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시 높은 보상가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토지주와 투기꾼들이 대거 몰려든 것이다.
이들은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서 불법으로 논·밭의 형질변경을 통해 보상을 노리고 곳곳에 나무를 심거나 조립식 건물을 신축하는 등 각종 탈법을 일삼았다.
결국 외지인들이 야금야금 땅을 매입하거나 거주목적이 아닌 무허가 건물(속칭 벌집) 등을 신축하면서 이 일대가 쑥대밭이 되자 제대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원주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됐다.
운동동의 경우 원주민은 100여 명인 반면 부동산투기꾼들이 득실거리면서 불과 몇 년 만에 주민이 700여 명으로 급증했다.
당시 한국주택공사와 지자체가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발 빠른 투기꾼들 대부분은 거액의 보상금을 챙긴 반면 원주민들은 현재까지 주민대책위 사무실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2003년 운동동과 월오동 인근에 화장장이 들어설 당시 지역민들이 강력하게 반대를 하자 청주시가 도시개발을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 또한 투기꾼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면서 땅투기 바람을 부추겼다는 게 지역민들의 전언이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지역민들은 국가사업에 의해 조상대대로 수대에 걸쳐 지켜온 고향땅을 헐값에 빼앗기게 됐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양대현(62) 운동동 주민대책위원장은 “토지주택공사에서 택지개발이 추진된 2005년 당시의 공시지가를 적용해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준다고 하니 주민들은 죽을 지경”이라며 “형편없는 보상금액으로는 다른 지역에서 전세도 못 구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양 위원장은 또 “최근엔 보상이 끝난 외지인들이 속속 떠나면서 암흑이 깔리는 밤이면 마치 죽은 동네를 방불케 한다”며 “심지어 주민들끼리 각종 오해까지 생기면서 조용하던 마을에 편가르기 현상이 생겨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미 보상이 끝난 용암동 지역도 연립주택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 등의 피해에 따른 공원조성 요구를 하는 등 각종 마찰이 빚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동남지구 내 다른 지역은 거의 보상이 완료됐고, 운동동 등 일부지역에 대한 보상만 남은 상태로 현재 지장물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마찰을 빚고 있는 주민들만 특별한 혜택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용지보상을 달리 적용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③ LH의 역할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