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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기봉 대전지방법원장을 비롯한 판사 17명이 27일 대전교도소를 방문한 가운데 판사 4명이 고충처리상담실에서 재소자들을 면담하며 애로 및 건의사항을 듣고 있다.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 ||
형사재판의 공판중심주의 정착을 위해 대전지방법원 판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길기봉 대전지법원장과 김재환 제3형사부 부장판사, 위현석 제11형사부 부장판사, 강두례 형사4단독 판사, 임성문 공보판사 등 판사 17명은 27일 대전교도소를 방문해 시설을 시찰하고, 장기수 4명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판사 4명은 40분에 걸쳐 대전교도소에 수용 중인 기결수 4명과 재판 진행과정에서 느꼈던 재판부에 대한 불만, 현 사법시스템의 문제 등을 경청했다.
특히 판사와 기결수와의 만남이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대전지법은 △합리적인 양형기준 마련방안 △인식구속기준으로서의 '실형기준의 원칙' △피고인들이 바라 본 바람직한 재판진행 모습 등을 듣고 공판중심주의의 정착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평을 얻었다.
실제 재소자 A 씨는 "수용생활을 수년째 하고 있지만 아직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전제한 뒤 "형사사건과 관련 당시 피해자와 합의를 했지만 합의가 안 된 타 공범들과 같은 형기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의 양형기준에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재소자 B 씨는 "법원의 잦은 인사로 재판과정 중에 재판부 전체가 변경돼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기 어려웠고, 재소자에 대한 가석방도 합의문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문제도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수용생활에 따른 비애감과 재판부를 향한 다양한 건의사항도 쏟아졌다.
재소자 C 씨는 "오랜 수용생활을 하다보면 불편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등 괴로운 시간들이지만 수용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판사들이 일률적으로 판결하는 것에 평소 불만이 많았다. 수용자들의 권리를 법무부만의 책임으로 보지 말고 법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재환 제3형사부 부장판사 등 판사들은 "법정은 의사소통의 장이며 의사소통에 있어서 1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라며 "현재 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형사재판의 공판중심주의로 가기 위한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