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금액의 로또를 구매하면서 박 씨가 당첨된 최고 금액은 지난해 중순 경 당첨된 3등 금액 118만 원. 박 씨는 세금을 제외하고 93여만 원을 받았다.
3등에 한 번 당첨된 박 씨는 조금만 더 행운이 따르면 1등에 당첨될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계속 많은 돈을 로또 구매에 투자하지만 결과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박 씨는 “로또에 3등이 당첨된 게 오히려 해가 됐다”며 “로또를 끊고 싶어도 그 기억 때문에 못 끊고 매주 로또 번호 연구에만 몰두하게 된다”고 말했다.
#2.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고 있는 김 모(29·대전 동구) 씨는 지난해 초순경 친구 따라 갔던 성인 오락실에 푹 빠져 1년간 3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날렸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잘 안됐던 김 씨는 어느 날 “오락실에서 하룻밤 사이에 30만 원을 땄다”는 친구의 말에 넘어가, 오락실을 출입하게 된 것. 처음 오락실에서 게임했을 때는 이상하게 게임이 잘 돼 하루에 20만 원씩을 땄지만 어느 날부터 계속해서 수십만 원씩 잃게 된 것. 돈을 잃게 된 김 씨는 본전을 만회할 생각으로 계속 오락실을 찾았지만 결국 김 씨에게 남은 것은 월세방과 1000여만 원의 빚뿐이다.
경기불황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직장을 구하지 못한 취업준비생이나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실직자 등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로또나 경마장, 오락실 등을 들락거리지만 오히려 감당 못할 빚만 떠안고 있다.
이 같은 풍조는 단지 서민들의 이야기 만은 아니다.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건너온 외국인 이주노동자들도 한탕주의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년 전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 장 모(45) 씨는 지난해 중순경 우연히 친구와 함께 경마장에 출입을 하게 됐다. 처음 경마에서 돈을 벌게 된 장 씨는 그 때부터 힘들게 막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 경마로 해서 돈을 버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 하던 일도 그만두고 경마에 푹 빠져 살게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을 해 모아 둔 수천만 원을 다 경마로 탕진하고, 설상가상으로 불법 체류자로 한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탕을 기대하고 사행성 게임에 뛰어들고 있지만 대부분 돈을 벌기는커녕 모아둔 돈을 다 날리고 게임 중독으로 빠져 몸마저 망치고 있다.
한국도박중독예방 치유센터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지난해 치료를 받은 사람은 5500여 명으로, 전년도 2007년 4200여 명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중독예방치유센터 관계는 “먹고살기 힘들어져 상대적 빈곤감에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 결과가 뻔한데도 불구하고 도박에 빠지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