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해머와 전기톱, 소화기와 물대포까지 동원된 난장판으로 열흘넘게 올 스톱 상태다.

한나라당 단독으로 쟁점 법안을 심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한지도 사흘째다. 국회가 엉망진창이 되면서 경제위기 대책을 마련하고 민생을 챙겨야 할 장·차관과 공무원들까지 일손을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초등학교 교실 만도 못한 무법이 판치면서 이런 국회라면 ‘없는 게 낫다’는 민성(民聲)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4면

국민을 위한 머슴이 되겠다던 약속을 헌신짝 처럼 내팽개치고 있는 의원들은 차라리 국회를 떠나라는 원성도 높다.

대화는 뒷전인 채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집권여당이나 물리력으로 이를 막기 위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야당 모두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상황이다.

회사원 신 모(45) 씨는 “어찌보면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이런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공사장에서 쓰는 대망치로 문을 부수고, 국민이 보는 앞에서 소화기와 물대포를 쏘아대는 아수라장을 만든 것도 부족해 본회의장에서 침구를 깔고 잠을 자는 국회의원을 봐야하는 국민들은 도저히 저들을 제 손으로 뽑았다고 믿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많다는 것을 야당이 모를 리 없고,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집권당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일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 모(58) 씨는 “연내 처리 법안과 협의가 더 필요한 법안 등으로 나눠 그 이유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스스로 무법천지를 만들어놓고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더욱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비난소리도 높다.

국민들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청와대는 물론 국회, 행정부 모두 한마음으로 나서도 힘에 부치는 시기다”라며 “경제는 내년에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에 국민들은 벌써부터 내년을 걱정하고 있는 데 어려워도 세비는 꼬박꼬박 챙기는 국회의원들은 싸움질로 또 한 해를 보낸다면 국민들은 지난 4월 총선 자신의 손가락을 원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나인문 기자 nanews@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