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이어 상승하면서 지난 8일 CD 금리는 3.46%로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도시가스, 과자, 소금, 밀가루 등 생활 물가는 여전히 상승 중이다.
모든 것이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인 서민들에게 경제 뉴스는 허탈감만을 안긴다. 이렇다 할 즐거운 소식이 들리질 않는다.
지난해 서민들의 생활은 대체 얼마나 어려웠을까?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가계금융조사(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돈이 없어 빚을 갚지 못하는 집은 열에 하나였고, 열에 아홉 집은 높은 물가수준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같은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본다.
◆돈 없어서 이자도 못갚는 13%
최근 6개월간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을 연체한 사례가 있는 가구는 전체가구의 13.0%로 조사됐다.
이자지급을 연체한 이유는 ‘소득감소’가 47.3%로 가장 많았고, ‘예상치 못한 지출 발생’(24.5%), ‘자금융통 차질’(15.2%)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최근 6개월간 부채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가구는 전체가구의 10.3%에 달했다.
원금 상환을 연체한 이유는 ‘저축을 통한 상환자금 마련 실패’가 43.7%로 가장 많았고, ‘부동산 처분 등을 통한 상환자금 조달계획 차질’(17.6%), ‘금융기관의 만기연장 불허’(8.3%) 등의 응답도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득감소, 실직, 질병으로 인한 입원 등으로 연체했다는 대답이 30.4%에 달해 서민들의 고된 삶이 투영됐다.
◆무주택가구 30.1%, “10년 내에는 내집마련 가능” 기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향후 내집마련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가구는 73.1%로 집계됐다.
이들 가구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가구주 연령이 낮을수록 내집마련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내집마련에 소요되는 기간은 24.6%가 ‘5년 이내’라고 응답했고, 10년 이내라는 응답이 30.1%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15년 이내 8.5%, 20년 이내 8.3%를 비롯해 30년 이내 역시 1.6%가 있었다.
또 현재 부동산 가격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가구가 61.4%(매우 높다 19.2%, 높다 42.2%)로 집계돼 낮다고 생각하는 가구(14.7%)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구는 42.5%였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구는 절반 수준인 21.7%에 그쳤다.
◆국민 93.5%, “물가상승률 높은 편”
최근 물가상승률 수준에 대해 높다고 생각하는 가구가 93.5%(매우 높다 34.5%, 높다 59.0%)로 집계된 것을 감안할 때 대다수 국민들은 최근 더욱 심화되는 물가상승에 우려를 내비쳤다.
가계 생활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항목에 대한 조사에서 식료품비를들꼽은 가구가 23.2%로 제일 많았고, 사교육비 20.5%, 병원비 15.0%, 대출금이자 13.7%, 학교등록금 7.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사교육비의 경우 가구주 연령이 30~40대인 가구에서 지출비중이 가장 큰 비율을 기록한 가운데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비중이 가장 큰 가구 비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득상위 20%인 소득 5분위 계층의 15.2%는 월평균 100만 원을 초과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병원비는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지출비중이 가장 큰 가구가 많았고, 고령 가구주 가구에서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줄이기 어려운 지출항목으로는 식료품비가 21.7%로 가장 높았고, 사교육비 19.2%, 병원비 18.0%, 대출금이자 14.5%, 학교등록금 9.3% 등의 순이었다.
한편 최근 6개월간 월평균 생활비가 1년 전에 비해 증가한 가구는 54.4%로 감소한 가구(15.5%) 보다 월등히 많았고 월평균 생활비가 증가한 경우 가장 크게 늘어난 지출항목은 식료품비 30.4%, 사교육비 22.6%, 병원비 14.5%, 대출금 이자 9.8%, 학교 등록금 6.5% 등이 차지했다.
◆가장 힘든 건 줄어든 소득에 상승하는 물가
가계의 가장 큰 경제적 애로사항은 ‘물가상승’이 32.2%를 차지했고, ‘소득 감소’도 20.9%에 달했다.
이어 ‘경기 침체’(15.3%), ‘고용불안’(9.6%), ‘부동산가격 상승’(6.1%), ‘금리상승’(4.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결정 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69.6%가 ‘물가 및 부동산 가격 안정’을 꼽았다.
또 정부가 경제정책 추진 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물가 및 부동산가격 안정’이 절반에 가까운 48.2%로 집계됐고, ‘고용확대’(22.5%)와 ‘경제성장’(20.9%)이 뒤를 이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2%로 오름세가 다소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올 1월 4.1%, 2월 4.5%, 3월 4.7%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4개월 연속 4%를 웃돌고 있어 물가 안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가장 줄이기 어려운 지출항목>
구 분 | 전체 | 소득분위별 | ||||
1분위 소득하위 20% |
2분위 | 3분위 | 4분위 | 5분위 소득상위 20% |
||
식료품비 | 21.7 | 19.6 | 23.9 | 23.6 | 20.4 | 20.3 |
사교육비 | 19.2 | 4.4 | 13.4 | 18.7 | 25.2 | 29.0 |
병원비 | 18.0 | 42.9 | 21.6 | 14.0 | 10.6 | 9.0 |
대출금 이자 | 14.5 | 12.4 | 12.6 | 12.9 | 18.4 | 15.7 |
학교등록금 | 9.3 | 4.6 | 5.8 | 10.0 | 12.2 | 12.2 |
교통통신비 | 6.3 | 2.3 | 8.2 | 9.0 | 3.8 | 6.7 |
월세 비용 | 5.9 | 7.1 | 9.5 | 6.6 | 4.4 | 2.7 |
피복비 | 0.7 | 0.0 | 0.6 | 1.0 | 1.1 | 0.5 |
기타 | 4.4 | 6.7 | 4.5 | 4.1 | 3.8 | 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