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서 동면하던 동물이 깨어난다는 뜻의 경칩(驚蟄)이었던 지난 2004년 3월 5일, 충북지역을 비롯한 충청지역에는 충북 보은 42㎝를 비롯해 도내 평균 30㎝의 폭설이 내렸다.
이 눈으로 인해 충북지역에는 비닐하우스 700여 동, 축사 70여 동이 내려앉는 등 모두 60억 원의 재산피해가 났고 140여 개의 초·중학교에 임시휴교령이 내려졌다.
이듬해인 2005년 3월, 충북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에 눈이 왔고 일부에서는 최고 90㎝에 달하는 폭설이 쏟아지는 등 기상관측이래 최대 적설량을 보였다.
지난해 3월에도 충북지역에 잦은 눈이 내렸고 올해 역시 8일 새벽을 기점으로 충북 전 지역에 대설 예비특보가 내려졌다.
겨울이 다 끝날 즈음인 3월에 눈이 내리는 이유는 뭘까.
기상 전문가들은 3월에 눈이 내리는 것이 그다지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청주기상대 관계자는 “통상 3월에 우리나라 상공에는 찬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가 마주치기 때문에 눈이나 비가 내릴 조건이 형성된다”며 “3월 초에 많은 눈이 내리는 것도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계절적 특성 탓에 북쪽에 남아있는 찬공기와 남쪽에서 다가오는 따뜻한 공기가 마주치면서 온도차 때문에 눈구름이 더욱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상층은 여전히 겨울인데 지상에서는 봄이 일찍 시작돼 겨울과 봄이 충돌하면서 춘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 에너지가 많아지고 찬 기류와 더운 기류가 부딪치는 강도가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겨울이 따뜻해진 점도 춘설의 또다른 원인이 된다고 기상대 관계자는 덧붙혔다.
올해 3월의 경우에도 충북지역의 3월 한 달 평균 강수량(17~21㎜)이 평년 기준(12~14㎜)보다 많아 때아닌 3월 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기상대는 당장 9일부터 기압골의 영향으로 충북 전 지역에서 오전부터 눈 또는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9일 낮 동안에는 기온이 오르면서 눈이 진눈깨비나 비로 내려 쌓이는 양은 많지 않겠지만 9일 밤부터 10일 아침사이에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곳에 따라 많은 눈이 쌓이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적설량은 10일 자정까지 최고 8㎝고 강수확률은 60~70%다.
청주기상대 관계자는 “수증기가 많이 들어있는 봄눈은 건조한 겨울눈보다 2~3배나 무거워 비닐하우스 붕괴 등 농촌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