을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었다.
아브레우의 뜻에 동감한 8명의 동료들과 함께 희망이 말라버린 불모의 땅에서 거리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르친다. 이들은 미약하지만 뜻은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생전 처음 악기를 손에 든 아이들과 오케스트라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브레우는 멈추지 않았다.
그 후 35년, 허름한 주차장에서 연습을 하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는 수 많은 아이들이 꿈을 연주하는 음악 학교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친 아이들만도 수십만 명에 이르며 차세대 마에스트로 '두다멜'과 더블 베이시스트 '에딕슨 루이즈' 등 세계적 음악가들을 낳았다.
이제 어른이 된 아이들은 베네수엘라 전역에 퍼져 있는 200여 개의 센터에서 30여 만 명의 후배들을 가르치며 '엘 시스테마'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엘 시스테마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뒤쫓아 음악 본연의 진실성에 주목하며, 35년 행보를 재조명한다.
악기가 없어 종이로 만든 악기 '종이 오케스트라'로 한계를 이겨내고 쓰레기 매립장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센터가 지어진다.
또한 장애로 인해 사회로부터 격리된 아이들에게 어두운 현실을 구하는 도구는 음악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어 수화합창단이 손짓으로 전하는 감동 '아베마리아'는 하나의 울림으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적 혜택은 공평하다고 일깨워준다.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는 "음악이 역경을 희망으로 바꾼다"고 말한다.
많은 음악 중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선택한 그는 엘 시스테마 아이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나가는 동료를 얻게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덕목을 익히게 한다.
'엘 시스테마'는 젊은이들의 패기가 느껴지는 과감하고 역동적인 클래식 연주와 모두가 흥겹게 온몸을 흔들며 즐기는 맘보 음악으로 남미 사람들 특유의 활력을 보여준다.
또 평소에는 개구쟁이지만 연주할 때만은 한없이 진지한 아이들의 악기 연습 장면은 잔잔한 감동과 함께 진정한 음악 생명력을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소년 요브란은 말한다. "사람들은 몰라요. 빈민가 출신인데 뭘 알겠나 하겠죠… 하지만 큰 걸음으로 나가야죠. 코끼리처럼!"
영화 속 음악과 함께 전달되는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은 베네수엘라의 남루한 일상들까지도 호소력 짙은 영상으로 탈바꿈되며 104분간 이어진다. 전체관람가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