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및 연봉삭감 등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음주 횟수가 늘어나면서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는 시민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6일 라이프라인알코올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중독 관련 상담건수는 1731건으로 지난 2007년 1414건에 비해 22.4% 증가했다. 또 센터에 입원해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회원도 올해에만 7명이 늘었다.
10여 년간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 온 강 모(40) 씨는 최근 경기 불황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6개월째 일을 하지 못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술이 어느 새 매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올 정도로 알코올중독 상태에 이르렀다. 강 씨는 최근 간경화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병원비가 부담돼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강 씨는 “벌써 6개월째 수입이 없다보니 집을 팔아 전세방으로 옮겨야 했다”며 “이제 몸도 망가져 일도 못하고 술을 마시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 모(34) 씨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룰 정도다. 그는 지난 1년여간 대전지역 한 알코올상담센터에서 상담치료를 받고 완치 진단을 받았지만 다시 음주에 빠져들었다. 정 씨는 지난 2007년 실직 후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였고 가족들의 도움으로 조기에 발견했지만 완치 이후에도 마땅히 할 일이 없다보니 다시 술을 마시게 된 것. 정 씨는 “일자리가 없다보니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은 없어 술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며 “한창 일할 나이에 일을 하지 않으니 고민이 많아 매일 밤마다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알코올중독의 경우 본인과 가족 모두 심리적 요인에 의한 변화라고 생각해 알코올중독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발견 시기가 늦어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알코올중독은 초기에 발견하면 단기간에 완치에 이를 수 있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완치 이후에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재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라이프라인알코올상담센터 관계자는 “최근 알코올중독 관련 상담이 많아졌다. 특히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한 것 같다”며 “알코올중독이 의심될 경우 본인 또는 가족 등이 한시라도 빨리 가까운 알코올상담센터나 정신과에 상담을 의뢰해야 치료기간이 단축된다”고 말했다.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