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가 괴롭다?’

불경기 속에 맞는 5월 황금연휴가 그다지 반갑지 만은 않은 분위기다.

27일 대전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내달 1일 근로자의날, 2일 석가탄신일, 3일 일요일, 4일 징검다리 연휴(일부 기업체 선택 휴무일), 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최장 5일간의 연휴를 앞둔 직장인들의 표정이 경기불황 여파로 그리 밝지 않다.

생산현장에선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쉬고 싶지 않아도 ‘원치 않는 휴가’를 가야 할 상황인 데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연휴에 소요될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침체된 분위기 만큼이나 샐러리맨들의 심경도 담담하다.

대덕산업단지의 경우 입주업체 290여 곳 중 절반 가까이가 5일간 연휴를 실시하고, 일부 업체는 ‘샌드위치 데이’인 4일을 전체 휴무일로 정하지 않는 대신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연월차 휴가를 쓰도록 권장해 공장 가동에 따른 경상비를 줄이고 재충전의 기회를 줄 계획이다.

예년 같으면 설레이는 마음으로 꿀맛같은 휴일을 맞아야 할 근로자들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연휴를 보낼 수 있을까’를 고심하며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고 있다.

일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내야 하는 제조업체 근로자들로선 일자리 나누기나 자발적 임금 삭감 등으로 얇아진 월급봉투로 이번 황금연휴가 달갑지 않다.

특히 하루 하루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는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의 고민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덕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5일간 휴무에 들어가는 업체가 많은 것 같다. 여기에는 경기악화로 주문량이 감소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말해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를 엿보게 했다.

한편 이번 연휴 중 국민 10명 중 8명 가까이가 국내·외 여행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이 같은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전국 7개 대도시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7.0%가 '여행 계획이 없다'고 응답, 가계 사정이 어려워져 여행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행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 중 92.8%는 '국내여행을 갈 것'이라고 말해 씀씀이가 큰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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