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종합고용지원센터의 업무는 오전 9시에 시작되지만 1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벌써 40~50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딩동 딩동.’
민원인을 호출하는 벨소리가 연신 울리고 창구 7곳의 전자 번호판에는 쉴새 없이 번호가 뜨기 시작했다.
서류 뭉치를 든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번호를 확인하고 창구로 향했다.
실업급여 신청자들의 대부분은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대기하고 있었지만 자리가 없어 서서 대기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불안했는지 대기장소 벽에 붙어있는 구인정보를 보며 쪽지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었다.
또 어떤 사람은 한편에 비치된 민원인 전용 컴퓨터에서 일자리 정보를 찾기도 했다.
이곳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온 사람들은 딸 아이 손을 잡고 온 주부에서부터 아직은 어려보이는 20대 청년, 60대 노인까지 그 나이와 성별도 다양했다.
한 60대 남성이 자신의 번호를 확인하고 한 창구로 향했다.
창구의 상담사가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최근에 직장을 구했거나 일을 한 적이 없으시죠”라고 질문하자 60대 민원인은 “저같은 사람은 나이가 많아서 안 써준다네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원인은 모 회사의 명함 세 장을 건넸다.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거다. 실업급여는 다음날 통장으로 입금된다.
이 60대 민원인은 최근까지 굴삭기 기사 일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구조조정 소문이 돌면서 어느날 아침 회사를 나가달라는 얘기를 듣고 졸지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이 민원인은 “굴삭기 일은 45살이 넘으면 안 시켜줘요. 그래서 운전직 일을 구하고는 있는데 이것조차 나이 많다고 안 시켜주니…”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다음 차례인 40대 여성 민원인이 창구를 찾았다.
이 40대 여성 민원인은 마트에서 청소부로 일하다 실직했다고 했다. 6개월 단위로 연장하던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민원인은 이날 9일치 실업급여 24만 4290원을 받았다.
두어 시간 만에 각 창구마다 상담사 앞에는 번호표가 20장 이상 쌓였다. 한 상담사는 “요즘은 물 마실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실업급여 신청자 교육장.
이곳은 실업급여를 처음 신청한 실직자들이 구직표 작성 등의 교육을 받는 곳이다.
이 교육장의 정규 좌석은 150석이지만 이날도 200명 가까이 사람이 몰려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서서 교육을 듣기도 했다.
교육을 받고 나오던 한 40대 남성은 “아직 젊어보이시는데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보면 모르나. 실직 했으니까 왔지”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 남성은 “내 나이가 46살인데 이 나이도 많아서 어딜가도 쳐주지도 않는다”며 “자동차정비 자격증이 있긴 하지만 직장 잡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청주종합고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2만 2541명으로 지난 2007년 1만 9252명과 비교해 3289명(17%) 늘었고 실업급여 지급 건수도 지난 2007년 10만 1638건에서 지난해 11만 5648건으로 1만 4009건(13.8%) 증가했다.
또 실업급여 지급액도 781억 1500만 원으로 지난 2007년 665억 5500만 원과 비교해 무려 116억 7000만 원(17.6%)이 증가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