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공금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충북 청원군 공무원들에 대한 경찰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오래전부터 이어온 기술직 공직사회의 ‘운영비 모금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본보 6월 25일자 3면 보도>

◆‘청원군 사건’ 촉발

충북지방경찰청 수사과는 허위로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속여 수천만 원의 예산을 빼돌린 혐의로 청원군 공무원 30여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경부터 최근까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몇백만 원 상당의 장비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꾸민 뒤 측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고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5000여만 원의 예산을 빼돌려 회식비 등으로 쓴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장비구입 말고도 30만~50만 원 어치의 사무실 비품 등을 산 것처럼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뒤 예산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업체로부터 돈을 송금받는 과정에서 개인통장뿐만 아니라 차명계좌까지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가담정도에 따라 일부는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는 기관통보하는 선에 내달 초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지자체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한 경찰은 청주상당구청 일부 공무원들이 유사한 수법으로 예산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도 조사를 벌인 결과 청주상당구청 말고는 혐의점이 나오는 곳이 없다”고 전했다.

◆‘그릇된 관행’ 근절돼야


경찰수사로 드러난 기술직 공무원들의 ‘운영비 모금’ 관행은 비단 청원군만의 일은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상당수 지자체의 건축·토목 등 기술직 분야에서 수년간 이어져 왔다는 게 중론이다.

기술직 부서가 사업부서이다 보니 각종 공사수주와 관련된 업체와의 접근성, 지출예산규모가 다른 부서보다는 크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일부 지자체의 경우 방문자 등에게 제공하는 기념품 제작사업을 건설·토목회사에 맡기고 사업예산을 부서 운영비 등으로 전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했던 과거에는 부서회식 때마다 공사수주를 희망하는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거나 회식장소로 불러내 대금을 지불토록 한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알아서 모시는’ 업체들이 줄어드는 탓에 내부에서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다보니 ‘청원군 사건’처럼 물품구매 예산을 빼돌리거나 일부 지자체는 허위서류를 꾸며 출장비 등을 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관행이다보니 대부분 공무원들이 공금횡령이라는 원칙적 관점을 벗어나 개인착복이 아닌 부서회식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들며 불법행위를 합리화시키려는 삐뚤어진 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수십년 간 이어져왔다는 명분을 들어 경찰수사의 가혹성과 처벌을 피하게 된 전임자들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기적 성향까지 보이고 있다.

‘청원군 공금횡령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의 파급력으로 이번 기회에 불법관행이 완벽히 근절돼야 한다는 공직사회 안팎의 기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공직자는 “도내 모든 지자체의 이목이 ‘청원군 사건’ 수사결과에 집중돼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이번 수사를 계기로 기술직 공직사회의 운영비 모금관행이 사라지면 관련공무원들도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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