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실업률과 치열한 경쟁률 속에서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한 자칭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젊은층 공무원들의 근무세태가 예전과는 다르게 변하고 있다.
충북도가 최근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본청 직원들에 대한 시간외근무수당 지급현황을 조사했다. 이 중 하위직 공무원 시간외근무 시간이 유별나다. 하위직 7·8급을 제외하고 직급별 시간외근무시간은 많게는 평균 50시간, 적게는 47시간으로 예산평성 기준 월 67시간을 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평균시간을 훌쩍 넘고 있다.
반면 선배 공무원들에 비해 7급 직급은 평균 42시간으로 전체 평균 45시간에는 못 미치고 있다. 같은 하위직 8급 직급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38시간, 하반기 평균 39시간, 올해 상반기 평균 38시간으로 40시간도 넘지 못하고 있다.
수당은 못 챙겨 먹으면 손해라는 식으로 수당을 더 받기 위해 늦게까지 남아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거나 휴일 사무실에 나와 시간을 때우는 얌체직원들이 생길 정도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속칭 눈 먼 돈으로 통하고 있다.
기획·예산·총무·인사·복지 분야나 사업부서 등 기준시간을 초과할 정도 바쁜 부서를 제외하고 두세 시간 늦게 퇴근하면 쉽게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특이하게 하위직급에서 마다하고 있다.
자신이 일한 만큼 수당을 받겠다는 양심적인 직원들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20년 공직사회에 몸은 담은 베테랑급 선배 공무원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대부분 임용된 지 5년 안팎인 평균 연령 31~32세 젊은층으로 구성된 8급 직원들 대다수가 퇴근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굳이 일에 매달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일부는 '내 일 아니면 안 한다'는 마인드도 팽배해 시간외근무시간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두 시간 더해서 몇 푼 안 되는 수당을 받는 것보다 일찍 퇴근해 여가를 즐기는 게 낫다는 마인드가 요즘 젊은 직원들의 근무세태라는 게 선배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여성직원들이 많다는 이유도 있다. 본청 7급 240명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9%, 8급 63명 중 여성 비율은 30%로 다른 직급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일하면서 가사까지 돌봐야 하는 여건상 늦게까지 일을 안 한다는 것이다.
요즘 신세대 공무원들의 근무세태가 초과근무시간에서 단적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 같은 세태에 선배 공무원들은 아쉬움이 많다.
동료의 일을 돕거나 과장, 계장의 업무지시를 마무리하기 위해 늦게까지 남아서 열심히 일했던 공무원 초년생 시절과는 다른 모습에 거리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
도 한 간부공무원은 "답답한 마음에 충고라도 할라치면 다면평가니, 공무원 노조니 오히려 밑에 직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속으로 삼키는 일이 많다"며 "예전 직원들 간 끈끈했던 정이나 동질감은 점차 사라지고 건조한 직장 내 분위기만 조성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재원 기자
ppjjww7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