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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양명승 10선 중에 하나인 천장호에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 긴 출렁다리가 있다. 이 다리는 길이 207m, 폭 1.5m로 중심부는 수면과 30~50㎝까지 낮게 맞닿아 있어 아래위 출렁임이 0.4m나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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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하면 세 가지를 떠올린다. 고추와 구기자, 칠갑산(七甲山·561m)이다. 여기에 칠갑산을 부른 주병선은 감초처럼 낀다. 그 한 많은 가락이 냉천골을 울리며 세월의 모성을 적신다. 청양은 공주의 서쪽, 부여의 북쪽과 맞닿아 있어 충남의 한복판이다. 파란 하늘빛과 땅빛, 물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이번 취재팀(이종원 편집부국장, 정진영 기자)은 이곳에서 1박2일을 하며 천장호를 둘러봤고 칠갑산 허리춤에서 깊은 정취를 체험했다. 재밌는 것은 취재를 마치고 귀가했을 때 TV에서 KBS 1박2일팀 '청양편'이 방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불과 1주일 전에 칠갑산천문대, 출렁다리를 다녀갔다. 자칫하면 만날 뻔했다.
◆한 많은 칠갑산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주병선이 부른 노래 때문에 칠갑산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칠갑산 노래에서 작곡가 조운파를 잊어서는 안 된다. 부여 은산이 고향인 그는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옥경이, 빈잔, 인생 등을 작곡했다.
칠갑산 주변 마을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숯을 구워 생계를 이을 만큼 척박했다. 화전의 콩농사는 기본이었다. 조운파는 어린 딸을 부잣집 민며느리로 보낸 뒤 복받치는 서러움을 콩밭에서 달래는 어미의 얘기를 들었다. 서민들의 애환, 칠갑산의 정서 표출은 그렇게 나왔다. 한 가지 더. 그는 자신의 작품을 인기가수에게 주지 않고 신인가수에게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무명씨 주병선 탄생의 배경이다.
차령산맥 끝줄기에 있는 칠갑산은 산세가 험해 일제강점기만해도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고 한다. 산밑 마을에서는 호랑이를 수호신으로 모시는 산신제를 지냈고 요즘도 정월 보름에 연다. 교통이 좋아지고 칠갑산 위로 대치터널이 생기면서 가난한 주민들의 아들·딸은 떠났다. 70년대까지 10만 명이 넘던 청양군 인구는 현재 3만 명에 못 미친다. 칠갑산을 '충남의 알프스'라고 부르는 것은 좋지만 거기에 담긴 한과 정서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천장호 출렁다리
천장호 출렁다리를 보기 위한 여정이었지만 도착시간이 저녁 6시를 넘기고 있었다. 사실 출렁다리는 6시까지가 데드라인이다. 일몰 후에는 위험해서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행은 뛰었다. 가슴이 출렁댔다. 다음날 다시 와도 되지만 악천후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200m의 꽃길을 지나자 서서히 출렁다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양명승 10선 중에 하나인 천장호를 연결하는 다리다.
천장호의 이름은 천장리의 일부 지역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1979년 담수를 시작한 천장호에는 토종붕어를 비롯해, 잉어와 산천어 등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 최장인 이 출렁다리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 긴 출렁다리로 길이 207m, 폭 1.5m에 이른다. 중심부는 수면과 30~50㎝까지 낮게 맞닿아 있어 아래위 출렁임이 0.4m나 된다. 다리 양쪽에는 청양을 상징하는 고추와 구기자가 교각으로 세워져 있다. 칠갑산 호랑이와 용의 구조물이 이 다리의 상판을 당기고 있다. 언덕과 산등성이를 연결한 다리는 마치 인간과 자연을 연결한 가교처럼 느껴진다. 다만 출렁임이 스릴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천장호는 천년을 기다려 승천하려던 황룡(黃龍)이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승천을 포기하고 몸으로 다리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를 지켜본 호랑이는 영물이 되어 산을 수호한다고도 한다. 이 때문에 천장호를 거쳐 산에 오르면 악(惡)을 다스리고 복을 얻으며 황룡 기운과 호랑이 영험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 다리건너 호랑이 앞을 지나면 칠갑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3.5㎞ 1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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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장에서의 하루
칠갑산은 ‘어머니 품과 같은 포근한 산’으로 불린다. 비록 험준하진 않지만 깊고 웅장한 산세를 보여 청양의 진산으로 여겨져 왔다.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에는 모두 7개의 등산로가 있다. 장곡사, 대치터널, 천장호, 도림사지, 까치내 유원지, 자연휴양림 등을 기점으로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어느 산길을 택해도 정상까지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코스는 한티고개에서 출발해 장곡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3시간가량이 소요된다.
늦은 저녁 칠갑산 휴양림 인근 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칠갑호반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통나무집이다. 목향(木香)이 진하게 갈마들었다. 산 아래로 우두둑 빗방울이 성기고, 어둠사이로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는 펜션에서 일행은 '칼질' 대신 젓가락을 들었다. 스테이크 대신 삼겹살 불판을, 와인 대신 소주를 꺼냈다. 어둠이 웃었다. 하지만 소주는 달았다.
천장호=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청양=이진우 기자 ljw@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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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가볼만한 곳
△칠갑산 천문대=전국 최초의 5D입체 돔 영상관과 국내 최대 304㎜ 굴절망원경을 갖췄다. △천년고찰 장곡사=통일신라(문성왕 12년)때 창건됐으며 국보 2점과 보물 4점을 간직하고 있다. 사찰 앞자락으로 흐르는 계곡은 아흔아홉 굽이를 휘돈다 해서 ‘아흔아홉계곡’이라 불리며 장곡사(長谷寺)라는 절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2개의 대웅전을 지닌 유일한 사찰이다. △고운식물원=칠갑산 자락에 2003년 문을 연 식물원이다. 총 11만평에 주제별로 구성된 소원이 30여개에 이르고 6500여종에 달하는 꽃과 나무들이 빼곡하다. 식재 면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야생화는 물론 온갖 침엽수와 활엽수가 ‘숲의 바다’를 이룬다.
◆청양 가는 길=당진~대전 고속도로(공주-서천 방면)~청양 IC~장평면 지천리. 대전에서는 공주를 이용해 국도로 오는 길이 편하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30분 정도다.
◆먹을거리=지천구곡을 둘러 낀 청양에는 ‘밥도둑, 참게장’이 별미다. 게막으로 잡아 올린 참게에 지역에서 생산된 무잎을 삶아말린 우거지를 넣어 만든 참게백반이 맛있다. 구운 김 위에 따뜻한 밥 한 수저 올려놓고 그 위에 참게장 간장을 뿌리고 참게장 배추 우거지를 올려 한입 먹다보면 사기사발의 고봉밥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금세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