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독려에 중소기업 신규대출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서민자금지원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만 이래저래 고통받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전 영업점에 1억 원 이상의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 본점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실 규모가 커질 수 있는 고액 대출은 사실상 해주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신용대출 한도를 크게 낮춰 소히 안정적인 직장으로 통하는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엘리트론'의 대출한도는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의사를 위한 ‘닥터론’의 대출한도는 2억 원에서 1억 2000만 원으로 각각 내렸다. 하나은행은 신용등급 1~10등급의 개인 가운데 종전에는 상위 1~7등급에 대해 신용대출을 해줬으나 현재는 7등급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아파트 구입을 위한 중도금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보험사들 역시 각종 신규 대출창구를 틀어 막고 있다.
신용카드사 등도 신용공여 한도를 줄이고 연체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최근 몇 개월간 사용실적이 없는 회원에 대해 연체 금액이 없고 신용등급에 변화가 없어도 이용 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결국, 돈 빌릴 곳을 잃은 저신용등급의 서민들이 찾는 곳은 사채업계다. 실제 올 들어 지난달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사금융 피해상담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3715건에 이를 정도로 불법 사채시장 이용자가 많아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가계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길수 기자 bluesky@cctoday.co.kr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