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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대전의 한 임대아파트에 마련된 쉼터에서 노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 ||
부양가족들에 대한 질문에 강모(75·여) 씨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대전 동구 모 임대아파트의 독거노인 510여 명 중 한 명인 강 할머니는 이 곳에 터를 내린 지 약 2년 정도 됐다.
쓸쓸한 노년기를 맞고 있는 그의 하루 일과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네 할머니들과 오손 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것.
피붙이 하나 없는 강 할머니에게 유일한 벗이자 낙(樂)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들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북(北)에 있어.”
나이가 들면 사소한 것에도 눈물이 잦아진다지만 정(情)에 굶주리고 경제력마저 상실한 독거노인들에게 ‘가족’이란 단어는 먹먹해지는 가슴과 시린 눈물이다.
아파트 한 켠에서 강 할머니와 함께 자리를 한 다른 할머니 2명은 별다른 말 없이 연신 뜻모를 미소만 짓고 있다.
강 할머니는 “저 양반들은 귀가 먹고 정신을 놓은 상태라서 자기 이름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곳에 사는 노인들은 대부분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이다. 세월과 생활고의 무게에 대부분 크고 작은 질병 한 두개씩은 짊어지고 있다.
두 분 역시 치매 증세를 앓고 거동이 불편하지만 돌봐 주는 가족 없이 혼자 산다.
또 다른 독거노인 한모(88·여) 씨는 이 아파트에 언제 왔는 지 기억도 잘 안난다고 했다.
슬하에 두 딸이 있다는 한 할머니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래도 딸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대신 복지관이나 자원봉사자들은 든든한 또 다른 가족들이다.
노인 연령대가 많아 겉으론 조용한 동네지만 크고 작은 사고가 비일비재하다.
부양가족이 없어 이 곳에 거주하는 노인들도 있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양가족이 있는데도 사실상 방치돼 사는 독거노인들도 많다는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독거노인 중 70~80%는 가족들이 있음에도 홀로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불화로 떨어져 살거나 경제력이 없어진 부모를 자녀들이 도외시해 절망과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김모 씨는 “부모 생전엔 얼굴보기 어렵다가 돌아가시고 난 후엔 가족들끼리 임대보증금을 놓고 다투기도 한다”고 한탄했다.
또 우울증을 겪거나 술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알콜중독자, 정신지체 등을 앓는 독거노인들이 적잖아 사고위험도 상존해 있다.
더욱이 폐쇄성이 강한 일부 독거노인들은 사회복지 서비스가 개입하는데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며 스스로 복지 사각지대를 자초하기도 해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