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도시 백지화는 청천벼락 .” 연기군 남면 양화리 마을회관에서 임붕철 이장과 주민들이 행정도시 수정 움직임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보상을 적게 받은 이주민들은 5년동안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기다리다 있는 것 다 까먹고 이젠 거리에 나 앉을 판입니다.”

“행복도시 때문에 고향을 떠나 세종시가 완성되면 고향으로 돌아오기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백지화라니 청천벼락 같은 말입니다.”

연기군 남면 양화1리 임붕철 이장은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에게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백지화하고 교육과학경제도시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을 해주고 있다.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행정도시를 만들겠다”면서 “우리 양화리 일부 지역을 제외한 예정지역 주민들을 다 몰아내고 행정도시가 오지 않는다면 이 곳을 떠난 우리 형제, 자매, 일가친척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연기군 남면 주민들은 “우리의 조상들을 다 이장토록 하고 행정도시가 오지 않으면 조상들이 뭐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다”며 “행정도시가 오지 않으면 과거의 마을로 모든 것을 되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어르신들은 “우리 고향은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형으로 마을 뒤편에는 원수산과 대덕산이 자리를 하고 있고 앞에는 장남평야가 펼쳐져 있어 모두가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행정도시 때문에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며 “누가 이 책임을 지겠느냐”고 말했다.

고향의 어르신들을 찾아온 남면향우회(세종시향우회) 이완수 회장은 “집안에 우환이 있어 어르신들을 자주 찾아뵙지 못해 오랜만에 뵙고 보니 어르신들을 뵐 면목이 없다”며 “당초 행정도시가 오지 못하도록 목숨을 걸고 지키지 못한 것이 지금에 와서 후회가 되고 행정도시가 오지 않는 다면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이며 백지화를 하고 다른 무엇을 한다면 예정지 주민들은 이해할 사람은 한 분도 없다”고 밝혔다.

또 이 회장은 “2억 원 미만의 보상자가 60~70%인데 이들이 조치원읍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전세 또는 월세는 내고 살면서 고향인 남면으로 다시 돌아가 살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세금을 빼고 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돈도 없어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남면 양화리의 이웃인 진의리 마을회관에도 삼삼오오 짝을 이뤄 어르신들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가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임만수 진의리 이장은 “어르신들이 화를 낼 만하다”며 “행정도시가 온다고 할때 우리들이 얼마나 반대를 했는데… 어쩔수 없이 세계적인 명품도시인 세종시를 만들어 우리들이 그 곳에서 살수 있도록 한다고 해서 우리가 양보를 했는데… 우리들은 후손들에게 할 말도 없고 조상들에게는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임 이장은 “우리의 삶의 터전을 다 주었는데 세종시가 오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농사를 지으며 살수 있도록 농토를 보전해야 하고 조상들의 묘도 그대로 보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정부의 갈팡질팡한 국책사업 때문에 우리들만 피해를 입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주변지역인 동면지역은 일부지역만 편입이 되기 때문에 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국가사업에 적극 동참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수시로 동면사무소에 어르신들이 모여 고향의 걱정을 하고 있다.

동면주민자치위원회 채규산 위원장은 “이 곳도 예외일 수 없이 조상의 묘를 이장하고 농지를 내준 주민들이 대부분인데 행정도시가 백지화된다면 하루빨리 공사부분을 수정해 나머지 농지를 보전하고 조상들의 묘도 이장을 중지해야 한다”며 “삶의 터전까지 잃어가며 세계적인 도시를 만든다고 해 모든 것을 줬는데… 너무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금남면 두만리 최순하 이장도 “우리 금남면은 별도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국을 다니며 행정도시 건설의 당위성에 대해 홍보를 하고 있다”며 “정부가 백지화 또는 수정을 추진할 경우 목숨을 바쳐서라도 행정도시 원안건설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변지역인 서면도 마찬가지다. 연기군축산인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장천기 회장은 “행정도시건설을 위해 우리 축산인들에게도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그래도 세종시가 온다고 하여 모든 것을 비웠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너무 안타까운 일들”이라며 “단식과 촛불문화제를 통해 우리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기군 조치역광장에서는 해가 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행정중심복합도시 무산음모 규탄 촛불문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연기군내 68개 사회단체가 돌아가면서 매일 300~500여 명씩 모여 행정도시가 원안대로 건설될 수 있도록 염원의 기도와 함께 정부가 올바르게 판단해 원안건설이 되도록 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 황치환 사무처장은 “연기군민뿐만 아니라 충청권 도민들이 모두 원안사수를 위해 투쟁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정부는 우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수정, 백지화를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끝까지 싸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고 정부는 하루빨리 9부2청2처의 원안추진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연기군민, 충청도민들의 뜻에 따라 원안건설이 되어야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기업·혁신도시의 원만한 건설을 위해 세종시는 원안건설이 바람직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부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연기=황근하 기자 guestt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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