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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만 충청인과 국토 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세종시 원안사수 의지가 이명박 정부의 행정부처 세종시 이전 백지화를 골자로 한 수정안으로 인해 깊은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세종시 첫마을 건설현장이 붉게 물들어 힘든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연기=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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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국가 균형발전의 표상(表象)으로 여겨지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운명이 2010년을 맞아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일 것이라고 예상한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경인년(庚寅年) 벽두부터 세종시가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계의 주요 화두가 된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국민과의 ‘약속’, ‘신뢰’를 저버린 채 ‘효율’을 이유로 세종시 백지화 관철에 나선 정부는 원안 추진을 염원하는 충청 민심을 돌리기 위한 전방위적인 설득작업에 나섰고, 오는 11일 수정안을 공식 발표해 이를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될 경우 원안 추진을 염원하는 목소리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 세종시를 둘러싼 제반 여건과 향후 전개될 양상 등을 전망해 본다.
◆7년만에 폐기처분 위기
최근 세종시 정국을 보면 역사의 시계가 수도 이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일었던 2002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출발한 행정도시는 자족성 결여 및 행정 비효율성을 이유로 7년 만에 폐기 처분될 위기에 놓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원안 추진 공약과 관련, “대선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했던 정치적 약속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수정추진에 반대하던 지역민들은 “수십 번이나 공언했던 사안을 ‘없던 일’로 하자고 일방 통보하는 대통령을 보며 정권에 농락당한 느낌이 든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앙집권적 체제 하에서 서울 중심의 업무처리에 익숙해진 현실을 감안할 때 세종시로의 부처 이전은 과도기적으로 혼란과 비효율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세종시 건설은 또 하나의 신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국가 발전을 위한 중추적 기능을 국토 중심부에 구축하는 종합적인 공간전략임을 되새겨 봐야 한다.
◆정부, 11일 세종시 대안 발표
정부의 세종시 계획 수정을 위한 최종 대안이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세종시 대안 논의기구인 민관합동위원회는 이날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건설하기 위한 정부의 최종안을 제시한다.
정부의 세종시 대안에는 원안에 규정된 정부 부처(9부 2처 2청) 이전 백지화와 자족기능 보완을 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건의, 기업 등 입주시설에 대한 법인·소득세 감면 및 토지 저가 공급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세종시의 성격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변경하는 데 따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도 함께 제시돼 세종시법 개정 논의가 2월 임시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 입주기업 명단은 정부에서 일괄 발표하지 않고, 인센티브 내용과 세종시법 개정 방향이 제시되면 해당기업들이 투자 내용과 규모를 개별적으로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대안 발표는 송석구 민관합동위 민간위원장이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 대통령이나 정운찬 총리가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 통과는 난망, 후폭풍은
정부가 세종시 수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나 불과 2개월 만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대안의 콘텐츠가 기대 이하의 졸작에 그치거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여권 내 원안 고수 세력 및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국회에서 부결돼 수정 자체가 무산될 경우 그로 인한 후폭풍은 매서울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당은 가혹한 역풍을 맞고, 이명박 정권은 임기를 3년이나 앞두고 조기 레임덕(Lame duck)에 빠져들 수 있다.
세정시 수정 추진과정에서 충청권 민심이 이반된 것은 물론 파격적 인센티브로 인해 타 지역의 역차별 논란이 벌어지는 등 국론 분열을 야기한 만큼 부실한 대안의 입법화가 좌절된다면 법치주의에 반해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린 정부의 그릇된 선택이 불러올 반작용은 그 강도가 매우 셀 것이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이해를 구했음에도 세종시 수정에 실패하면 집권 기반이 불안정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5라운드까지 갈까
정부의 세종시 백지화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달 3일 도백(道伯)에서 물러난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세종시 이슈에 대해 “앞으로 5라운드가 남아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 바 있다. 지사직 사퇴 직전에 그가 내뱉은 이 발언에는 세종시 문제가 결코 단기간에 결판날 사안이 아니라는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전 지사는 “현재는 1라운드에 불과하고, 국회 입법화 과정이 2라운드, 지방선거가 3라운드, 총선과 대선이 4라운드, 차기 정권이 5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며 보다 긴 안목으로 세종시 정국을 내다봐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과연 그의 이 같은 관측이 들어맞을 것인지도 관심사이고, 지사직을 초개(草芥)처럼 버림으로써 여권 내 세종시 원안 사수 세력의 상징적 인물로 각인된 이 전 지사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도 충청인의 이목을 끄는 대목임에 틀림 없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