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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故 김태석 상사의 어머니가 고인영정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
2010년 3월 26일 평생 잊지 못할 그날의 기억. 그 후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 슬픔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26일 천암함 용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한없이 그리운 고인의 영정 앞에서 목놓아 이름을 부르고, 수없이 묘비를 어루만져 봤지만 그들의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추모식에 참석한 고 박보람 중사의 어머니 박명이(49) 씨는 “1년이 지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 유족들은 하나 둘 현충탑 앞에 마련된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영정 앞에 서서 한없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연신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고 조진영 중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진영아. 엄마 왔다. 니가 왜 여기 있어 엄마 좀 불러봐”라며 오열했고, 부축을 받으며 내려오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보며 “진영아 집에는 언제와…”라고 흐느꼈다.
추모식이 끝난 후 용사들이 잠든 묘역에서 유족들은 또다시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과 슬픔에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묘비를 부여잡고 목이 터져라 아들의 이름을 부르던 고 김태석 원사 어머니 백정애(74) 씨는 “엄마 가슴에 못 박고, 살아서 배 보여준다고 하더니 이렇게 갔니”라며 “가슴에 묻어두고 싶어도 그게 안된다”고 통곡했다.
고 이상민 하사 가족들은 생전 고인들이 좋아하던 음식을 가득차려 제를 올렸고, 다른 유족들은 전역 배지와 계급장을 묘비 앞에 놓고 추억을 되뇌기도 했다.
이날 추모식엔 1년간 품었던 고인들의 애틋한 사연도 알려졌다.
고 나현민 상병의 초상화를 들고 온 김용덕(60) 씨는 나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53) 씨에게 활짝 웃는 아들의 초상화를 선물했다. 김 씨의 부인인 이주희(53) 화백이 그린 이 초상은 천안함 사고 직후 해군 출신인 김 씨가 평택으로 조문을 갔을 때 나 상병 아버지에게 생전 가장 아름다운 아들을 그려주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다.
김 씨는 “아버지가 늘 책상에 두고 본다는 활짝 웃는 사진을 받고 부인이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며 “이 그림으로 유족의 아픈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묘역에서 그림을 전달받은 나 씨는 “아들 생각에 기분이 울적했는데 활짝 웃는 아들 그림을 보니 지금은 웃고 싶다”며 “아들이 옆에 있는 것 같아 너무 좋고 끝까지 보전하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 고 임재엽 중사 묘역을 찾은 신진수(23) 씨는 임 중사와의 지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5월 1일 전역 후 1년만에 전역복을 꺼내 입은 사연을 소개했다.
신 씨는 “사고 2주전 재엽이 형이 전역복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끝내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형처럼 따뜻한 상사였는데 이제 볼 수 없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여기 함께 잠든 동기 4명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고인들을 회상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